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저널리즘, 데스크가 바뀌어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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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MBC본부 성평등위원회, 젠더감수성 강연 시리즈 마련

15일 MBC 방송센터 골든마우스홀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성평등위원회 주최로 강연이 열리고 있다. ©PD저널
15일 MBC 방송센터 골든마우스홀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성평등위원회 주최로 강연이 열리고 있다. ©PD저널

[PD저널=장세인 기자] 미디어의 젠더감수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하루 이틀 나온 게 아니지만, 성평등한 언론사 조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장에선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데스크와 일선 기자들 간에 갈등이 불거지고, 제작진은 자기검열(역검열)에 빠진 게 아닌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MBC본부 성평등위원회가 젠더감수성을 위한 강연 시리즈를 마련한 이유다. 15일 열린 첫번째 강연에선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이 강연자로 나섰는데, 조합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언론의 2차 가해성 성폭력 보도는 꾸준하게 지적된 문제다. 한국여성민우회의 ‘성폭력보도가이드라인’(2006)과 <경향신문>의 ‘성범죄 보도 준칙’(2012), 한국기자협회의 ‘성폭력 범죄 보고 세부 권고 기준’(2012), 한국기자협회·여성가족부의 ‘성폭력사건 보도수첩’(2014) 등이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권김현영 소장은 성평등 저널리즘을 위해서는 언론사 조직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언론사 내의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가 변하지 않으면 성평등 보도는 어렵다. 어떤 언론사든 새롭게 들어오는 기자들이 기존에 있던 기자들보다 평등의식이 높다고 나오는데 이는 지식과 현장경험으로 젠더감수성이 쌓이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데스크와 의사결정권자들이 교육을 받아야 변화가 가능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그 긍정적인 변화의 사례 중 하나는 작년에 있었던 KBS 교육인데, 조두순이 출소됐을 당시 KBS의 데스크가 평기자들에게 가서 ‘뻗치기’ 보도를 하라고 시켰지만 평기자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성평등센터에 데스크 교육을 요청했다. 17명 정도 되는 데스크를 대상으로 ‘뻗치기’ 언론보도로 피해자가 이사를 가야하는 등의 문제점을 교육했고 KBS는 이후 그런 보도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성평등센터’, ‘젠더데스크’ 등 기관이 존재하고 평기자들이 문제제기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변화”라고 했다.

권김현영 소장은 성평등 저널리즘을 위한 제작환경을 조성하려면 아직 언론사 전반에 만연한 구조적 차별을 인지하고 △젠더 이슈 관련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 △‘젠더데스크’, ‘성평등센터’ 설립 등 임원들의 적극적인 시스템 변화 의지 △가이드라인 정기·집중·보편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겪는 고민거리를 꺼내보였다.   

한 라디오 PD는 “미투운동 이후 도덕적 문제가 있고 음원 성적이 아주 좋은 가수들의 신청곡이 들어오면 틀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며 "여성 제작자로서 검열의 반대급부로 역검열을 하게 되는데, 과한 도덕적 잣대로 방송을 제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권김현영 소장은 “어려운 질문이고 답이 있지 않다. 이런 문제는 이 이야기 자체가 공론화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 “해당 음원을 가진 사람은 이미 명성과 권력이 있을 텐데, 정말 그 음원 리스트밖에 없는지, 방송 콘텐츠가 상업성을 강요받는 것이 유일한 길인지 등 다양한 고민으로 이어져, 그들이 권력을 남용하지 않게 한다면 검열이냐 아니냐보다 다른 차원의 영역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고 대답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측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여건이 닿는 대로 계속 강연 시리즈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5일 언론노조 MBC본부 성평등위원회 주최로 열린 강연의 자료. ©언론노조 MBC본부 성평등위원회 제공
15일 언론노조 MBC본부 성평등위원회 주최로 열린 강연의 자료. ©언론노조 MBC본부 성평등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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