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엄재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편한 차림을 한 사진이 지난 4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뒤 '완판녀' '품절 대란' 등 김 씨의 패션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쏟아졌다. 김건희 씨가 착용한 후드티와 신발 가격, 패션 코디까지 조명한 보도에 지나친 '찬양' '미화'라는 비판이 따랐다.
지난 4일 연합뉴스가 '독자제공'이라고 출처를 명시해 공개한 김건희 씨 사진이 시작이었다. 외부 활동을 자제해온 김건희 씨의 행보에 언론의 관심이 모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대다수 매체는 '의외의 검소함'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검색시스템 빅카인즈에서 '김건희'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지난 4일 '김건희 사진'을 다룬 보도는 45건이었다.
4일 <조선일보>는 <“벌써 품절됐다” 김건희가 신은 슬리퍼, 의외의 가격>(김명일 기자)에서 “온라인상에서는 김 씨가 신고 있는 슬리퍼 가격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슬리퍼의 가격과 '검소하다' 등 온라인 반응을 실었다.
5일과 6일에도 김씨가 착용한 후드티, 슬리퍼에 관심을 보인 팬카페나 온라인 반응을 옮기는 보도가 이어졌다.
<“후드티 돌려입으신다”…김건희 ‘재활용 코디’ 화제>(서울경제)는 김 씨의 팬카페인 ‘건사랑’의 한 누리꾼이 “수수하고 검소한 우리 건희여사님. 새벽기도 가실때랑 산책 하실 때 같은 후드티네요”라고 올린 글을 기사화했다. 김 씨가 최근에 경비견을 껴앉으며 찍은 사진과 이전에 찍힌 사진 속 후드티와 같다며 '검소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때도 입은 그 후드티, 그 슬리퍼..김건희식 ‘돌려 입기 패션’>(조선일보), <그때 입었던 코트‧후드‧슬리퍼 또? 김건희 ‘재활용패션 스타일링’>(중앙일보)도 같은 내용을 담았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공인이나 유명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기사는 많은데 이번 보도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울 거 같다”면서도 “단순히 어떤 사안을 보도한 것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고 살을 붙여서 ‘검소하다’라는 서사를 만들어간다면 그것은 과잉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보도 자체를 악마화하는 것도 과잉이다. 그러나 주요 언론이라면 관심을 기울어야 할 대상이 따로 있을 것이고 보도를 하더라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건희씨가 받고 있는 의혹에는 대다수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았다.
지난 1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재판에서 김건희씨 명의 계좌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주식거래에 이용됐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다. 빅카인즈에 등록된 매체 들 중에선 관련 보도가 9건이었다. '김건희 사진' 관련 보도를 4건가량 보도한 <조선일보>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재판 보도를 볼 수 없었다. <조선일보> 계열사인 <조선비즈>는 김건희씨 계좌와 관련한 진술을 빼고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석방 가능성' 내용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채영길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한국외대 교수)는 “당사자를 미화하는 보도는 단순한 신변잡기식 보도가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 보도라고 볼 수 있다”며 “김건희 씨를 향한 의혹 제기가 많았는데, 이와 관련된 보도를 하지 않던 매체가 '김건희 패션' 보도를 내놓은 것은 의혹을 적극적으로 회피하는 것”이라고 했다. 채 교수는 “이러한 보도 현상을 비판하는 언론이 드문 것도 문제”라며 “김건희 씨 의혹을 무마시키기 위해 언론 플레이로 보이는 기사를 흘리고 확대한다는 의혹에 대한 언론간 비평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