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대본집...'인생드라마' 곱씹고 소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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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만 21종 쏟아진 대본집...'우리들의 블루스' 대본집 내달 출간
'취향저격' 드라마 다양한 형태로 소비하는 행태 반영

서점에 진열된 대본집들. ©PD저널
서점에 진열된 대본집들. ©PD저널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지상파 방송사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대본집에 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그간 TV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서 노출된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며 ‘미디어셀러’가 된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대본집 자체가 인기를 끄는 현상은 이례적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의 방영이 끝난 후 여운을 이어가고자 대본집까지 소장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사와 지문으로 구성된 대본집, 감각 있는 연출을 엿볼 수 있는 포토북 에세이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OTT를 통해 드라마 몰아보기 및 반복 시청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려는 욕구가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tvN<우리들의 블루스>는 지난 12일 자체 최고 시청률 14%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노희경 작가는 이번 드라마에서 ‘살아 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라’라는 메시지로 울림을 전하는 동시에 주옥같은 명대사로 화제를 낳았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장이수로 신스틸러 역할을,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순대 장수 인권으로 분했던 배우 박지환은 <아이즈>와의 인터뷰에서 “대본이 문학에 가까웠을 정도로 정말 멋졌다. 특별히 생각하거나 연구하지 않아도 됐을 만큼”이라며 대본의 완성도를 치켜세웠다. 드라마의 배경인 제주도에서 제주 방언의 맛을 살린 노 작가의 무삭제 작가판 대본집은 내달 출간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 종영 이후 대본집 출간은 때때로 이뤄졌지만, 이를 소비하는 대중의 반응이 달라지면서 대본집 출간에도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7일 예스24가 올해 1~5월 판매량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출간된 대본집은 총 21종으로 최근 3년 이래 가장 많았다. 판매량 역시 작년 상반기 대비 108.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를 살펴보면 지난 1월 종영한 SBS<그해 우리는> 대본집 1·2권이 판매 1·2위를 나란히 차지했으며, 10만 부 넘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출간 예정인 tvN '우리들의 블루스' 대본집.
내달 출간 예정인 tvN '우리들의 블루스' 대본집.

JTBC<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구씨 신드롬’과 ‘추앙’ 밈을 탄생시킨 박해영 작가의 전작 <나의 아저씨> 대본집은 종영된 지 4년 만인 지난 3월 출간됐다. 배우 인터뷰와 감독, 작가의 말과 영상으로 표현된 베스트 장면을 선정해 포토 에세이처럼 구성했다. <나의 아저씨>는 출간 이후 대본집 판매 순위 3위에 올랐다.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 대본집도 지난달 출간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본집은 배우들의 실제 메모와 감독의 연출 방식이 그대로 수록돼 있으며, 포토 에세이는 누적 판매 6만 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갯마을 차차차>(북로그컴퍼니), <옷소매 붉은 끝동>(청어람), <술꾼도시여자들>(북로그컴퍼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21세기북스), <기상청 사람들>(오브제), <서른, 아홉>(아르테), <군검사 도베르만>(북캣) 등의 대본집이 경쟁적으로 출간되고 있다. 대본집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것은 마니아층을 넘어 대중적 호응에 힘입어 판매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배경에는 영상 콘텐츠의 커진 영향력이 한몫한다. 요즘 콘텐츠 소비자들은 단순히 드라마를 시청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절대적 취향에 걸맞은 콘텐츠라면, 반복적으로 소비하고 다양한 형태로 즐기길 원한다. 콘텐츠를 다각적으로 감상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 대본집은 대사와 지문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를 구현한 연출, 감정을 살린 배우의 연기가 담긴 영상과 비교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무삭제 작가판의 경우 방영된 드라마와 달리 생략된 장면을 짚어보는 등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 표현하고자 의도를 다시금 곱씹어볼 수 있다. 드라마 종영 이후 대본집을 소장하려는 시청자들이 부쩍 늘어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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