범죄·음모론 소재 예능, 차별화 성공하려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꼬꼬무' '알쓸범잡'에 이어 ‘서프라이즈 비밀의 방’도 호응
강력한 이야기 힘으로 끌고 가는 스토리텔링 예능..."소재와 방식으로 색깔 분명히 해야"

지난달 25일 유튜브 채널 '엠뚜루마뚜루'에 올라온 '서프라이즈 비밀의 방' 영상 화면 갈무리.
지난달 25일 유튜브 채널 '엠뚜루마뚜루'에 올라온 '서프라이즈 비밀의 방' 영상 화면 갈무리.

[PD저널=손지인 기자] 친구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듯 출연자들이 각종 음모론, 미스터리 등을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예능이 인기 포맷으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전세계에서 벌어진 신기한 이야기를 재연 형식으로 풀어낸 MBC <신기한 TV 서프라이즈>가 20주년을 맞아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내놓은 <서프라이즈 비밀의 방>(이하 <서프비방>)은 스토리텔링 예능 원조의 등판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지난 1월부터 방송된 <서프비방>은 <서프라이즈>에서 방송됐던 미스터리한 에피소드들을 ‘예언’, ‘시간여행’, ‘생체실험’ 등의 주제별로 묶어 스토리텔러인 출연진들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온라인에선 6부작으로 제작된 <서프비방>을 "정규 편성해달라"는 시청자 댓글도 보인다.   

정선희 <서프비방> PD는 “<서프라이즈> 20주년을 맞아 그간 방송됐던 스토리들에 주안점을 두기 위해 스토리텔링 형식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연출하게 됐다”며 “<서프라이즈>에서 발굴됐던 놀라운 이야기들이 다른 (스토리텔링) 프로그램들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다. 이번 기회로 원조의 품격을 보여주며 누구보다 <서프라이즈> 이야기를 재밌게 전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은 점차 늘어 이제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포맷이다. 

2020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현재 정규 프로그램으로 방송 중인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가 대표적이다. 현대사 속의 유명한 사건들을 ‘이야기꾼’인 장도연, 장성규, 장현성이 게스트에게 일대일로 설명해주는 형식이다. 시청자 투고 괴담을 읽어주는 MBC <심야괴담회>, 프로파일러, 과학자 등이 실제 일어났던 범죄 이야기를 들려주는 tvN <알쓸범잡2> 등 스토리텔링을 표방한 프로그램은 여러 채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스토리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어?’라고 물어보면 솔깃하다”며 “MBC <서프라이즈>만 하더라도 방송된 지 굉장히 오래된 프로그램이지만 꾸준히 인기가 있다. 범죄, 미스터리 등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며 주목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방송 중인 스토리텔링 프로그램들.
현재 방송 중인 스토리텔링 프로그램들.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은 이야기의 힘으로 무한 확장해나갈 수 있을까. 우선 기존에 방송된 범죄 사건과 음모론 등을 소재로 쓰다보면 '재탕'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난관이다.   

정선희 PD는 “단순히 <서프라이즈>에서 다뤄졌던 에피소드만을 가지고 스토리텔링을 하면 이미 다 방송이 됐던 내용인 만큼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과거 방송됐던 아이템과 관련해 새로 발굴 및 취재된 내용까지 포함해서 시청자들이 새로운 이야기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제복지원 사건, 5·18 북한군 개입설 등 무거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 관심을 유도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프로그램이 장수하기 위해선 소재와 방식에서 특색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덕현 평론가는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이) 형식적으로 완전히 새롭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프로그램 색깔이 결정되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들고 올 것인지가 중요하고,  스토리와 무관하지 않은 선에서 효과적인 텔링 방식을 모색해 시청자가 새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범죄를 소재로, 스토리와 관련된 특정 지역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알쓸범잡2>가 잘 된 예시”라고 말했다.

황진미 평론가는 “똑같이 스토리텔링을 표방한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이야기의 장르가 음모론, 범죄, 역사 등이 마구 섞여있거나 리액션을 하는 청자 역할의 출연진이 많은 프로그램은 집중도가 떨어진다”며 “어떤 장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인지 그 범주를 명확히 세우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는 역할의 출연자들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이야기의 산만함은 줄이고, 몰입도는 높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