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났으니 미디어는 최하위?....인수위 향해 쏟아진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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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났으니 미디어는 최하위?....인수위 향해 쏟아진 '쓴소리'
한국방송학회, 18일 ‘차기 정부의 미디어 정책 개선 방향 모색’ 토론회 주최
성동규 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장 "미디어 공약 10개 제안했지만, 3개만 채택"
"법제도 마련 아닌 '인적 청산' 방법으로는 실패할 것"..."공영미디어위원회, 공공성 축소로 읽힐 수 있어"
  • 장세인 기자
  • 승인 2022.03.18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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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 ‘차기 정부의 미디어 정책 개선 방향 모색’
18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 ‘차기 정부의 미디어 정책 개선 방향 모색’

[PD저널=장세인 기자] “선거 기간에는 미디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선거 후에는 최하위로 밀린다는 속설이 또 작동할까 걱정된다.”(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출범한 18일, ‘차기정부 미디어 정책 개선 방향 모색’을 주제로 열린 한국방송학회 토론회에서 나온 언론학자들의 우려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발언이다.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가 본격 가동했지만, 언론미디어 분야의 정책과 방향은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윤석열 당선인이 제시한 △언론 자유 보장 △공영방송 거버넌스 구조개선 △미디어·콘텐츠 산업 진흥 전담기구 설치 공약 역시 구체적인 설명이 빠져있다.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장을 맡았던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미디어특위에서 공약 10개를 만들어 정책총괄본부에 제안했는데, 세 가지만 채택됐다”며 “공약집을 받고 놀랐는데, 선거기간 논란거리를 만들지 말자는 큰 틀에서 최소화 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차기 정부의 미디어 정책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성 교수는 “오늘 제 말씀은 차기 정부 인수위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 전 미디어정책특위 위원장의 견해로 생각해달라”고 강조하면서 △언론 자유 △공정성 강화 △콘텐츠 진흥 △플랫폼 △거버넌스로 나눠 짚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동안 소홀했던 산업과 시장 쪽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전망한 성동규 교수는 ‘언론자유 보장’ 공약에 대해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 ‘언론노조 (뜯어고치겠다)’ 이야기를 했는데, 자율규제 이야기(공약)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다. 짧은 기간에 당선자의 언론관이 충분히 투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공영방송 공정성 강화와 관련해선 “한 변호사가 오픈된 장소에서 ‘KBS 폐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현실적으로 향후에 더 나올 수 있겠구나 싶었다. 폐지론자는 아니지만, 공영성과 책임을 망각하고 했었던 부분에선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를 짚어보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공영방송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25년 후에도 이러한 역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콘텐츠미디어 전담 조직 개편 등 거버넌스 과제에 대해서는 “지난 5년 동안 거버넌스를 제대로 고쳐보지 못해 불합리한 부분이 많아 반드시 미디어 관련 부처가 탄생해야 한다”며 “콘텐츠 기금 작업은 시급하게 검토되어야 하고, 독임부처를 만들 때 방통위의 위상과 역할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핵심 쟁점 중 하나다. 민영·공영(방송)을 분리할 경우 방통위도 거기에 맞춰 공적영역만 철저히 맡는 게 미디어 관련 부처의 정치화를 최소화하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성동규 교수는 “언론의 자유를 신장하는 한편 언론이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자율규제가 필요하고 공영방송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서는 경영평가 강화, 사회적 책무에 ESG 포함, 공영방송 거버넌스 구조 개선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미디어의 진흥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담당할 전담기구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출범해 미디어산업 경쟁력 제고를 모색할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디어독임부처와 함께 합의제로 운영되는 ‘공영미디어위원회’, 공론장 역할을 하는 '미디어혁신위원회' 설치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대선 공약집 중 미디어공약 발췌.
국민의힘 대선 공약집 중 미디어공약 발췌.

토론에 참여한 방송학회 미디어정책특별위원들은 공공성 축소에 대한 우려와 함께 공적 영역의 재원 확보 마련 등을 인수위에 주문했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공영방송의 공적책무에 대해 강조하면서 “공적책무를 법률에 명시하고, 선거보도, 재난보도 등 공영방송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재원정책이 필요한데, 공적 의무를 다하는 공영방송과 지역방송에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의무를 폐지하고 OTT에는 징수하는 등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공약을 살펴보면 부당한 언론개입을 하지 않고, 자율성을 강화하고, 시장 친화적인 정책과 불공정을 해소하겠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법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인적청산이라는 쉬운 방법을 사용하면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최세경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을 구분한다는 부분에는 동의하지만 일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미디어의 공공성을 축소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KBS를 제외한 나머지 지상파의 공공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서로 달라질 수 있다. 독임부처, 공영미디어위원회 등 추진한다면 어느 영역까지 다룰 것인가 더 고민해야한다. 공영방송 ‘경영평가 강화’도 효율성을 중심으로 단순화된 관리주의적 관점이다. 공영방송에 있어서는 사회적 책무 평가라는 틀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 정부조직 개편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동의했지만, 역할 분담 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김희경 미디어미래연구소 위원은 “규제와 진흥을 실질적으로 분리해야 한다. 미디어 독임제 부처가 콘텐츠 진흥 정책을 담당하고, 독임부처 내 별도 형태의 위원회에서 규제 정책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독임제 부처 측면에서 보면 과학 영역하고 ICT 미디어 분야가 나눠져야 한다"며 “콘텐츠와 플랫폼을 한 부서에서 다루는 게 옳다고 본다. OTT가 중요한 미디어가 되었는데, 구조적인 갈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뼈아픈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유홍식 중앙대 교수는 “선거 기간에는 미디어가 가장 중요한 역할하지만 선거 후에는 최하위로 밀린다는 속설이 또 작동할까 걱정”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정치 과잉화된 방통위 체제라도 바꿨으면 한다. 3대 2로 나눌 게 아니라 여당이 책임지고 모두 임명하고, 정권이 바뀌면 나가는 승자독식으로 가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공약집에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이 가장 크게 부각되는데, 다시 (공영방송) 이사회, 조직 내에서 싸우는 모습으로 퇴보할까 두렵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시민들이 힘을 합쳐 공영방송 무용론, 수신료 폐지운동을 벌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가 시민들에게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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