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댓글 구독 행태 보니, '정치 편식'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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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댓글 작성자 팔로우 기능 도입한 네이버, "사용자 간 활발한 소통" 기대
이용률 높지 않지만...'헤비 댓글러' 관심 두드러져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표현 강도 높아질 수 있어"...'집단화 유도' 지적도

네이버
네이버 뉴스의 '댓글 팔로우' 기능. ©네이버 공식 블로그

[PD저널=장세인 기자] 네이버가 최근 도입한 ‘댓글 구독‘ 서비스는 ’사용자 간 활발한 소통‘이라는 취지대로 쓰이고 있을까. 서비스 초기라서 아직까지 이용률이 높지 않지만, 꾸준하게 제기됐던 확증편향 강화 가능성이 엿보인다. 

네이버가 지난 7일 도입한 ‘댓글 구독’ 기능은 뉴스 댓글을 작성하는 이용자들을 팔로우할 수 있는 서비스다. 팔로우한 작성자가 쓰는 댓글을 최대 100개까지 댓글란 상단에서 볼 수 있고, ‘나의 팔로우 목록’에선 구독 댓글도 모아볼 수도 있다.

네이버는 “하루 50만 개의 댓글이 쏟아지는 뉴스 댓글 공간에서 어떤 작성자의 글을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다. 내가 선호하는 댓글 작성자의 글을 쉽고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사용자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댓글 팔로우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댓글 작성자 최대 500명까지 팔로우할 수 있다. 

네이버 언론사별 랭킹 뉴스를 살펴보니,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 작성자들도 댓글을 구독하거나 '팔로우'된 경우가 많지 않았다. 댓글 팔로워·팔로우가 0명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용하더라도 한 자릿수가 많다. 

'댓글 구독' 기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일부 이용자들은 '헤비 댓글러'거나 정치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경향이 눈에 띈다. 

팔로워가 33명, 팔로우가 19명으로 댓글 구독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아이디 hses****)가 대표적이다. 2016년부터 활동한 이 이용자는 지금까지 1만 19개의 댓글을 작성했고, 557만 3697개의 공감을 받았다. 최근 30일 동안 작성한 댓글·답글은 813개로, 하루 평균 27.1개꼴이었다. 

22일 동성 군인 간 성관계를 ‘추행’이라는고 본 기존 판례를 뒤집고 무죄 판결한 대법원 판결 기사에 “좌파들이 사법부도 말아먹었네”라는 답글을 다는 등 보수적인 성향이 두드러졌다. 

이용자의 팔로워, 팔로우도 대체적으로 비슷한 성향을 띠었다.  

팔로워인 한 이용자(chey****)는 <박홍근, 내일 본회의 소집 요청…“개혁법안 마타도어 중단돼야”(KBS) 기사 댓글에 “흑색선전 같은 소리” 답글을 달았다. 또다른 팔로워(silk****)는 <정호영 “국민눈높이가 도덕·윤리 잣대라면 한점 부끄럼 없다>(매일경제) 기사에는 ”이런 사람이 장관해야 한다. 지금까지 좌파 어느 놈도 이런 말을 한 자가 1도 없었다“고 답글을 적었다. 팔로우(chai****)는 <김오수 “국회·여론이 원치 않는 권력 수사는 하지 않을 필요도">(중앙일보) 기사에 ”강도 높은 적폐청산은 5년 내내 해야 할 것“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32명을 팔로워, 32명을 팔로우하는, ‘한동훈 모조리 쓸어버려’ 닉네임을 쓰는 이용자(Ilma***)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정반대 성향의 이용자를 팔로우하는 사례도 있다. 팔로우 57명, 팔로워 2명을 두고 있는 한 이용자는 ‘쓰레기만 팔로우함’이라는 아이디로 댓글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감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기사에 “대장동은 이재명이 국내 최초로 공공환수한 칭찬 받아야 할 사업”이라고 답글을 단 이용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57명의 팔로우는 댓글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네이버 뉴스의 댓글 팔로우 기능. ©네이버 공식 블로그
네이버 뉴스 '댓글 팔로우' 기능 이용자.

포털 뉴스 댓글의 정치 편향성은 꾸준하게 지적된 문제다. 

지난 1월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포털 뉴스 관련 인식조사에서 ‘댓글을 확인하지 않는다’고 답한 이용자의 68.2%는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들었다.   

네이버와 다음 뉴스에서 이용자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 총 1만 2000개의 내용을 분석한 논문 <포털 뉴스와 댓글에 대한 정파성 지각이 포털 뉴스 신뢰, 영향력 지각 및 선택적 노출에 미치는 영향>(한국언론학보, 2020)은 이용자의 정파성이 뉴스 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연구의 결론이다.

댓글 여론이 자신의 정파성과 일치할 경우 해당 포털 뉴스를 더 선호할 수 있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고 공유할 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 공동저자인 정낙원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댓글 구독' 서비스는 편리성을 가져다줄 수 있고 정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댓글의 내용이나 톤의 강도가 오히려 더 강해질 우려도 있다"며 "얼굴까지 공개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서비스도 퀄리티와 관계 없이 극단적인 내용이 많다. 보편적으로 그룹의 집단 규범이 형성돼 그 안에서 주목을 받으면 사회적 기대치에 부합하기 위해 더 강하게 의견을 표출하게 된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의도한 '댓글 자정' 효과보다 과시성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댓글 구독' 서비스가 비슷한 지향성을 가진 '댓글러'의 집단화까지 유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덕모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장)는 “해당 기능이 확증편향성이나 자신의 견해와 같은 의견만을 편집할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하면 객관적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팬덤을 형성하고 집단화를 이룰 우려가 있다”면서 “포털 뉴스 공간이 온라인 카페같이 팬덤 그룹을 형성하면서 마치 어린 아이들이 자기 취향에 맞는 음식만 편식하듯 세상을 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모 교수는 "새로운 서비스가 어떻게 정착하는지 다양한 이용자들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보고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구독 댓글' 서비스를 둘러싼 우려에 대해 “아직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용률 등 데이터가 집계된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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