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노출된 여성기자들…“언론사 차원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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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노출된 여성기자들…“언론사 차원 대응 필요”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 ‘여성기자를 향한 온라인 괴롭힘,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개최
여성기자 20명 대상 괴롭힘 심층 인터뷰
  • 장세인 기자
  • 승인 2022.03.17 2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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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 ‘여성기자를 향한 온라인 괴롭힘, 이대로 괜찮은가?’.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 ‘여성기자를 향한 온라인 괴롭힘, 이대로 괜찮은가?’.

[PD저널=장세인 기자] “기사가 마음에 안 들면 기자를 공격하면서 욕을 하게 되어 있는데, 여성기자의 경우는 외모 비하나 강간 협박이라는 그 두 가지 무기가 (가해자들에게) 있잖아요. (현직 언론인 인터뷰 中)”

여성기자들은 기자 혐오 담론에 더해 이중적인 혐오를 경험하고 있으며, 똑같은 기사를 작성해도 남성기자보다 혐오의 유형, 정도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17일 ‘여성기자를 향한 온라인 괴롭힘,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여기에서 김창욱 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와 신우열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여성기자 20명과 남성기자 1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해 여성기자 온라인 괴롭힘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기자에 대한 괴롭힘은 연차, 부서 등 특징에 상관없이 모두 나타났는데 예를 들면 사회부 기자가 난민 관련 기사를 쓴다거나, 정치/법조 기자가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비판 기사, 문화부 기자가 일본 작가의 글을 소개하는 기사를 써도 모두 여성이라는 성별을 바탕으로 하는 욕설, 강간 협박이나 집단적 성희롱성 댓글, 쪽지, 이메일, 전화 등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온라인상의 공격이 오프라인 공격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온라인에 신상을 공개해 불특정 다수가 기자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차별적 인신공격성 발언을 들은 경우도 존재했다.

심층인터뷰에 참여한 한 남성기자는 “저희 (젠더)팀에 저만 남자고 나머지는 여성분들인데 그냥 옆에서 슬쩍 비교해 봐도 제가 약간 받는 악플이나 메일의 빈도하고 나머지 빈도하고 차이가 크다. 저는 한 두세 통 오는 정도로 끝나거나 그런데, 여성기자들은 그 이상으로 열 통 이상 이렇게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중성적인 이름을 가진 여성기자가 자신의 프로필에 사진을 올린 이후 혐오 등 여성 비하 표현을 사용한 악성댓글이 늘어나거나, 반대로 중성적인 이름을 가진 남성기자의 경우 동성 기자들에 비하여 더 많은 괴롭힘을 당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김창욱 교수는 “여성기자에 대한 괴롭힘이 일상화됐다. 젠더이슈를 다루는 기자들은 악성댓글을 ‘디폴트’로 인식하고 있으며 여성기자들에게 괴롭힘의 경험은 일종의 ‘공기’처럼 존재한다”면서 “기자 개인의 차원에서는 온라인상에 있는 신상정보를 지우거나 특정 주제에 대한 업무를 회피하는 식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데 조직의 차원에서 미연에 방지하고 대처 매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우열 교수는 “괴롭힘은 단일한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언론사 조직은 조직 및 사회 구성원 교육과 예방 시스템 구축, 온라인 괴롭힘 모니터링,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률과 의료상담 지원, 괴롭힘 이후 심리와 신체적 회복을 돕기 위한 조치 등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 언론사는 대부분 이러한 괴롭힘 현상을 무시하거나 방임하는데 기자와 조직 간의 연결망을 형성하고 공동으로 대처할수록 정서적 타격이 덜 하다. 조직은 개인이 느끼는 안정감이 회사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류란 언론노조 SBS본부 성평등위원장은 “동료들이 온라인 괴롭힘을 겪고 나면 늘 ‘이렇게 힘들어 할 시간에 제보 하나 더 받고 피해자 유족들 한 번 더 만나야 하는데 왜 이런 일에 힘을 쏟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 한다.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기자가 된 것도 사실이지만 자신의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가치절하 할 필요는 없다. 심리 상담과 같은 기본 시스템만 있어도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 <한겨레> 젠더데스크는 “여성기자에 대한 괴롭힘이 어떤 식으로든 발화가 시작됐다는 데 의미가 깊다. 기자 개인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이 목소리들을 엮어내 괴롭힘을 폭력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피해가 집중되는 부분은 소규모 언론사들인데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전면적인 구조적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이사는 “<한겨레>를 보면 성범죄 관련 기사에는 댓글창을 닫는다. 다른 조직은 왜 못하는 것인가. 이전 세대는 경험해보지 못한 현실을 이 세대가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가에 대해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적극성을 가진 언론사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수진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 위원장은 토론회에 앞서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남성기자들도 똑같이 댓글을 받는데 왜 여성기자들로 한정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연구의 목적은 댓글 중에서도 여성기자들에게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양상을 사례를 통해 말하고 싶었고, 이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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