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린 공영방송 협약제도 논의..."방송법 체계 전면 개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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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실린 공영방송 협약제도 논의..."방송법 체계 전면 개편 필요"
尹 정부 국정과제 '공영방송 협약제도 도입' 논의 본격화
방통위 "의견수렴 거쳐 협약제도 구체화"..수신료 산정·사장 선임 활용 방안 제시
KBS 측 "공영방송 법 제도 마련 전제되어야...단순 재허가 제도 대체는 위험한 발상"
  • 박수선 기자
  • 승인 2022.05.1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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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통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주최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와 협약제도 토론회'가 열렸다. ©PD저널
1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통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주최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와 협약제도 토론회'가 열렸다. ©PD저널

[PD저널=박수선 기자] 공영방송에 재허가 제도를 없애고 협약제도를 도입하는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협약제도를 TV수신료 산정과 사장 선임에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된 가운데 협약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전면적인 규제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영방송 협약제도 도입은 2020년 출범한 5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주요하게 추진해온 과제다.

기존 재허가 제도 대신 공영방송과 정부(방통위)가 공적 책무와 운영원칙 등을 협약 형태로 체결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실적으로 공영방송의 재허가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제도적 한계와 민영방송과 다른 공영방송만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윤석열 정부도 110대 국정과제에 ‘공영방송 공적 책무 협약을 통한 책임경영 강화’를 넣었다.   

18일 방통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주최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와 협약제도 토론회'에서 성욱제 KISDI 방송미디어연구본부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방송사업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기존 재허가 제도에서 벗어나 상호 합의에 기반하는 협약제도를 도입하면 공영방송의 독립성, 자율성, 책임성이 제고될 것”이라며 “기존 재허가 제도는 사업 면허 연장 여부의 성격이 강했다면, 협약제도는 이행 결과의 피드백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공영방송 협약제도의 도입 의의와 주요 쟁점’을 주제로 발표한 성욱제 본부장은 “평가 결과를 3~4년 단위로 이뤄지는 수신료 산정에 연동하자는 게 첫 번째 안이다. 사장 연임이나 새롭게 사장을 선임할 때도 협약의 결과를 보고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협약구성안에 따르면 KBS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재난 포함) 제공 및 공론장 조성△창의적·차별적·고품질 프로그램 제공 △다양한 공동체 반영, 사회통합 기여 △민족문화 전달·계승 및 국제교류 활성화를 공적 역할로 두고, △시청자의 참여 제도 △ 운영 전반에 걸친 정보의 투명한 공개(설명책임) △접근성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 △효율적 운영 △협력업체와의 상생 등을 운영원칙으로 삼는 방식이다. 

BBC 모델에서 따온 것인데, BBC는 영국정부와 특정 프로그램 편성 시간과 투자 등 구체적인 운영을 담은 협약을 체결하고, 매년 이행실적을 담은 연차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유효기간은 현행 재허가 기간(5년)과 사장 임기(3년) 등을 고려해 6년으로 제시했다. 미이행시에는 개선 계획을 요구하거나 시정명령을 내리는 방안이 언급됐다.  
  

18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와 협약제도 토론회'에서 성욱제 KISDI 본부장이 '공영방송 협약제도 도입 의의와 주요 쟁점'을 발표하고 있다.
18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와 협약제도 토론회'에서 성욱제 KISDI 본부장이 '공영방송 협약제도 도입 의의와 주요 쟁점'을 발표하고 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현재 재허가 제도와 방송평가가 유명무실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협약제도를 도입하면 역무 중심으로 달성 여부만 체크하기 때문에 평가 자체가 간단명료해진다. 또 공영방송 제도가 정치적 투쟁이 아닌 정책적 담론으로 논의가 획기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웅 교수는 공영방송 협약제도 도입에는 방송법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교수는 “재허가 제도를 바꾸려고 해도 개정해야 하는 법 조항이 한 둘이 아니다. 2000년 제정한 방송법을 폐기하고 시청각매체법을 제정해 사업자들이 새로운 역무(서비스)에 창의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법 체계를 바꾸는 게 맞다”며 “위계적 통제가 아니라 법령과 소통의 도구를 활용한 협상과 조정을 통해 공영방송에 대한 폭넓은 규제의 연결망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도 큰 틀에서는 공영방송 협약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다만 협약의 주체가 규제기관이고, 시민 참여 방안이 미비해 세심한 제도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협약의 내용과 결과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데, (윤석열 인수위의) 미디어 정책 브리핑 등을 보면 미디어 공공성은 탈규제, 자율규제 속에 주변화되어 있다는 느낌”이라며 “정치적 후견주의가 완전히 극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영방송 협약 당사자인 규제기구가 어떤 협약을 가지고 나오든지 정당성, 실효성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공영방송 공영성과 함께 시청자·시민 복지와 권한도 제도적으로 모호하다. 가장 좋은 것은 시민사회 전문가,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미디어 공공성 개혁 위원회를 만드는 등 대안들이 나와야 한다”고 시민 참여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대학 교수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자율성을 보장하고 나아가 한번도 정의하지 않은 공영방송을 제도화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협약에서는 갑과 을만 두고 있는데, 방통위가 갑을 대변한다면 시민이 감시하고 협약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했다.  

협약 당사자인 KBS 측에서는 공영방송에 대한 제도 확립과 진흥 방안을 전제로 협약제도가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KBS 공영성강화프로젝트팀 소속인 김대식 박사는 “협약제도는 공영방송의 기능과 권한, 독립성, 자율성을 완전히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을 전제로 가능하다. 재정적인 보완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며 ”단지 재허가와 평가제도를 대체하는 것으로 협약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약 제도를 신의성실 원칙에 맞게 ‘공영방송을 공영방송답게’ 하려면 시청각 매체법 제정이 되어야 하고, 공영방송 책무 규정과 재정적 보장, 특권이  부여될 수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헌 방통위 방송정책기획과장은 “갑과 을이 아니라 함께 협약(내용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며 “올해는 방통위와 학계, 업계, KBS와 EBS가 협력해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다. 전문가 등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협약제도를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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