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질 친 美 판결...신문들 "‘낙태죄’ 입법 공백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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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권 보장한 판결 뒤집은 미국 연방대법원...'인권 후퇴' 비판 확산
韓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3년 동안 '입법 공백'
한국일보 "'성평등 퇴행' 정부와 여당 입장 입법에 영향 미치지 않을까 우려”

[뉴욕=AP/뉴시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맨해튼 공원에서 손팻말을 든 여성들이 낙태 권리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AP/뉴시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맨해튼 공원에서 손팻말을 든 여성들이 낙태 권리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PD저널=박수선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중단권을 인정한 판례를 폐기해 전 세계적으로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연방대법원 판결의 파장을 전한 27일 아침신문에선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3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입법 공백의 해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4일(현지시간) 대법관 9명 중 5명의 다수의견으로 1973년부터 유지된 ‘로 대 웨이브’ 사건 판례를 폐기했다. 

‘로 대 웨이드’는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가 사생활 보호에 해당한다고 인정해 임신 22주~24주까지 임신 중단을 보장하는 근거가 됐다. 판례를 뒤집은 연방대법원은 “임신중단권은 헌법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며 임신 중단 허용 여부는 각 주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판시했다. 

연방대법원 판결 후 대법원의 기존 판례 폐기 시 자동으로 임신중단을 불법화하는 ‘트리거 조항’을 둔 미국 13개 주에선 곧바로 후속 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일보>는 3면 <미국 낙태권 폐기에, 존슨‧트뤼도‧마크롱 일제히 비판>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헌법적 권리로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49년만에 뒤집으면서 미국 사회가 찬반으로 분열되고, 자유주의 성향의 서방 각국 지도자들도 비판에 나섰다”고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번 결정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 연방대법원에 의해 자유가 도전받은 모든 여성에게 연대를 표시한다”고 연방대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경향신문 6월 27일자 4면 기사.
경향신문 6월 27일자 4면 기사.

<경향신문>은 4면 <“최장 수백킬로미터 원정수술” 50년 후퇴한 미국 여성의 삶>에서 “임신중단을 예정하고 있던 미국 여성들이 임신중단 시술이 금지된 주에서 다른 주로 이동하는 현상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저임금 여성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 혜택이 적은 저임금 근로자는 고용주로부터 임신중단을 위한 이동 비용과 현지에서의 경비 등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임신중지를 둘러싼 미국의 혼란은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정치권이 관련 법률을 제정하지 못한 탓이 크다. 우리나라도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임신중지 법안의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2면 <韓,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후 대체입법 없어 혼란>에서 “국내에선 지난해부터 낙태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졌고 낙태를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는 상태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대체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임신 10주 이내에 아무 조건 없이 임신 중절을 허용하고, 임신 20주 이내엔 태아와 여성의 생명 또는 건강에 위험이 되는 경우 조건부로 허용하는 안을 내놨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은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며 “하지만 각자 법안만 발의했을 뿐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한 국회 내 논의는 사실상 멈춘 상태”라고 전했다. 

사설란에는 국회가 입법 공백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는 주문이 담겼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번 결정은 그동안 여성의 인권을 확대시켜온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판결로 유감을 표한다”며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임신중단을 한 여성과 의료인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정부는 최장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국회의 보완 입법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여성들이 낙태 전후로 적절한 의료서비스와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3년 넘게 손을 놓고 있는 국회의 직무유기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수백만의 미국 여성을 헌법의 보호 밖으로 내몰았을 뿐 아니라, 인류가 성취해온 보편적 인권의 가치마저 부정한다는 점에서 미국만의 문제를 넘어선다”고 진단한 뒤 “국회는 당장 여성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반영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국회가 발의된 개정 법을 심사하지 않고 있고, 입법 공백 상태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들이 불법 거래되는 등 안전한 임신중단 환경은 아직 요원하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노골적으로 성평등에서 퇴행하는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입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약자의 인권 보장이라는 사법부와 입법부의 역할을 다시 확인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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