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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운명 - 어느 피해망상증 환자의 문제제기
한정석
KBS TV1국

|contsmark0|변화에는 그에 상응하는 운명이 따르기 마련이다.변화의 방향과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총체적인 카오스는 그래서 더욱 혼란스럽다. 문제는 이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우리 밖에 있다는 사실이다.어제까지만 해도 imf의 철칙을 고수하는 것만이 경제회생의 관건인 것처럼 보도하던 언론은 imf가 실패를 자인해도 당황하는 빛이 전혀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라는 뜻인가? 현 정부의 시장주의원칙이 빛바랜 유행가처럼 들려오고 6개월 내에 1백조의 돈을 푸니마니 해도 우리 언론의 태도는 한결같다. 그러거나 말거나.아예 경제문제는 포기해버린 듯하다. 도대체 왜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일까. imf는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채무를 연장해 주지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영악한 시장주의자들은 현 시점에서 재정확대와 통화공급이 가져올 부정적인 여파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입을 다문다. 아마도 정부 정책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전개시키기 위한 전략마련에 부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별기업의 이윤이 경제주체 전반에 걸쳐 합리적인 이익으로 분배되는 시스템 개혁이 없는 한, 새로운 경제정책에 의한 노·사·정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언론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 그러한 도박심리에는 무지함도 있을 것이다. 내일일을 어찌 안단 말인가.이슬람의 예언자들은 지식을 힘써 구하라고 가르친다. 문제를 풀 수 없으면 심지어 이교도로부터라도 답을 구하라고 가르친다.경제는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이며 따라서 언론의 누군가 하나쯤은 이 문제를 예의 주시해야만 할 터인데 그 어디에도 문제제기가 없다. 정말 6개월 내에 1백조를 풀어도 되나? 전 세계적인 불황에서 우리만 수출을 잘 할 수있나? 하반기에 imf가 만기된 외채를 회수해 가고 외국인 투자도 없는 와중에 만일 국제 투기자본의 공세가 불어닥친다면? 아니야, 아니야. 우리는 소로스를 비난하기는커녕 융숭히 대접하기까지 했는데, 의리가 있지. 연말에 중국이 위안화를 30% 절하한다는데 우린 어떻게 되지?그렇게 되면 1달러에 우리 원화는 얼마나 될까? 혹시 수출로 번돈을 환차손으로 다 까먹고도 외화부채를 못 갚아 부도나는 것은 아닐까?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궁금하다. 쓸데없는 질문일까? 피해 망상일까? 그렇다, 피해망상이다. 잘못된 imf처방 때문에 내가 아끼던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고 이웃의 가족이 굶주림에 지쳐 스스로 이생을 떠나야 했고 아버지가 아들의 손가락을 잘랐다. 어린 누이들이 매춘을 하고 있고 순진한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 부류에 나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분명히 피해망상 환자다.
|contsmark1|우리 경제의 마스터 플랜을 짜는 이들이 잘못된 imf의 처방을 따랐다면 결론은 두 가지이다. 어쩔 수 없었거나 아니면 미련하거나. 어쩌면 두 가지 모두 겸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어쨌든 내 운명과 여러분의 운명이 이런 사람들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서글플 따름이고 그래서 나의 피해망상은 당분간 치료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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