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드는 ‘우영우 월드'...자폐 보는 시선도 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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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힐링 드라마' 호평 속에 신드롬급 인기
'천재성 부각' '대상화' 우려 불식 평가...장애 바라보는 차가운 현실 투영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송영상 갈무리.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송영상 갈무리.

[PD저널=장세인 기자]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가 무서운 기세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무해한 힐링 드라마'로 입소문을 타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우영우>의 인기 요인은 한둘이 아니지만, 특히 배려와 정성이 깃든 '자폐 스팩트럼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호평을 받고 있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영우’가 대형 로펌에서 동료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지난달 29일 첫회 시청률이 0.9%(닐슨코리아 집계)였던 <우영우>는 6회 시청률이 9.6%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케이블방송 스카이TV가 운영하는 생소한 채널에서 편성된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영우 현상'이라고 불릴 만하다. 동시에 공개되고 있는 넷플릭스에서도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비영어 TV부문 전 세계 1위를 달성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우영우>는 드라마 자체가 갖고 있는 재미와 경쟁력을 갖춘 요소가 많은데, 넷플릭스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중의 반응 속도도 더 빠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신드롬급의 인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로 설정된 '영우'(박은빈)의 공이 크다. 박은빈이 제작발표회에서 '정상성'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자폐 스펙트럼 증상 구현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영우의 마음과 진심으로 극 안에서 살아 숨쉬고 싶었다. 다름은 종이 한장 차이다. 영우의 마음을 시청자들도 함께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하지만 주인공이 자폐가 있는 설정이 처음부터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성인자폐(성)당사자 자치 자조모임 ‘estas'는 지난해 12월 드라마 소개 문구에 나온 '아스퍼거 증후군' '자폐증' 대목을 두고 비판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estas'는 “(2022년 1월) 1일부터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는 국제질병사인분류 제 11판(ICD-11)에 따라 ’아스퍼거 증후군‘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만 한다. 아울러 자폐는 질병이 아니라 장애라는 사실이 이미 증명되었음에도 ’자폐증‘이란 차별표현이 기사에 쓰였다는 것은 제작사가 자폐 당사자를 ’서번트 신드롬‘의 연장선에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폐성 장애가 있는 인물을 표현할 때 '천재성'에 관심을 뒀던 게 사실이라서 또다시 편견을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였다. 

이런 우려에 대한 문지원 작가의 고민은 3회 '펭수로 하겠습니다' 편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났다. 자폐가 있는 동생이 의대생인 형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사건에서 영우는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기사 댓글에 수백명이 '좋아요'를 누르는 현실에 좌절한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장애의 무게"라는 영우의 내레이션은 시청자들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 이미지. ©더시그니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 이미지. ©더시그니처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으면서 회사원, 칼럼니스트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지용씨는 “영우를 연기하는 게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과 극단적인 천재성이 있다는 판타지 설정은 아쉽다”면서도 "발달장애인의 자립 문제, 논쟁적인 한스아스퍼거를 언급하는 등 짚어야 할 부분들을 지적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굿 닥터>는 자폐가 있는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서번트 증후군에 집중했고, <말아톤>은 자폐를 대상화한 자폐 서사였다. '초원이' 캐릭터로 인해 나도 놀림을 당했었다. 문지원 작가가 특수교육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영우>는 자폐를 다룬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진일보했다고 본다”며 "드라마에서 여러 자폐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자폐인도 평범하게 사무직으로도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에 대해 “<우영우>는 누구나 자신만의 특징을 갖고 있는 것처럼 자폐를 가진 사람 역시 약간 ‘이상한’ 수많은 그들 중 하나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준호’를 통해서는 봉사심(동정심)이 아니라 평범하게 마음을 열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그리고, 시니어 변호사 ‘명석’을 통해서는 편견을 바꿔나가는 유연한 태도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험하지 않고 보편적인 내용으로 대중에게 소구하던 지상파 위주의 방송 환경에서 OTT 플랫폼 환경으로 넘어오면서 실험적인 콘텐츠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집중해서 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덕분에 자폐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정교한 장치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콘텐츠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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