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마더스 클럽', '스카이캐슬'과 다른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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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마더스 클럽', '스카이캐슬'과 다른 비극
JTBC '그린마더스클럽', 엇나간 교육이 부모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2.05.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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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은 제목만 보면 뭔가 대단한 엄마들의 모임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영어를 풀어보면 ‘녹색어머니회’다. 아침 등굣길에 횡단보도에서 파란불과 빨간불에 맞춰 아이들을 건너게 하고 막아서며 등교지도를 하는 엄마들.

녹색어머니회는 다 똑같은 녹색 겉옷을 겹쳐 입고 거리로 나선다는 점에서, 그 옷을 입은 엄마들의 사회적 지위나 직업 등이 가려진다. 또 사회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던가에 상관없이 이들은 모두 녹색어머니회의 옷을 입고는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린마더스클럽>은 부모의 부나 지위에 따라 아이들 클래스가 달라지는 경쟁적인 현실 속에서도 결국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들이 녹색어머니회처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공감대를 가지며 무언가와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걸까.

처음에는 그렇게 보였다. 상위동으로 새로 이사 온 이은표(이요원)가 초등 커뮤니티의 엄마들과 적응하지 못해 겉돌지만 어느 날 옥상에서 그 커뮤니티의 최고 핵인싸인 변춘희(추자현)를 만나 잠시 함께 일탈하고 서로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하지만 그 곳 펜트하우스에서 사는 이은표의 옛 친구인 서진하(김규리)가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런 예측은 빗나가기 시작한다. 

서진하는 파리에서 이은표가 사귀었던 루이(최광록)를 빼앗아 결혼한 인물로 정신적으로 불안한데다 집착이 심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서진하와 죽기 직전에 만났던 변춘희가 의심받는 걸 피하기 위해 이은표와 루이가 불륜을 저질렀고 그것 때문에 서진하가 괴로워했다는 루머를 퍼트리면서, 변춘희와 이은표의 갈등이 시작된다.

여기에 은표의 아들 동석(정시율)이 과학영재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영재원에는 동석과 박윤주(주민경)의 딸 수인(박예린)만 합격을 한다. 영재원에 떨어진 유빈(주예림)은 질투심과 시기심에 동석이 성추행을 했다고 거짓말을 해버린다. 유빈은 수인에게도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하지 않으면 엄마가 마트에서 일하는 걸 폭로하겠다고 협박한다. 결국 이 사건은 수인이 이은표에게 자신이 유빈에게 협박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음으로써 진실이 드러나고, 분노한 이은표는 변춘희와 제대로 맞붙게 된다.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여기서 흥미로워지는 건 애초 변춘희 같은 과한 교육열을 가진 엄마들과는 다르다 선을 그었던 이은표가 점점 그들을 닮아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어차피 1등하는 놈 말만 믿고 꼴등하는 놈 말은 안 믿는 곳이잖아. 여기가. 그러면 우리말을 믿게 하려면 우리가 1등하면 돼.” 이렇게 말하게 된 이은표는 대놓고 변춘희의 딸 유빈과 자신의 아들 동석을 대결시킨다. 그렇게 수학경시대회에 나간 동석은 결국 1등을 차지하고 사람들은 진짜로 변춘희가 아닌 이은표 주변으로 몰려들고 그의 말을 믿으려 한다. 

<그린마더스클럽>은 애초 <SKY캐슬> 같은 드라마가 아닌가 하는 추측들이 나왔지만, 그것과는 사뭇 다른 관전 포인트를 보여준다. 즉 아이의 등수가 엄마들에 대한 커뮤니티에서의 위치를 결정하고 학교부터 학원까지 연결된 교육시스템 속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어떤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가가 바로 그것이다. 이 교육시스템 안에서는 애초 “저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던 엄마도 어쩔 수 없이 그 이전투구의 장에 뛰어들게 되고, 아이들 싸움은 엄마들의 싸움이 되며 나아가 엄마들의 싸움 역시 아이들 싸움으로 비화된다. 

치고받는 엄마들과 아이들의 싸움을 보다보면 다시금 똑같은 녹색 겉옷을 걸쳐 입고 아이들 등굣길을 지도하던 ‘녹색어머니회’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결국 이 미래의 성공을 위해 상처를 입어가며 부딪치는 싸움은 아이들의 안전조차 위협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걸 감지하는 순간 이 엄마들은 과연 변화할 수 있을까. 녹색 옷을 걸치고 아침 일찍 나와 아이들 등굣길을 지도하던 그 마음, 아이들이 안전하기만을 바라던 마음을 다시금 되찾을 수 있을까. 이 부조리한 교육 시스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건 바로 그런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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