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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5 11:50
  • 수정 2022.04.20 09:25

정지인 PD "'옷소매' 성과, 여성PD 사극 의문점 해소 계기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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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 수상한 ‘옷소매 붉은 끝동’ 정지인 PD
첫 사극 도전에 기획·연출까지..."내부 역량 입증 기회"

제34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 수상자 정지인 PD. ©정지인 PD 제공
제34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 수상자 정지인 PD. ©정지인 PD 제공

[PD저널=장세인 기자] "처음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여성 PD가 사극을 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어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옷소매 붉은 끝동>은 조연출까지 모두 여성 연출진으로 꾸리게 되었는데 사극 경험 있는 남자 PD가 있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을 듣기도 했고요. <옷소매>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앞으로는 여성 PD가 연출하는 사극에 의문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34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을 수상한 정지인 MBC PD에게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의 성공은 여러 의심 어린 시선을 말끔하게 지워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깊다.

시청률 17.4%라는 근래 볼 수 없는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옷소매>. 방송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의 흥행을 예상하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히자만 방송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화제성과 작품성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호평을 받은 <옷소매>는 MBC 사극, 드라마의 부활을 이끈 작품이 됐다. 정지인 PD는 2021년 MBC 연기대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달의 PD상, 올해의 PD상까지 거머쥐었다.  

지난 6일 서울 상암동 MBC 인근에서 만난 정 PD는 "드라마가 받을 수 있다는 걸 생각도 못 했는데,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네? 저요?’라는 반응이었다"며 "드라마는 PD의 활약보다는 작가, 배우들의 공이 더 큰 것 같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옷소매>는 주체적인 궁녀 ‘덕임’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종영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여성 PD의 성공적인 사극 연출’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는 정 PD는 "‘여성’이라는 성별을 대표하게 돼 당황스러웠다"면서도 "여성 PD가 연출하는 사극에 의문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옷소매>는 정지인 PD가 원작을 발굴해 연출까지 맡은 작품이다. 방송사 밖에서 기획과 제작을 맡은 드라마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옷소매>의 성공은 MBC 입장에서도 값진 결실이었다. 

정 PD는 “외부 PD가 아닌 내부 PD가 처음부터 원작을 발굴해 끝까지 쭉 끌어와 성과를 낸 경우가 최근에 별로 없었다. 이 작품이 끝나고 선후배들이 고맙다고 연락을 해온 것도 그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내부 역량을 입증한 기회가 됐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촬영 초반에 ‘목표가 무엇이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다음 작품을 할 기회가 생기면 충분하다"고 답했다는 정 PD는 <옷소매>의 흥행으로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룬 것처럼 보인다.

정 PD는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좋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다"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익숙한 게 편하겠지만, 궁중사극은 <옷소매>로 만족한다. BL사극을 언젠가 해보고 싶고, 사극보다는 현대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지인 PD와의 일문일답.

제34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 수상자 정지인 PD. ©정지인 PD 제공
제34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 수상자 정지인 PD. ©정지인 PD 제공

-사극으로 올해의 PD상을 받은 것은 2002년 김종선 PD가 KBS <태조 왕건>으로 제14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을 수상한 이후 20년만이다. 수상한 소감은 어떤가.

“드라마가 받을 수 있다는 걸 생각도 못 했는데,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이런 걸 주시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사한 뒤에 상을 받은 게 작년 연기대상에서 작품상이 처음이었으니까, 상 받을 일이 많지 않았다. 특히 PD연합회가 주는 상은 언론 자유를 위해 고군분투 하신다거나 ‘펭수’ PD님처럼 엄청난 분이 받으시는 것 아닌가. 드라마는 PD의 활약보다는 작가, 배우들의 공이 더 큰 것 같다.”

-사극 연출은 처음이다. 2018년에 원작 소설 판권을 구입하면서 드라마화할 수 있었는데, 원작을 읽고 어떤 확신이 들었나.

“아는 기획PD의 추천으로 동명의 원작소설 <옷소매 붉은 끝동>을 접했다. 당시 어떤 기획안을 보면서 ‘이건 드라마보다 소설로 하는 게 낫겠다’고 이야기하니 그 친구가 소설 원작에 관심이 있으면 읽어보라며 <옷소매 붉은 끝동> 소설을 추천해줬다. 안 그래도 그 친구에게 감사하고 있다.  비극적인 결말에 우려도 있었는데 ‘순간은 영원이 되었다’는 대목을 읽고, 감정이 복받쳐 올라 울었다. 꼭 영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사극은 현대극과 비교해 여러모로 연출 부담이 크지 않나. MBC 드라마로 선보였던 이산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 같다. 

