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도 짧지도 않은 미드폼의 틈새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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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도 짧지도 않은 미드폼의 틈새전략
카카오TV '며느라기' '결혼백서' 등 미드폼 안착
속도감 있는 전개 장점이지만...캐릭터 서사 연출엔 한계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2.06.29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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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종영한 카카오TV '결혼백서'
지난 15일 종영한 카카오TV '결혼백서'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미드폼 드라마가 콘텐츠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1시간 내외의 미니시리즈와 달리 20~30분 안팎으로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호흡으로 속도감 있는 전개, 압축적인 스토리, 간결한 캐릭터 간 관계로 인물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면서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미드폼 드라마는 짧은 러닝타임을 활용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점차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선보이면서 시청층도 넓혀 나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OTT에서는 미드폼 드라마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5일 종영한 카카오TV <결혼백서>는 현실적인 로맨스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진욱과 이연희가 주연으로 나섰는데, 30대 예비부부가 '고생 끝 행복 시작'일 것 같았던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담았다. 매회 30분 내외 분량으로 프러포즈부터 예물과 예단, 신혼집 구하기 등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를 12개의 에피소드로 현실적으로 그려내 화제를 낳았다. 

카카오TV는 미드폼 드라마를 정착시킨 선두주자다. <며느라기> 시즌 1, 2를 비롯해 <도시남녀의 사랑법>, <이 구역의 미친 X> 등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올 하반기에도 미드폼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카카오엔터의 웹툰, 웹소설 등 스토리 IP를 원작으로 한 미드폼 드라마를 제작할 예정이다. 갑자기 깡촌 시골마을 희동리에 살게 된 서울 토박이 수의사와 시골 토박이 파출소 순경의 전원 로맨스를 다룬 <어쩌다 전원일기>, 동명 웹툰 원작의 청춘 성장물 <아쿠아맨>, 미스터리 학원물 <빌린 몸> 등을 선보인다. 

지난 5월 방송을 시작한 tvN 드라마 프로젝트 'O'PENing'(오프닝).
지난 5월 방송을 시작한 tvN 드라마 프로젝트 'O'PENing'(오프닝).

tvN도 미드폼 드라마를 꾸준히 실험 중이다. 지난해 티빙 오리지널에서 방영된 <술꾼도시여자들>이 작품성과 흥행성을 붙잡으면서 미드폼의 가능성을 엿봤다. 세 여자의 사랑과 우정을 기승전‘술’이라는 과감한 방식으로 그려내며 유쾌함을 선사했다. <술꾼도시여자들>은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주간 유료가입 기여 1위를 달성하는 등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증명했으며 시즌2 제작까지 확정된 상태다. 또 편성과 제작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던 시트콤 장르의 <내과 박 원장>을 미드폼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더불어 tvN은 지난 2017년부터 <드라마 스테이지>라는 이름으로 단막극을 편성해오다가 올해부터 오프닝(O’PENing)으로 이름을 바꾸고 단막 8편 중 일부는 숏폼 형태로 내보내며 대중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두 개의 성별을 가진 17살 고등학생과 친구들의 성장 스토리를 그린 <XX+XY>를 30분 분량의 4부작으로 내보냈다. 이밖에도 티빙 오리지널 <전체관람가+: 숏버스터>에서는 영화감독의 단편영화 제작기를 담으며 OTT, 예능, 단편영화의 결합이라는 색다른 시도를 벌이고 있다. 

방송사와 OTT에서 미드폼 콘텐츠에 주목하는 이유는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이야기를 즐기고 싶은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드폼 드라마의 강점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다. 미니시리즈처럼 주인공과 주변인물 등 여러 인물로 구성된 방대한 서사를 다루기보다 주인공 위주로 빠르게 이야기를 펼친다.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진 대중은 특별한 장치나 긴 설명 없이 스토리를 쉽게 파악해 극에 몰입할 수 있다. 

미드폼 드라마가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미드폼 드라마는 주인공과 주변인물 간 서사를 촘촘하게 녹여내기엔 시간적 제약이 뒤따른다. 단순히 기존 1시간 분량의 드라마를 여러 토막으로 나눈 게 아닌 ‘서사의 효율성’이 최적화된 포맷인 만큼 시청자들이 짧은 장면만으로도 인물의 심리나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연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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