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한쪽 가득 채운 '기자 조롱 캐리커처'..."오보 사과하면 지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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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한쪽 가득 채운 '기자 조롱 캐리커처'..."오보 사과하면 지우겠다"
서울민예총 주최 전시회에 걸린 '전현직 기자 120명 캐리커처' 논란
기자협회 등 언론계 법정 대응 예고...작품 그린 작가 "언론계 전반 비판은 타격감 없어"
  • 엄재희 기자
  • 승인 2022.06.08 19: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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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우 작가의 'ㄱㄷㄱㅌㅊㅍㄹㅈㅌ(기더기퇴치프로젝트)' 작품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 주최 '굿바이전 시즌2'에 전시된 박찬우 작가의 'ㄱㄷㄱㅌㅊㅍㄹㅈㅌ'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이른바 '기자 조롱 캐리커처’로 논쟁의 중심에 선 박찬우 작가는 기자협회의 전시 중단 요구에 대해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기자들이) 오보에 대해 정정보도를 하면 캐리커처를 지우겠다”고 말했다. 

8일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이하 서울민예총)이 주최한 <굿,바이 展 시즌2> 전시가 열리고 있는 광주광역시 메이홀에서 만난 박찬우 작가는 언론개혁을 위해 "타격감이 없는" 언론계 전반이 아니라 기자들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언론개혁을 위한 예술가들의 행동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굿,바이 展 시즌2>는 박찬우 작가가 ‘120명의 전현직 기자를 풍자한 캐리커처’로 언론계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기자 집단의 멸칭인 ‘구더기’(기자+구더기) 퇴치 프로젝트의 자음을 따 ‘ㄱㄷㄱㅌㅊㅍㄹㅈㅌ’라고 명명한 작품에는 전현직 기자 120명 이름과 붉은색으로 칠한 캐리커처가 빼곡하게 채워져있다.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등 기자 출신 몇 명을 빼고는 대다수가 현직 기자들이다. 

전시장의 한쪽 벽면을 채운 대형 캐리커처는 실제로 보니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풍겼고, 걸개그림 옆에 적혀 있는 ‘기레기 십계명’은 언론인을 향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기자협회와 서울민예총은 ‘기자 캐리커처’를 두고 날선 성명을 주고받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기자협회는 "언론과 언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언론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전시"라고 반발했고, 서울민예총은 전시에 참여한 작가 일동 명의로 "언론의 자유가 소중하다면 가짜뉴스나 허위뉴스를 내보낸 기자들부터 반성하는 것이 먼저"라고 맞받았다.  

기자협회는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작품의 표현 방식이 폭력적·모욕적이라는 입장이다.  

박찬우 작가는 선정 기준과 관련해 “제 기준으로 가짜뉴스, 허위뉴스라고 판단이 되면, 해당 기자가 속한 언론사 홈페이지로 가서 어떤 기사를 썼는지 찾아봤다”며 “크로스체크도 했다. 미디어비평을 하는 유튜브 채널, SNS의 도움도 받고, ‘레포트레쉬나 ‘노룩뉴스’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들이 대상에 올라 정파성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프레임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박 작가는 고 박지선 씨의 유서를 공개한 조선일보 기자와 한 웨딩클럽에 ‘갑질’을 해 논란이 된  전 JTBC 기자, '장충기 문자' 속에 등장하는 기자들도 선정됐다고 거론하면서 “이게 어떻게 정파적인가. 이건 프레임이며, 그들이 가장 쉽게 저를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민예총 주최 전시장에 게시된 '기자 캐리커처'
서울민예총 주최 전시장에 게시된 '기자 캐리커처'ⓒPD저널

언론계 안팎에선 언론 개혁의 필요성이 공감하더라도 기자 개개인을 공격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많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한국언론이 전체적으로 신뢰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기자들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면서도 “개인의 실명을 공개하기보다는 저널리즘으로 중심으로 비판을 해야지 기자를 인신공격한 건 적절하지 않다. 개인에게 모욕을 주게 되면 자기검열 하게 될 것이고, 언론의 자유가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캐리커처 명단에 포함된 한 기자는 "비판 받아 마땅한 보도를 한 기자도 일부 보이는 반면, 다수 기자들은 사유가 일관되지 않거나 납득되지 않아 전시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며 "전시 주최측이 속한 작은 커뮤니티의 기분을 건드린 기자들을 상대로 일단 감정풀이하려는 목적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박찬우 작가는 기자를 대상으로 한 인신공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 최고의 권력이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사를 비판해도 되고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 문제라는 이야기는 모순”이라며 “언론 전체를 대상으로 비판하면 타격감이 없다. 기자들이 뒤에 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캐리커처 대상이 된 기자들의 동의를 얻은 뒤 민사소송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기자들이 속한 <조선일보>와 <한국일보>는 박 작가와 서울민예총에 내용증명서를 보내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일보>는 전시 금지를 요청하면서 "전시회를 강행할 경우 기자별로 해당 전시일수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기초로 인격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고, 형사적으로도 법적조치를 준비할 예정"이라며 "해당 작가에 대해서도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 작가는 전시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처음부터 각오를 하고 시작했다. (전시 중단) 가처분 결정이 나오더라도 비용을 내며 작품 전시를 계속할 생각”이라며 “광주 이후에 전시할 장소를 섭외 중인데 잘 안 되고 있다. 광장에서 전시할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민예총 측은 오는 11일 메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 중단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박 작가는 “억울한 피해자(기자)가 생길 수 있다.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보내면 검토하겠다”면서도 “실수가 있다면 저도 책임을 지고 사과하겠지만, (기자들도) 오보에 대해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고 본다. 오보에 대해 정정보도를 하면 캐리커처를 지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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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람 2022-06-17 00:14:01
대단한 작품~~! 과연 Artists help people move!!

멸공 2022-06-12 14:03:20
진정한 언론인들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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