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책임'·'피해 구제' 해법 머리 맞댄 6개월...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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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대안 찾은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위원회', 내달까지 자율규제 방안 마련

14일 국회서 열린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법개정 및 자율규제 방안 마련 토론회
14일 국회서 열린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법개정 및 자율규제 방안 마련 토론회

[PD저널=엄재희 기자]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이하 중재법)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설립 방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등 현업언론단체들이 사회적 기구 필요성을 제기해 구성됐으며, 현재 시민사회단체·법조계·언론학계·현직 언론인을 망라한 16인의 위원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14일 오전 국회서 열린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법 개정 및 자율규제 방안 마련 토론회’는 위원회가 내달 최종 의견서를 발표하기에 앞서 검토 결과를 전하고,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추가 수렴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18일에는 그간 논의해온 '통합형 자율규제기구'의 윤곽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위원회 소속 김보라미 법률사무소디케 변호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인 △ 징벌적 손해배상제 △징벌적 배상제도의 고의·중과실 추정 또는 입증책임 전환 △ 기사열람차단제도 △ 정정보도제도에 대한 위원회의 논의 내용을 전했다.

김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국정농단 사건에서와 같이 확실하게 입증하기 어렵지만 합리적 의심이 존재하는 사안에 대한 초기 의혹 보도, 소송을 당한 후의 후속 및 추가 보도가 위축된다”며 도입의 이익보다 사회적 해악이 더 크다고 밝혔다. 입증책임 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문서화할 수 있는 취재원만을 대상으로 취재할 수밖에 없도록 언론 보도를 위축시켜, 미투 보도와 같은 익명보도를 약화한다. 고위 공직자 등의 공인이나 기업과 같은 정치적, 사회적 권력자들의 언론사에 대한 소송 남발남용을 방지하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

다수 의견과 거리를 둔 위원회 소수의견도 있었다. 김 변호사는 “악의적 허위 보도에 의한 실제 피해가 일반 손해배상으로 보전되기 어렵고, 언론 신뢰 강화를 위한 시그널 측면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은 의미가 있다”는 의견과, “‘고의‧중과실 규정을 명문화하되 고의‧중과실이 추정되는 경우를 모호하게 열거하면 언론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으니, 전반적인 추정을 전제로 그 추정이 부인되는 경우를 열거하는 방식의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기사열람차단제도는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 위원회 내부 이견없이 부적절하다고 합의 됐다”고 밝혔다. 정정보도제도에 대해서는 “(정정보도가) 눈에 띄게 해야 한다는 의견일치가 있었다”면서도 “개정안처럼 1/2로 일률적으로 정하는 방식은 피해자에게도 오히려 불합리할 수 있고, 기획기사인 경우는 적용 가능하지 않다. 피해자의 의사를 보장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 지금보다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자유로운 언론이 아니고 ‘자유롭고 책임있는 언론’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언론사의 책임도 강조되어야 하나, 언론사를 죄악시하고 언론사를 증오하는 대상으로 만들어가는 정치권의 문제도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에 앞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 제도를 폐지하고, 언론뿐만 아니라 일반시민에게도 허위정보 유통 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선제적으로 검토해야한다는 위원회 입장도 전달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윤지연 참세상 편집장은 상업광고를 받지 않는 독립언론의 입장을 전했다. 윤 편집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되지 않은 현시점에도 손해배상제도에 압박을 받고 있다. 참세상만 하더라도 2011년 노조파괴 사업장으로 유명했던 유성기업 관련 보도로 무더기 제소를 당했고, 5천만원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중재법을 보면 ‘반복적인 허위조작정보를 하면 중과실’ 조항이 있다. 당시 참세상은 유성기업 관련 기사를 460건 썼다. 투쟁이 시작되면 보통 장기화되고 다른 매체의 보도는 줄어든다. 독립언론은 언론으로부터 주목받지 못한 목소리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런 조항이 보도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 소속인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소송남발로 인한 위축효과를 우려하며 특히, ‘허위보도’ 판단 기준이 모호성을 꼬집었다. 손 변호사는 “사용되는 용어도 다의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이 주장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성폭력, 공산주의자, 검언유착 이런 단어를 법적 학술적 기준을 적용할지 사회적 맥락을 고려할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자들이 피해자들에게 허위보도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쉽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지금의 시스템 안에서 언론이 스스로 자율적인 규제가 이뤄졌다면 이런 타율과 관련된 논의를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자율적 규제) 논의가 시작된 지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가시적으로 보이는 게 없다. 여전히 대형언론사도 가십성 기사, 커뮤니티 발 기사를 보도하고 확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어디선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책임을 같이 져야 '기레기'라는 소리가 안 나오고 저널리즘의 질이 오를 것이다. 전체 환경의 문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홍익표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언론의 영향력이 막대해진 것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따르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오늘 토론회에서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우려와 해결방안을 제시해주시면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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