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무관심속 단식 78일 맞는 지율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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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살리기에 타협은 없지요”
“언론은 뭇 생명들의 죽음에 관심 가져야” 고언

|contsmark0|사람도 아닌 동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곡기를 끊은 지 70여일. 지율 스님은 천성산 경부고속철도 터널을 반대하면서 4번째 단식 중이다.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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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기자는 청와대 근처 한 찻집에서 지율 스님을 만났다. 이날은 단식 76일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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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윈 얼굴에 떨리는 목소리. 그를 보는 순간 말문이 막혀 기자는 인터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한참을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다 스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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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이지만 현재 제 마음은 잘 모르겠네요. 그동안 이 사회가 천성산에 대한 원칙과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고, 운동의 중심에 있는 사람으로서 사회에 대한 원망도 많았지요. 하지만 죽음을 앞에 놓고 보니까, 이제는 사회에 대한 원망이 아닌 사랑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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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단식 70일을 넘길 즈음 정부와 사람에 대해 원망으로 가득 찬 자신을 보았고, 수행자가 갖춰야할 중도를 잊고 살았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주위의 모든 것을 사랑하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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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에 따르면 지난 1일 한의사가 진찰을 마친 뒤 “이미 의학적으로 상황은 건너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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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처럼 긴박한데도 최근 주요 방송사의 메인뉴스에선 스님에 대한 소식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단지 지난 11월29일 부산고법이 천성산 구간 공사착공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리면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터널 공사를 재개했다는 소식이 마지막이었다. 그나마 스님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일부 시사프로그램과 신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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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님은 방송이 이처럼 자신의 문제를 외면하는 데도 “그래도 방송이 많이 도와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오히려 최근 언론에서 자신의 단식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두고 “언론은 지금 나의 삶과 죽음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한명의 중이 사느냐 죽느냐에 너무 관심 갖지 말고, 뭇 생명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죽어가고 있음을 봐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어 그는 “만일 내가 잘못되더라도 청와대나 정치권을 공격하지 말고, 우리 모두가 천성산에서 죽어 가는 생명에 대해 ‘공범’이라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생명 살리는 길에 나서 줬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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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미 신변을 정리하고 죽음을 맞이하려 한다는 일부의 얘기에 대해 스님은 “중이 주변을 정리할 게 뭐가 있겠느냐”면서 “어차피 가진 게 없으니, 정리할 것도 없다. 죽음은 이미 나의 손을 떠났다”고 웃음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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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면서 엉뚱하게도 “언제까지 단식하실지”를 물었더니 스님은 이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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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스로 저항할 수 없는 생명들에 대한 약속을 저버릴 수 없어요. 제 단식을 단지 중 한사람의 단식으로, 도롱뇽이 죽고 사는 문제로 보지말고 강이 마르고, 샘이 마르고,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으로 봐줬으면 합니다. 생명을 살리는 것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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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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