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제빵사 외로운 투쟁..언론, 침묵하거나 '노노갈등'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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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제빵사 외로운 투쟁..언론, 침묵하거나 '노노갈등' 프레임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 단식농성 53일 동안 '경향' '한겨레' 등 일부 매체만 관심
조선일보 "민주노총 ‘투쟁’에 점주도 직원도 열받았다" '노노갈등' 부각
  • 엄재희 기자
  • 승인 2022.05.25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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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단식 농성에 돌입한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 ⓒ민주노총
지난 3월 28일 단식 농성에 돌입한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 ⓒ민주노총

[PD저널=엄재희 기자] 유명 프렌차이즈 SPC 그룹 파리바게뜨 노동자가 53일간 단식을 하고 SNS에선 SPC 그룹 회사의 제품을 불매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되고 있으나, 언론은 이 노동 문제에 무관심하다. 언론의 일상화된 노동의제 외면은 늘 비판의 대상이지만, 노동 현장에는 여전히 언론이 없다. 

지난 19일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인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회사의 노조 탈퇴 회유와 승진 차별 등 노조 탄압에 항의하고 2017년 도출된 급여 개선, 휴가권 등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며 돌입한 단식을 53일만에 중단했다. 단식은 끝났으나 시민단체와 함께 문제제기를 이어가겠다고 했고, 7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결성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SPC 불매 운동 등을 선포했다. 이에 동조하는 시민들이 파리바게뜨 대신 동네 빵집을 이용하자는 ‘동네빵집_챌린지’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유명 대형 프렌차이즈에서 벌어진 노동권 문제에 시민사화계가 호응하고 있지만, 언론의 관심은 낮았다. 임 지회장이 단식을 시작한 3월 28일부터 5월 24일까지 뉴스 검색 시스템 빅카인즈에 ‘임종린’ 키워드를 넣을 때 나오는 기사는 29건뿐이다. 그나마 <한겨레>(10건) <경향신문>(8건) 등 일부 매체가 이 문제를 적극 보도하고 있다. <한겨레>는 19일 사설에서 “평소 즐겨 먹는 빵 뒤에 감춰져 있던 노동자들의 눈물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노조에 대한 시대착오적 행태를 보이는 기업이 언제까지나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순 없다는 사실을, 에스피씨 쪽은 되새기기 바란다”고 SPC의 대응을 비판했다.

 KBS‧MBC‧SBS 방송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메인뉴스를 살펴봤더니 이 기간 동안 MBC만 <뉴스데스크>에서 지난 3월 30일 <"노조 탈퇴하면 승진" 노조탄압 파리바게뜨 관리자 9명 기소되나?> 리포트를 내보냈다. KBS는 시사프로그램 <시사직격>에서 '앞으로는 상생, 뒤로는 노조파괴? 두 얼굴의 SPC' 제목으로 SPC의 노조 탄압 과정을 상세하게 전달했다. 

일부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하다 '노노갈등'을 부추긴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교섭단체인 한국노총 소속 노조와 민주노총 소속 노조로 나뉘어있다. <조선일보>는 임 지회장의 단식농성이 중단된 다음날인 20일 <SPC 불매운동, 릴레이 단식... 민노총 ‘투쟁’에 점주도 직원도 열받았다>기사에서 한국노총 소속 PB파트너즈 노조가 “3400여곳의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제조기사 노동자의 처우가 최악인 것처럼 악랄하게 묘사하는 편협한 외부 세력이 있다"고 논평을 내고, 파리바게뜨 점주들이 회사에 “떼법에 기초한 요구에 화답하지 말아달라”고 공문을 보냈다고 전했다. 기사 말미에는 "이 과정에서 ‘불법’과 ‘범죄’도 여러차례 벌어졌다"며 민주노총의 일탈 행위를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임 지회장이 단식 중일 때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은 "임 지회장이 요구 중 하나는 '조직적인 노조 파괴 공작에 사과하고 조치하라'안데, <조선일보> 기사는 이런 주장을 축소하고, 가맹점주와 다른 노조를 앞세워서 '노노갈등'으로 몰아간다"며 "SPC가 조직적으로 노조파괴 공작을 벌인 사실은 보도하지 않으면서, 일부 노조원의 불법 행위를 언급하며 노조혐오만 부추겼다"고 말했다.

언론의 일상화된 노동의제 외면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노동자가 고공농성, 단식 등 몸을 던지는 투쟁에 나서면 반짝 관심을 가질 뿐, 그들이 어떤 문제때문에 시위에 나섰는지 맥락을 짚어주거나 사회적 의제화 하는 경우는 드물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한국의 노동문제는 복잡해지고 있는데 기자들이 이를 설명하고 지적하는 역량이 부족하다. 기업에서 쓰는 홍보자료 받아쓰는 게 더 편하고, 문제를 취재하고 분석하는 훈련이 안 되어있는 기자들이 많다"며  "지금은 많이 희석되었으나 특권의식을 가지고 노동 문제를 바라보니, 노동 문제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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