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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저널리즘의 새 영역 개척

|contsmark0|tv가 없던 시절, 라디오 하나에 울고 웃던 60년대도 아닌, 최첨단 영상물의 현란한 유혹 앞에 한없이 왜소해질 수밖에 없는 라디오. 소위 자의반 타의반으로 ‘보조 매체’, ‘마이너 매체’라고 불리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조용히 세상을 바꾸고 있다면? mbc 라디오 <손숙·김승현의 여성시대>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여성시대>가 그 위력을 보여주었던 것은 지난 8월 10일부터 엿새동안 광복절 특집으로 연속 방송한 ‘시민운동이 세상을 바꾼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서영훈 대표, 참여연대 박원순 사무총장, 경실련 유종성 사무총장, 한국시민단연합 강문규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최열 의장, 실업극복운동 성한표 상임운영위원 등 우리나라 시민사회운동 지도자들을 일일mc로 초청해 시민단체의 활동과 소개, 시민운동가들의 인생역정을 들었다.반향은 방송 직후부터 있었다. 각 시민단체 대표들이 <여성시대> 일일mc로 나서자 각 시민단체에 회원 참여 신청이 쇄도했던 것. 실제로 방송을 탄 이후 환경운동연합에 7백여명, 참여연대에 3백여명, 경실련에 1백여명이 신규회원으로 가입했다. imf 이후 줄어드는 회원과 그에 따른 수입감소를 생각하면 시민단체에겐 가뭄 끝의 단비였다.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총장은 여성시대에서 펴내는 잡지 ‘여성시대’에 기고한 글에서 “방송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 방방곡곡에서 참여연대의 회원이 어떻게 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 참여연대의 활동이 소개된 프로그램이 적지 않았고 나를 포함한 여러 임원들이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였지만 이만큼 큰 반향을 얻기는 처음이라고 간사들이 입을 모았다”고 적고 있다.이러한 놀라운 반응에 대해 연출자인 정찬형 pd는 “시민단체 대표들이 운동의 당위 등 관념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여태까지 살아온 인생여정과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풀어놓은 것이 청취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또 최근에는 소액주주운동을 소개하고, 5대 기업의 주식 10주 갖기 운동의 의미와 참여방안등을 소개하고 청취자 전화 참여를 받았는데 회선 2개가 마비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소액주주운동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사람은 1천6백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청취자들의 참여는 그냥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여성시대>에는 imf 사태 이전부터 청취자의 사연이 온통 ‘경제의 어려움’, ‘생활의 어려움’으로 점철돼 있었다. 연출자인 정찬형 pd는 왜 이런 경제위기가 왔는지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경제학자를 초빙해 그들의 의견을 들었고, 98년 연초에 imf 사태를 맞게 되자 이러한 경제위기가 오게 된 책임과 그 원인분석을 시도했다. 이외에도 4월에는 실업대책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살피는 기획, 5월에는 의료보험제도의 허와 실, 보건의료확충의 필요성과 의료보험 상식을, 6월에는 6·25특별기획으로 북한 가족에서 부치는 편지 ‘부치지 못한 편지에 날개를’을 방송했다.9월 3일에는 방송의 날 특집으로 ‘벼랑 끝에서 하늘을 보다’라는 주제하에 소설과 유순하 씨와 박원순 변호사를 초청해 경제위기의 과정을 살펴보고, 그 대안으로 싱가포르 개혁을 소개했다.이러한 청취자들의 참여에 대해 정찬형 pd는 “<여성시대> 자체가 개인의 아름다운 품성을 강조한 프로그램이었으므로, 그 바탕은 되어 있다고 본다. 다만 imf 이후 가족의 사랑이나 이웃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름대로 지적했고, 청취자들 스스로 구조적인 문제를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한국방송개발원 방송연구실 객원연구위원 김영욱 박사는 “대개 라디오 프로그램이 서민들의 불만을 얘기하지만 조직적·체계적 저널리즘이 아니라 카타르시스만 제공하는 위험성을 갖기 쉬운데 <여성시대>는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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