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 없는 '범죄도시2' 아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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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 없는 '범죄도시2' 아쉬운 이유
쾌감과 공포 선사하는 '범죄도시2', 문제는 너무 완벽하다는 것
  • 무무 영화평론가
  • 승인 2022.05.27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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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2' 스틸컷.
영화 '범죄도시2' 스틸컷.

[PD저널=무무 영화평론가] 말하자면 <범죄도시2>는 재미있으면서 이상한 영화다. 영화를 접한 후에 느낀 이상함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워 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안타깝게도 그 이상한 느낌이 좋은 방향을 향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일단 <범죄도시2>에 나오는 장면들은 하나하나 밀도가 높다. 감성이나 완결성의 밀도가 높다는 뜻은 아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은 예외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밀도 높게 응집되어 있다. 한 눈 팔지 않고 제가 맡은 기능을 잘 수행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은 크게 두 가지 목표 중 하나로 수렴되는데, 하나는 '쾌감'이고 다른 하나는 '공포'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장면들은 관객을 즐겁게 하거나, 부들부들 떨도록 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다. 전자는 주로 마동석이 담당하고, 후자는 손석구가 맡았다. 

마동석이 책임지는 쾌감이란, 자잘한 말장난에서 터지는 소소한 웃음부터 시원한 액션으로 인해 터져나오는 탄성까지 그 모두를 포괄한다. 그가 나오면 우리는 안심한다. 영화 속의 선량한 시민들뿐 아니라 관객인 우리 조차 어떠한 불안도 느끼지 않게끔, 모든 장면 마다 듬직한 수문장처럼 버티고 서서 문제를 척척 해결하며 끝내 모두를 웃게 만들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반면 손석구는 반대의 측면에서 듬직하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관객석에서는 예외없이 안타까운 탄성과 희미한 비명이 새어나온다. 그는 어떤 순간에도 스크린에 핏빛 어린 인장을 새겨넣는 데 성공한다. 말하자면 이 영화에는 두 개의 서사, 두 개의 장르가 존재한다. 코믹과 스릴러. 살리는 형사와 죽이는 범죄자. 이 둘 사이의 대비와 경쟁이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완전히 에너지가 다른, 절대 호환될 것 같지 않은 둘이 만나면 과연 어떻게 될까? 이미 결과를 예상하지만, 우리는 끝내 그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영화 '범죄도시2' 스틸컷.
영화 '범죄도시2' 스틸컷.

<범죄도시2>에 나오는 모든 장면들이 쾌감 혹은 공포를 확실하게 전달하며 목표를 완벽히 수행한다는 점은 분명히 칭찬받을 만하다. 그것이 오락영화 아니겠는가. 이 영화는 전편에 비해 매끈하며 완성도 높은 오락성을 선보인다는 호평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완벽하다는 것이다. 개별 장면들은 어떤 순간에도 예외 없이 관객을 웃고 웃기지만, 그것들을 하나로 모아 보니 도리어 조금 기이하다. 아마도 이상용 감독은 단 하나의 장면도 낭비하기 싫었거나, 약간은 초조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영화의 모든 장면들이 정확히 자신의 목표를 수행하며 기능적으로 소비되도록 조직했다. 그리고 내가 느낀 이상함은 그 완벽함과 관련이 있다.   

그런 순간이 있다. 흠 없이 완벽한 미소를 띄운 사람과 만나, 울고 웃기는 화려한 말솜씨에 빠져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집에 돌아왔을 때, 문득 그를 하나도 모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 나는 그가 준비한 예쁜 외면을 보았을 뿐 정작 사람은 보지 못한 것이다. 간혹 사람의 향기는 그가 준비되지 않은 순간에 뿜어져 나온다. 머뭇대고 주저하고 당황해 입술을 깨무는 그런 순간들. 의도치 않은 순간. 목적 없이 소요되는 잉여의 순간에 우리는 누군가의 내면을 엿보게 되며 비로소 그가 어떤 인간인지를 감지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정확히 목표를 수행하는 <범죄도시2>의 장면들 사이에는 잉여의 순간이 없다. 실수 없이 진행되는 이 영화의 연출은 도리어 영화의 색과 향이 옅어지게 만든다. 전편은 비록 거칠지만 보다 분명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또한 이것은 단순히 매력없음을 넘어 어떤 어색함을 자아낸다. 그 이유는 영화가 (앞서 설명했듯이) 강렬하게 대비되는 두 개의 서사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핵심은 '형사의 서사'가 '범죄자의 서사'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둘 다 강력하지만, 종국에는 석도(마동석)가 해상(손석구)을 이기고 승리를 거머쥔다. 비록 석도는 시종 해상을 잡고싶어하지만, 기본적으로 두 남자의 서사 사이에는 어떤 교류도 없다. 그저 하나가 다른 하나를 집어삼킬 뿐이다. 코믹과 스릴러, 상반된 두 세계는 제각기 진행되다 어느 순간 하나가 다른 것을 완벽히 압도한다. 이것은 다소 손쉽고 어색한 결론처럼 보인다. 

'범죄도시1' 스털컷.
'범죄도시1' 스털컷.

전편에서는 미약하지만 잉여의 순간이 있었다. 현장이 두려워 강력계를 떠나겠다는 홍석(하준)에게 석도는 고백한다. 자신도 그런 순간이 있었노라고. 이런 장면은 석도라는 캐릭터에 또 하나의 색다른 결을 그려넣는다. 그리고 코믹과 스럴러 장르 사이에 머물며 둘 사이를 느슨하게 연결짓는다. 그 순간 빽빽하게 진행되는 영화에 선선한 바람이 불며, <범죄도시>에 고유의 색을 입혀진다. 오락성의 측면에서 한층 성장한 <범죄도시2>에 이런 순간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알고 있다. 누군가는 분명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오락 영화가 왜 그런 것까지 갖춰야 하느냐고. 지금의 성과로도 충분한 것 아니냐고. 그렇다면 그저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잔소리라고 해두자. 이 시리즈가 2편으로 끝나지 않으리란 점은 분명해 보이니. 어슬렁거리고, 주춤대는 순간들. 영화가 쏜 화살이 과녁의 정중앙에 꽂히지 않고 느닷없이 빗나가는 순간들. 이 시리즈에는 그런 순간들이 필요하다. <범죄도시2>는 조금 더 힘을 빼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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