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흔들기 재현되나…"지배구조 개선 선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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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흔들기 재현되나…"지배구조 개선 선결 과제"
보수성향 KBS 노조 "김의철 사장 결단해야" '인적 청산' 압박
언론노조 "국민통합,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에서 시작해야"
  • 박수선 기자
  • 승인 2022.03.15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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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PD저널=박수선 기자] 대선이 끝나자마자 ‘공영방송 흔들기’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정권 교체기에 ‘낙하산 사장’으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언론 탄압에 신음했던 언론계에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확실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수 성향을 띠는 KBS 노동조합은 대선 다음날 낸 노보 특집호에서 ‘인적 청산’ 필요성을 주장하며 김의철 KBS 사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2018년 양승동 전 사장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적폐 인사를 청산하기 위해 만든 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에 참여한 임직원을 열거하면서 ‘인적 청산’을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또 KBS 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10일 가진 김의철 사장의 취임식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특별채용, 사장 업무수행계획서 허위기술이 드러나 KBS 명예와 위상에 큰 상처를 입힌 뒤였다. 향후 법률적인 책임을 질 수도 있는 대목”이라며 “김의철 사장이 결단해야 할 시점이 이제 눈앞에 다가왔다”고 주장했다. 

보수 언론인들과 단체도 외곽에서 세력을 불리고 있다. 지난달 공식 발족한 공영언론 미래비전 100년 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들어 ‘이사의 주의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강규형 전 KBS 이사가 공동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언론노조를 향해 “특정 정치세력의 '프로파간다 공작소'라는 비판을 받아온 단체”라고 날을 세운 이 단체는 15일, 자유언론국민연합과 함께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등을 국민의힘 선거 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공영방송 안팎의 움직임과 정권 교체 이후 적폐 청산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전례를 보면 ‘공영방송 시련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기우로 넘길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에 대해 윤석열 당선인이 뚜렷한 의지를 아직까지 내보이지 않아 이런 불안감이 증폭된 측면도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6일 ‘정권교체국민행동’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캠프 인사를 KBS 사장으로 앉히지 않겠다’면서도 “공영방송이 편향돼 있다면, 정말 민영화가 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공약도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기능·역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조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의 공영방송 개입을 제한하는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14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미디어 세상’ 칼럼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근본적인 변화 없이 지속할 듯 보이는 공영방송 제도와 실천이 한심하다”고 꼬집으면서 “ 공영방송이 자율적이고 전문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보장하면서 그에 따라 엄격하게 설명책임을 수행하도록 정부, 국회, 시민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15일 낸 성명에서 “윤석열 당선자와 차기 정부의 언론-미디어 정책이 대선이 끝나자마자 준동하고 있는 낡고 조악한 주장, 그리고 ‘한 자리’를 바라는 뻔한 인물들의 간계에 휘둘리지 않을까 깊은 우려를 감출 수 없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감사원과 검찰을 동원하여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흔들고 수많은 언론 노동자에게 해고와 징계를 자행했던 역사는 바로 이런 이들의 탐욕이 낳은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말한 ‘국민통합’은 언론으로 표출된 양당 정치의 폐단과 정치적 양극화의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공론장의 양극화와 양당 대결 구도를 확대재생산하는 지금의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일은 국민통합을 위해 반드시 선결적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라며 “윤석열 당선자와 국민의힘이 대선 때 반대표를 던졌던 시민들에게 이전 정부와 전혀 다른 새로움을 보여줄 첫 단추는 바로 언론에 대한 태도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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