“처음 기획안을 들고 갔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원작을 아는 상황이 아니었고, 드라마 <이산>의 아우라가 워낙 컸다. 2018년이었는데 시기적으로도 회사가 파업 직후였고, 적자 때문에 상황도 좋지 않았다. 사극 제작비는 현대극의 1.5배 정도 더 들어가서 제작비 부담도 있었다. 다행히 젊은 기획팀 PD들이 재미있다는 의견을 내주었다. 향수도 자극하고 또 새롭게 다가갈 수도 있다고 설득하면서 일단 대본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

-<옷소매>는 궁녀를 주체적인 여성으로 그린 작품으로, 특히 덕임의 섬세한 감정선 연출이 호평 받았다. <옷소매>의 성과가 앞으로 사극의 여성 서사, 여성 PD들의 사극 진출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나. 

“이번에 사극을 처음 연출하는 후배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냐면서 연락이 왔었다. 돈을 아끼려면 이런 이런 사람을 찾고, 누구를 잡고 등등 그런 얘기를 많이 해줬는데,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편성과 캐스팅 과정에서 사극 경험이 없는 여성 연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처음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여성 PD가 사극을 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이번에 함께 할 조연출을 꾸릴 때도 의도치 않게 여성 연출로 꾸리게 되었는데 사극 경험 있는 남자 PD가 낫지 않겠냐는 의견을 듣기도 했다. 드라마가 잘 된 이후 다른 팀들이 우리 팀 조연출을 부러워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출부터 조연출까지 전부 여성인데 괜찮을까’라는 시선이 확 날아간 것 같아 좋았다. 혹시라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앞으로는 여성 PD가 연출하는 사극에 의문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옷소매>는 정지인 PD에게 처음으로 상을 안긴 작품이라서 더욱 뜻깊을 것 같다. 대표작이 된 <옷소매>는 어떤 의미인가.

“드라마 시작하고 첫째 주, 둘째 주부터 방송을 보고 선후배 동료들에게 재미있다고 연락이 왔는데 이전 드라마 찍을 때와는 다른 경험이었다. 시청자 반응도 정말 감사하지만 이 작품을 진행하기 위해 거쳐 온 길고 긴 설득의 과정을 아는 동료들이 연락을 준 것이 가장 좋았다. 촬영 초반에 누가 그런 질문을 했다. 감독님은 이번에 어떤 목표가 있냐고. ‘다음 작품을 할 기회가 생기면 충분하다’고 대답했다.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이지만, 좋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정지인 PD 제공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시청률 17.4%로 종영한 <옷소매>는 주춤했던 MBC 드라마의 저력을 다시금 보여준 작품이다. MBC 내부에서도 고무적인 반응이 있을 것 같은데.

"<검은태양>부터 잘 돼서 분위기가 좋긴 했지만 작품 들어가기 전에 내부 PD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내부 PD가 처음부터 원작을 발굴해서 끝까지 쭉 끌어와 성과를 낸 경우가 최근엔 별로 없었다. 이 작품이 끝나고 선후배들이 고맙다고 연락을 해 온 것도 그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내부 PD들의 역량을 입증해 준 기회가 됐다고 본다.”

-이준호 배우는 ‘시청률 15%’ 공약을 이행했다. 박성제 MBC 사장이 한 ‘전 배우 스태프 해외 여행 포상’ 공약, ‘여행 상품권 선물’ 약속은 지켜졌나.

“코로나로 여행을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개인별로 여행에 준하는 포상금이 나왔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넘어가도 그냥 잠깐 욕하고 말았을 텐데(웃음). 회사와 사장님께 정말 감사하다. 쫑파티를 못한 건 아쉬웠다. 당시 코로나가 심해 회사에서 쫑파티를 하지 말라는 공지가 내려올 정도였다. 그래도 마지막 날 종무식은 조촐하게 할 수 있었다.”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 정지인 PD만의 사극을 또 볼 수 있나.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정해리 작가님이 사극을 하라고 하시는데 언젠간 다시 할 것 같긴 하다. 다만 이번에 사극의 꽃인 영정조 시대의 사극을 했더니 당분간 궁중사극을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궁중사극은 <옷소매>로 만족한다. 비슷한 것에 도전하면 익숙해서 편하긴 하겠지만 꼭 편하게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BL 사극은 언젠가 해보고 싶고, 사극보다는 현대물을 하고 싶다. 좀 더 비워낸 뒤에 재밌는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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