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조국', 우리는 '조국 터널'에서 빠져나왔나
상태바
'그대가 조국', 우리는 '조국 터널'에서 빠져나왔나
이승준 감독 연출한 '그대가 조국' 25일 개봉
  • 엄재희 기자
  • 승인 2022.05.13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그대가 조국' 보도스틸.
영화 '그대가 조국' 보도스틸.

[PD저널=엄재희 기자]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그대가 조국>은 2019년 8월 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에 지명된 이후부터 장관직을 사퇴한 10월 14일까지 67일간의 과정을 촘촘히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당시 우리 사회는 ‘조국’을 두고 양극단으로 치달았다.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선 ‘조국 수호’가, 광화문 광장에선 ‘조국 퇴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찰은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섰고, 언론은 '검찰발' 사소한 정보까지 '단독'을 달아 기사를 쏟아냈다. '과잉수사'와 '수사정보 유출'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검찰과 언론의 사퇴 압력은 점차 노골화되었고 조 전 장관과 그의 가족, 주변 인물까지 수모를 겪어야 했다. ‘검찰개혁’을 천명한 조 전 장관은 그렇게 장관직 사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광기라 불릴만한 시간이었다. <그대가 조국>은 한 발자국 물러서서 사안을 처음부터 훑어본다. 이 사건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힐 때쯤 정경심 교수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확정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언제 열릴지도 모를 재심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표창장이 위조되지 않았다고 믿는 동양대 장경욱 교수는 여전히 증거를 모으고 있고, 포렌식 전문가인 박지훈 씨도 표창장 위조의 증거로 제시된 PC가 오히려 정경심 교수의 무죄를 입증할 자료라며 추가 분석에 나섰다. 

“검사는 피고인을 고를 수 있다. 기소할 ‘사건’이 아니라 ‘피고인’을 고르는 것”이라는 로버트 잭슨 전 미국 연방 검찰총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한 <그대가 조국>은 ‘나에게도 검찰의 칼날이 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고위공직자 자리에 오른 조 전 장관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조 전 장관 가족과 주변의 지인들도 검찰의 칼을 피해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정경심 교수의 동료였던 장경욱 교수는 '검찰 소환조사에서 받은 모욕을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조국 동생의 지인인 박준호 씨는 "설명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는데 말을 탁 끊고, 검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든지 아니면 책상에 있는 자기 책을 팔로 팍 치면서 쓰러뜨리면서 질문을 했다"며 검찰 조사 과정에서 불쾌감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캄캄한 터널”과 같았다며 지난 3년의 시간을 회고하지만, 긴 터널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물은 조 전 장관뿐만이 아니었다. <그대가 조국>은 ‘검찰공화국’에서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연출을 맡은 이승준 감독은 세월호 참사를 담은 <부재의 기억>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달팽이의 별>로 한국 최초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장편 경쟁부문 대상을 받은 국내 다큐멘터리 장르 대표주자다.

그는 10일 열린 언론사사회에서 “찬찬히 살펴보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그러다 보면 진실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점을 잘 드러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영화 시사회가 열린 날은 조 전 장관을 수사한 검찰의 최고 책임자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기도 했다. 언론시사회에서 영상으로 등장한 조 전 장관은 “제가 바라는 것은 당시 사태에 대해서 다른 시각, 다른 경험, 다른 증언이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번 다큐는 우리사회에서 보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윤석열 당선자를 찍은 분들이 많이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조국의 강’을 두고 갈라져 있다. 이 다큐가 이 강의 폭을 좁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24억원이 모인 <그대가 조국>은 오는 24일부터 10만 관객을 목표로 전국 영화관에서 시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