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피의자' 편견 조장한 방송사들 행정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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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MBN 등 4개 방송사에 '권고' '의견제시' 결정

KBS 12월 14일 방송화면 갈무리.
KBS '코로나19 통합뉴스룸 KBS 뉴스광장' 2021년 12월 14일 방송화면 갈무리.

[PD저널=장세인 기자] 피의자의 정신질환 병력을 언급하는 등 정신질환이 범죄의 원인인 것처럼 보도해 편견을 조장한 방송사 범죄보도에 행정지도가 내려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는 15일 회의를 열고 범죄 사건을 보도하며 피의자의 정신질환 병력을 강조하는 등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조장했다는 민원이 접수된 6개의 안건에 대해 심의한 결과 5건에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방송소위는 ‘방송은 범죄사건 가해자의 정신건강 관련 정보 공개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며, 객관적 근거 없이 정신질환을 범죄행위의 원인으로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방송심의규정 제23조(범죄사건 보도 등) 제5항을 방송사들이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같은 조항으로 행정지도를 받은 MBN <굿모닝 MBN>(12월 14일 방송분)은 '권고'를 받았다. 방송소위는 <KBS 뉴스광장>(2021년 12월 14일 방송분), KBS <뉴스9>(12월 17일 방송분), MBC <뉴스데스크>(12월 10일 방송분), OBS <OBS 뉴스>(12월 19일 방송분)에는 가장 낮은 행정지도인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피의자가 심신미약으로 감형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피해자 가족의 입장을 담은 JTBC <JTBC 뉴스룸>(12월 13일 방송분)은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 

이날 회의에서 정민영 위원은 “범죄사건 보도에서 피의자의 정신병력과 범죄를 특별한 증거나 정황 없이 엮어서 언급하는 문제는 심의규정 제정 이전부터 문제제기가 나오던 사안”이라며 “가족의 진술을 다루거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사회복지 차원에서 언급하는 보도는 정도를 달리해 제재해야겠지만 정신 병력이 정말 범죄의 원인인지 그 여부에 대해 취재하거나 수사기관이 얘기하는 과정 없이 그냥 끼워 넣는 것은 시청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은 “경찰이 이렇게 정보를 제공한 게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흘려주는 정보를 언론이 문제의식 없이 받아쓰는 것 역시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 사안은 정신질환자와 가족들의 고통과도 관련된 인권문제라는 점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석 위원은 “언론사의 입장에서 보면 ‘왜 피의자가 극단적인 범죄를 저질렀을까’라는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과정에서 경찰 브리핑 내용을 쓰지 않는 결정을 내리기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해당 조항의 취지가 있고, 동일한 범죄보도 문제에서 ‘의견제시’가 나왔던 전례도 있으니 향후 보도 기준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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