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개물림 사고’ 잔혹성만 부각한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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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제도 허점 등 지적하지 않고, 선정적인 사고 소비로 저널리즘 역할 역행“

개물림 사고 피해 상황을 보도한 방송뉴스 네이버 검색 캡처 화면. ©민주언론시민연합
개물림 사고 피해 상황을 보도한 방송뉴스 네이버 검색 캡처 화면. ©민주언론시민연합

[PD저널=장세인 기자] 울산에서 한 어린이가 개에 물려 다친 사고를 언론이 잔혹성을 부각해 보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2일 ‘울산 개물림 사고’ 보도를 모니터한 보고서를내고 “개물림 사고의 위험성과 제도상 허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보다는 상당수 언론이 피해의 ‘잔혹성’에 초점을 둬 사건을 소비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일어난 ‘울산 개물림 사고’는 당시 상황이 녹화된 CCTV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기사화했다. 보고서는 11일부터 18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검색해 뜬 관련 보도 총 194건을 분석했는데, 대다수의 온라인 기사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CCTV 영상과 이를 캡처한 사진을 그대로 실었다.

관련 기사를 보도한 75개 매체 중 26개 매체는 어린이의 피해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냈는데, 문제 영상이나 사진 보도는 매체별로 <뉴스1>·<이데일리>·<중앙일보> 각 3건, <국민일보>·<뉴시스>·<시사저널>·<인사이트>·KBS·SBS 각 2건, <조선일보>·MBN·YTN 각 1건씩 나갔다. SBS, YTN, <이데일리> 등의 보도는 피해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구체적으로 싣거나, 클로즈업 또는 빨간색 원으로 강조했다.

SBS 비디오머그 <목줄 없는 개에 ‘사냥’ 당한 초등학생...택배기사가 살렸다>(7월 14일)는 약 3분짜리 영상 중 1분 30초 동안 두려움을 고조시키는 배경음악을 사용하면서 “사람을 마구 물었다”, “진짜 잡아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등의 자극적인 자막을 붉은 색으로 처리하거나 화면에 크게 띄웠다.

KBS <목줄 풀린 개가 8살 어린이 공격...안락사 잠정 중단>(7월 15일)은 어린이가 개에게 쫓기는 초반까지는 모자이크 처리 없이 내보내다가 이후 피해 장면을 확대해 흐리게 처리했고, MBN <개 습격에 쓰러진 8살 아이...개는 안락사·견주는 입건>(7월 15일) 보도에서는 피해 장면을 흐리게 처리했지만, 어린이가 개에 쫓겨 넘어지는 장면을 반복 재생하는 영상을 첨부했다.

연합뉴스 <영상/집요하고 맹렬하게...8살 아이 습격한 개 안락사 절차 진행>(7월 15일) 보도 역시 긴장감을 자극하는 배경음악을 2분 내내 사용했고, 피해 장면을 세 차례 반복 편집했다.

<“8세 아이 잡아먹는 상황”...개물림 사고에 강형욱이 남긴 말>(중앙일보, 7월 17일), <8세 어린이 개물림 사고...강형욱 “가슴 너무 아파>(국민일보, 7월 16일)는 유명인의 SNS나 과거 방송에서 한 발언을 엮은 흥미끌기 식 보도였다. 

<개에 물리고 있는 아이 그냥 지나친 시민...“무책임” VS “애먼 사람 잡지 마라”>(조선일보, 7월 15일), <한국경제> <개에 물린 초등생 보고도 달아난 시민 ‘충격’...택배기사 개 쫓아>(한국경제, 7월 15일)는 피해 상황을 지나친 행인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갑론을박을 받아쓰며 갈등을 유발하기도 했다.

개물림 사고 피해 상황을 녹화한 CCTV 영상 등을 여과 없이 내보낸 언론사(7/11~7/18). ©민주언론시민연합
개물림 사고 피해 상황을 녹화한 CCTV 영상 등을 여과 없이 내보낸 언론사(7/11~7/18).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신문윤리실천요강 보도준칙은 ‘범죄·폭력·동물학대 등 위법적이거나 비윤리적 행위를 보도할 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재난이나 대형사건 등을 보도할 때 흥미 위주의 보도를 지양하고, 자극적이거나 불필요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7조(충격·혐오감)에서도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범죄 또는 각종 사건·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장면의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를 금지한다.

민언련은 보고서에서 “잔혹한 장면을 확대하고 반복해서 보여주는 보도행태가 사안의 심각성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더라도 피해 아동에겐 정신적 충격을 줄 수밖에 없는 장면이란 점, 자극적 영상을 보여주는 것만이 재발 방지를 위한 유일한 보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과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피해 장면을 확대하거나 각종 효과 등을 추가해 선정적인 소비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저널리즘 역할에 역행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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