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적 중립마저 없는 하이트진로 노조 파업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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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중립마저 없는 하이트진로 노조 파업 보도
열악한 노동 환경에 파업 돌입한 화물 노동자들
파업 배경 보도 매체 드물고 불법파업·피해 부각
진압에 밀려 추락한 노동자들 보고 "투신조 동원 기막혀" 비난
  • 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
  • 승인 2022.08.11 15:0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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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농성을 하고 있는 강원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의 모습. 지난 4일 조합원 5명이 강원공장의 유일한 출입구인 하이트 다리에서 홍천강으로 뛰어내렸다 출동한 119소방대원들에게 구조되기도 했다.©뉴시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농성을 하고 있는 강원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의 모습. 지난 4일 조합원 5명이 강원공장의 유일한 출입구인 하이트 다리에서 홍천강으로 뛰어내렸다 출동한 119소방대원들에게 구조되기도 했다.©뉴시스

[PD저널=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 6~7월 두 달 간 이어진 화물연대와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의 파업은 강한 잔상을 남겼다. 산업 현장의 뿌리깊은 하청 구조 속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가 조금이나마 조명 받았다. 동시에 파업을 ‘공권력 투입’으로 ‘강경 대응’하려는 정부의 태도, 노동자로부터 수십 억 손해배상을 받아내겠다는 재계의 의지도 읽혔다.

타협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현실과 권력의 괴리를 더 헤집어 놓은 건 언론이다. 언론은 두 달 내내 ‘불법 파업’ ‘강제 진압’을 외쳤고 ‘손해배상’을 반드시 받아내라며 사측을 북돋았다. 노동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왜 파업을 했는지, 본질적 배경은 외면했다. 이 잔상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 이야기다.

노조도 없던 이천·청주 소주공장 화물 노동자들은 유난히 열악한 노동환경에 3월에야 노조를 결성했고 6월 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8월 2일부터는 하이트진로 맥주공장이 있는 강원 홍천으로 농성장을 옮겼는데 이 배경에는 위협받는 생존권이 있다. 한 달 매출은 대략 700~1300만원가량이지만 하이트진로와 계약하기 위해서는 3~4억원에 달하는 화물차를 구입해야 하고, 3~4천만원에 달하는 ‘윙바디’를 설치해야 하며, 차량 전면을 덮는 광고 래핑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여기다 매달 나가는 기름값만 매출액의 절반이며 지입료와 톨게이트 비용, 세차비 등을 제하고 나면 한 달 수입은 평균 250만원, 이마저 들쭉날쭉이라 적자인 달도 있다. 이마저도 하루 13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을 전제로 한 액수다. 타사는 이보다 사정이 나은데 그 이유는 유독 하이트진로 이천·청주 공장 화물 노동자만 운임이 30~40% 싸기 때문이다. 참다못해 파업했으나 사측은 대체인력을 투입했고 그걸 가로막자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결국 노조는 원청인 하이트진로와 협상하기 위해 홍천으로 향했다.

서울경제 8월 6일자 사설.
서울경제 8월 6일자 사설.

이러한 파업의 배경을 보도하는 매체는 극히 드물다.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기준 8월 1일부터 9일까지 ‘하이트진로 파업’을 언급한 보도는 75건에 불과한데, 이중 ‘윙바디’를 언급한 기사는 없고 ‘지입료’는 단 1건이다. 그나마 ‘운임’이 39건, 절반 가량이지만 이것도 대부분 “운임 30% 인상 요구”라고만 쓴 보도다.

9일 TV조선은 <장기화되는 하이트진로 사태…해법은?>에서 “간단히 말해 지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보장해달라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축약해버렸다.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닐뿐 아니라 ‘이기적인 떼쓰기’처럼 보일 공산이 크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정도 언급만 해줘도 감지덕지라는 사실이다.

‘맥주대란 오기 전에 강제진압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서울경제>는 지난 7일 <불법파업에 '맥주대란' 코앞인데 "정부는 뭐하나">에서 '불법파업으로 사측 피해 60억’ ‘성수기인데 소주맥주 출고 차질, 자영업자 피해’ 등을 길게 나열해놓고 정작 파업 주체인 노동자 입장은 단 한 마디도 싣지 않았다.

지난 2일 홍천으로 농성장을 옮긴 후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곧바로 경찰이 투입됐는데 경찰은 식사와 화장실 이용을 방해했고 틈만나면 강제 진압과 체포를 시도했다. 3일, 조합원들은 위협을 느껴 교량 난간에 내몰렸고 4일엔 진압에 밀려나다 결국 교량 아래 하천으로 추락했다. 다행히 구조됐으나 문제는 또 언론 보도다. ‘노조가 저항하다 투신까지 했다’는 보도가 쏟아졌으며 <서울경제> 지난 6일자 사설은 심지어 “(노조가)투신조까지 동원해 기가 막힌다”고 비난했다. 현장에서 생중계를 한 손잡고 윤지선 활동가에 따르면 4일 현장엔 기자가 1명 있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6월 화물연대가 가까스로 유지 약속을 얻어냈으나 논의가 중단된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도 아니고, 특수고용직으로서 근로기준법 대상도 아니다. 똑같은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지 오래이고 불과 3주전까지 비슷한 일이 반복됐지만 언론의 외면은 더욱 강고하다. 하이트진로 파업 관련 보도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그나마 ‘노동 현실’을 전하던 소수 보도들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사이 있지도 않은 ‘투신조’를 만들고 ‘생존권 투쟁’을 ‘월급 더 달라는 이권투쟁’으로 만든 보도들만 활개를 치고 있다. 언론의 습관인 그 흔한 ‘기계적 중립’마저 이상하리만치 노동 보도에는 적용이 안 된다. 평소 습관처럼만 해줘도 큰 변화다. ‘기계적 중립’이라도 지켜달라는 요구가 그리 과한 부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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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쭈 2022-08-11 21:11:03
화물노동자들이 왜 파업을하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송병주 2022-08-11 18:27:26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두 2022-08-11 15:26:03
사실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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