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취재 갔다온 KBS 특파원 "전쟁보도 경험 없어 실력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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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진흥재단 '우크라이나 전쟁과 언론보도' 세미나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PD "외교부 엄격한 취재 제한, 심각한 알권리 피해"

한국언론진흥재단 '우크라이나 전쟁과 언론보도' 주제로 발제 중인 김영미PD 
한국언론진흥재단 '우크라이나 전쟁과 언론보도' 세미나 유튜브 중계 화면 갈무리. 

[PD저널=엄재희 기자]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전쟁 상황을 취재하는 국내 취재진을 왜 보기 어려운 걸까. '외신 받아쓰기' 전쟁 보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외교부의 엄격한 취재제한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7일 ‘우크라이나 전쟁과 언론보도’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분쟁지역 전문PD인 김영미PD는 “여행 금지 제도가 시작된 이후 국제 분쟁 뉴스의 대부분은 외신에 의존하게 되었다"며 “국민과 직결되는 중요한 취재를 외국 기자들에게 맡기게 되면서 국민의 알 권리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가 2007년 도입한 여행 금지 제도를 통해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전쟁‧내란 지역 등의 입국을 통제하고 있어, 전쟁 보도가 부실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쟁‧분쟁 지역을 취재하기 위해서는 외교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로워 독립PD나 프리랜서 기자는 신청조차 할 수 없다. 외교부가 요구하는 취재 허가서에는 취재 내용 및 일정과 경로를 표기해야하고, 경호 업체에 대한 정보도 넣어야 한다.

김 PD는 “취재 내용을 미리 알겠다는 건 외교부가 ‘데스크’가 되는 것이고, ‘검열’”이라며 “우리 취재진이 현장에 가서 우리의 시각을 가지고 전쟁 지역 보도를 하는 것은 당연한 기본 원칙인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3월 18일 SBS 취재진과 함께 국내 언론사 중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입국한 유원중 KBS 파리특파원도 외교부의 여행 금지 제도와 예외적 여권사용허가제도에 대해 비판했다.

유원중 특파원은 "(전쟁보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실력도 없다"며 "여행 금지 제도가 없던 2003년만 하더라도 바그다드나 이라크 전쟁을 취재했던 국내 취재진이 100명 가까이 있었다. 전쟁보도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지 않았더라면, 언론사 시스템이 더 잘 발전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임영호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 보도의 출처가 거의 서방외신, 그것도 영어권 외신에 국한되어 있다. 러시아 쪽은 싹 사라졌다”고 언론의 외신 인용 편향성을 지적했다.

세미나 사회를 본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전쟁보도는 그 사회의 저널리즘 역량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치가 상승됐음에도 전쟁보도가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건, 우리사회가 도달한 수준에 비해 보도 역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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