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직전 살아난 RTV...“TV조선에 맞서는 '진보종편' 기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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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직전 살아난 RTV...“TV조선에 맞서는 '진보종편' 기대 많아”
대선 이후 RTV에 몰린 '진보종편' 열망...후원회원 100명에서 5000명 급증
2012년 실패로 끝난 '대안방송' 실험...박대용 이사장 "국민TV 반면교사로 삼을 것"
'IPTV 진출' 최대 과제..."새 정부 어떤 입장 취할지 모르지만, '시청자 주권' 진영 문제 아니야"
  • 엄재희 기자
  • 승인 2022.04.06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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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용 RTV 이사장
'RTV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는 박대용 이사장을 지난 1일 RTV 사무실에서 만났다.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폐업 직전이었던 시민방송 RTV가 시민들의 후원에 힘입어 기사회생했다. 박대용 RTV 이사장이 대선 이후 등장한 '진보 종편' 담론에 "기존에 세워둔 RTV를 재건하는 방법도 함께 고려됐으면 한다"고 호소글을 올린 뒤 3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2002년 '퍼블릭 액세스 채널'(시청자 참여 채널)로 개국한 RTV는 20주년을 맞는 올해까지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권력과 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은 '시민방송'을 내세웠지만, 이명박 정부의 지원금 중단 등으로 경영난이 지속됐다.  

'문 닫을 일만 남았다'고 했던 RTV는 후원회원이 3주 만에 100명에서 5000명으로 증가했다. 민주당이 패배한 대선 결과를 놓고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에서 원인을 찾은 이들이 RTV에 관심을 보인 결과다.  

지난 1일 RTV 사무실에서 만난 박대용 이사장은 "올 하반기에는 만 명을 돌파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RTV가 종합편성채널과 맞설 수 있는 (진보) 종편으로 성장해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다"고 전했다. 

'진보종편' '대안방송' 바람은 2012년 대선 이후에도 불었다. 시민들의 열망은 국민TV 탄생으로 이어졌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진보종편'을 만들자는 움직임에 대해 “더 큰 민주당 지지 스피커로 인식된다면 만들어 봐야 별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박대용 이사장은 "우선 직원들을 급하게 뽑기보다는 소수정예로 구성하면서 대신 운영위원회를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돈이 생겼다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람부터 많이 뽑으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서 국민TV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에서 100번~300번대에 배치된 RTV의 채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IPTV 진출이 떠오른다. IPTV는 방송법에 있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의무화'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아 현재 IPTV에선 RTV를 볼 수 없다. 공익채널로 선정될 경우에도 IPTV에 진입할 수 있는데, ‘시청자 참여’가 삭제돼 현실적으로 공익채널 선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박 이사장은 "“공익적 성격의 RTV가 IPTV에 들어가는 건 쉽지 않다"며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 (방통위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알 수 없지만, 시청자 채널 주권 차원에서 접근하면 진영이나 정치적 지형 문제가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시민들이 (RTV 살리기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대용 RTV 이시장과 일문일답.

1일 RTV 사무실에서 만난 박 이사장. ©PD저널

-RTV가 고사 직전 상황에서 기사회생했다. 대선 이후 후원회원이 얼마나 늘었나.  

“현재까지 4700명(1일 기준)인데 상반기 중에 7000명, 하반기에는 만명을 돌파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잠깐 반짝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잘한다는, 저 사람들은 믿을 만 하다는 신뢰를 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기대에 100% 만족은 못 시키겠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있다.”

-많은 시민들이 RTV를 살리기 위한 후원에 동참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많은 분들이 메시지를 보내주는데, RTV가 TV조선, 종편과 맞설 수 있는 (진보) 종편으로 성장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만 명 정도 되면 직원 10명을 채용할 수 있고, 제작팀도 따로 꾸릴 수 있다. 10만 명 정도 모이면 어떤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대선 이후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다시 나온 ‘진보종편’ 요구가 RTV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안방송 설립 움직임이 일었던 2012년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다. 10년 전과 현재의 상황을 비교한다면?

“10년 전엔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곳이 거의 없었다. 콘텐츠를 받을 곳이 많이 없었는데, 지금은 핸드폰으로 고퀄리티의 영상을 만드는 전문 유튜버가 많다. 영상 퀄리티도 기성언론에 못지않다. 이런 상황에서 유튜브에 나오는 콘텐츠가 TV에 못나올 이유가 있나. 그 길목에 RTV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레거시 미디어를 위협할 정도로 커진 상황에서 ‘시민방송’ ‘진보종편’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나. 

"유튜브의 성장으로 TV가 정체 상태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TV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TV를 주시청매체로 쓰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진보종편은) 점진적으로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RTV 채널번호를 앞당기고 법적으로 의무전송채널로 되서 사람들이 잘 보는 길목에 배치된다면, 주시청 범위 안에 들어갈 수만 있으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진보 종편' 주장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진보 종편' 주장에 대해 “더 큰 민주당 지지 스피커로 인식된다면 확장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RTV가 과거에는 명망가 중심으로 운영되었다면, 앞으로는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들과 운영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려 한다. 사실 10년 전부터 시도해 왔는데 여건이 어렵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안 됐다. 뉴스타파에 이어 열린공감TV도 콘텐츠 제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 최승호 PD가 생각하는 언론개혁의 길과 열린공감TV가 생각하는 언론개혁의 길은 다르다고 본다.  열린공감TV에 합류하기 전에는 (열린공감TV가) 정파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들어와서 보니까 지향하는 방향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가로세로연구소와 열린공감TV를 비교하는 것은 하나의 프레임이다. 열린공감TV는 진실을 추구하지 가짜뉴스를 만들지 않는다."

-2012년 '진보 종편' 요구에 힘입어 탄생한 국민TV 실험은 사실상 실패로 결론이 났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복안이 있나. 

"우선 직원들을 급하게 뽑기보다는 소수정예로 구성하면서 대신 운영위원회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초창기 때는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자문을 받는 형태로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실무에 강하고 노하우가 있는 숙련된 사람들로 채용하려고 한다. 돈이 생겼다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람부터 많이 뽑으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서 국민TV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생각이다."

-일단 급한 불은 껐는데, RTV 살리기의 구체적인 계획이 궁금하다. 

"우선 프로젝트 펀딩을 구상 중이다. 예를 들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장애인 이동권 시위 관련 주장이 맞는지 3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펀딩을 통해 제작할 수 있다. 지역이나 작은 동네의 문제를 같이 해결해보는 프로젝트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콘텐츠 만들면 틀어드릴게요’는 쉽지만, 다른 주체들과 솔루션저널리즘도 가능하다고 본다. 닫힌 구조가 아니라 열린 구조를 지향하면서 시민들과 다양한 유튜브 제작 주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갈 예정이다." 

-채널 접근성,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IPTV 진출을 제시했다.  

“공익적 성격의 RTV가 IPTV에 들어가는 건 쉽지 않다. 시장에 맡기면 마치 테이프로 붙이는 것처럼 채널이 쉽게 붙었다 떨어졌다 할 수 있다. 그래서 투트랙으로 갈 생각인데, 먼저 방송법에 있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의무화' 조항을 IPTV가 적용받는 인터넷 방송법에 넣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공익채널 고시 개정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방송법에 근거를 둔 '공익채널 의무전송'은 IPTV에도 적용되는데, 공익채널 분야가 ‘사회복지’ ‘과학문화진흥’ ‘교육 및 지역’ 세 가지뿐이다. 2009년 시청자 참여 분야가 없어지면서 RTV는 사회복지 분야로 지원해야 하는데, 관련 채널이 많다보니 들어갈 틈이 없다. 방통위 고시에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부활하는 것도 IPTV로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방통위의 의향이 중요한데, 접촉해본 적은 있나.

“해봤는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시민과 국회에서 푸시를 같이 해줘야한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알 수 없지만, 시청자 채널 주권 차원에서 접근하면 진영이나 정치적 지형 문제가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길들을 만들어야 한다.”

-RTV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이유가 있다면. 

“2012년까지만 해도 이런 채널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와서 보니 이 채널을 만들 때 시민들의 염원이 있었다. 창립선언문에 나와있는데, '시청자주권시대, 시민이 만드는 방송으로 권력과 금력에 막히지 않은 생생한 시민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나아가 창의적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의 자기훈련을 도모한다'는 내용이다. 지금 TV는 공익성과 공공성이 떨어지고 점점 상업화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어떤 면에 좋은 콘텐츠도 있지만, 흥미와 재미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이렇다보니 생각할만한 거리를 준다든지, 우리사회에서 꼭 필요한 메시지를 던질 공간이 없다. 상업주의나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그린벨트' 역할을 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 그런 채널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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