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좌담 - 일본대중문화 개방과 방송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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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화 개방, 우리 문화 수출의 기회로
베끼기 관행 탈피하고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야

|contsmark0|지난 20일 문화관광부장관의 일본대중문화 개방발표 이후 방송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로듀서연합회보는 지난 26일 일본대중문화 개방의 의의와 방송의 역할과 관련해 좌담을 열었다. <편집자>
|contsmark1|참석자 송일준(mbc 교양제작국 차장, 사회)김성묵(kbs tv1국 부주간, 전 토쿄 pd특파원)이창태(sbs 예능국 pd)김태정(한국외국어대 일어학과 교수)김지룡(문화평론가, ‘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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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송일준 : 일본대중문화 개방과 방송의 역할이 오늘 좌담의 주제다. 먼저 한국과 일본 방송을 보면서 느끼는 것을 얘기해보자.
|contsmark4|김태정 : 우리나라 tv는 일본 tv 흉내를 많이 낸다는 생각이 든다. 자존심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창조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도 구미문화를 많이 흉내냈지만 더이상 흉내낼 것이 없어졌으며 이제 일본 스스로가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각성의 단계를 거쳤다. 우리나라도 일본대중문화 개방을 통해 한국적인 문화를 창달해 갈 수 있는, 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일본대중문화 개방을 긍정적으로 본다.
|contsmark5|김지룡 : 일본프로 베끼기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표절이냐 수용이냐의 차이다. 문화의 차이 및 사회상황을 이해하고, 그 프로그램이 나온 배경과 인기이유를 안다면 단순한 표절이 아닌 한국에도 맞는 괜찮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contsmark6|송일준 : 일본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의 프로그램들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한국은 그렇지 못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 예로 일본의 경우 외주, 방송인력, 방송산업 규모 등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contsmark7|이창태 : 일본 프로그램을 모방하는 이유는 검증이 됐기 때문에 기회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확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포맷이 좋군, 나도 저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과 저 프로그램이 ‘노나고’ 있다는데 그럼 우리도 ‘노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contsmark8|김성묵 : 표절은 법제화되기 전에는 막기 어렵다. 다만 개방이 되면 지금보다는 힘들어질 것이다. 좀 다른 얘기지만 일본 방송의 파장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본다. 문화는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기 마련이다. 이 자체를 나쁘다고 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 장점을 따라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contsmark9|송일준 : 방송은 우리 정신과 관계되는 것 아닌가? 이제 방송을 따로 생각하기 보다는 문화의 범주 내에서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일본문화와 한국문화의 차이는 무엇인가?
|contsmark10|김태정 : 일본대중문화를 흔히 왜색문화라고 하는데 이는 내용상의 폭력성과 선정성을 꼬집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일본문화는 저질이라고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국제화·세계화시대에서 이질문화와의 접촉을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고, 이질문화간의 마찰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흔히 일본과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권이라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상당히 다르다. 일본의 경우 이미 에도시대부터 오늘날의 대중문화와 가까운 것이 꽃피었고, 지금까지 그 맥이 이어져 오는 것이지 선정성이나 폭력성이 어느날 갑자기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일본적인 것은 일본적인 것으로서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도록 해 주고,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현격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문화의 차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수용 여부는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야지 미리 배제할 경우 한국과 일본의 문화차이가 비추어지지 않음으로 해서 일본문화에 대한 시각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contsmark11|송일준 : 일본방송과 한국방송의 가장 큰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나?
|contsmark12|김지룡 : 일본 민간방송은 철저하게 비즈니스다. 적자가 나서 망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nhk는 시청료를 받을 뿐더러 적자가 나도 정부에서 도와주지만, 민간방송은 재미를 추구하고 공영성이 없어도 시비를 걸지 않는다.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공영성을 얘기하지 말자는 거다. 일본방송이 재미있고 일본문화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은 알아서 살라고 했기 때문이고, 철저한 상업주의 추구가 곧 저질도 아니다. 일본방송이 정말 저질이 된 때는 88년이었고 이후 선정성이 낮아지고 있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방송사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지 여부는 국민의 민도가 결정하는 것이다.
|contsmark13|송일준 :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공민영혼합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방송체제는 비슷하다. 공영성을 얘기하지 말고 자율경쟁에 맡겨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일본 민방은 문제가 많다.
|contsmark14|김지룡 : 일본은 방송사가 많고 tv 아닌 대안이 많아 시청률이 높아봐야 20% 정도다. 그런데 한국은 방송사가 적고 tv 의존도가 심해 결국 민간방송은 시청자를 따라 갈 수밖에 없다. 시청률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끄집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자극적인 것을 던지느냐, 한번도 없었던 부분을 찾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일본 심야방송의 경우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시청자는 1%의 매니아뿐이고, 오후 6시부터 10시 사이의 방송에는 별 문제가 없다.
|contsmark15|김성묵 : 우리 프로그램은 교조적이고 계몽적이다. 공영성의 해석을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nhk가 신뢰를 받는 이유는 거짓말이 없는 뉴스와 통계, 일본정신을 재창조하는 대하드라마, 일본국민이 못 보는 것을 앞서서 보여주는 때문이다.
|contsmark16|김태정 : 일본대중문화 개방과 일본대중문화 개방의 반대이유로 내세우는 선정성·폭력성 규제는 별개의 것이다. 헐리웃 영화도 선정성이 있지만 허용하듯이 일본대중문화도 똑같은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
|contsmark17|송일준 : 방송개방이 되면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는가?
|contsmark18|김지룡 : 드라마 빼놓고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다. 버라이어티쇼는 말의 묘미를 전달할 수 없어 어렵겠지만 드라마의 경우 일본사회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contsmark19|이창태 : 프로그램 베끼기가 줄어들 것이다. 이제 양지에서 당당하게 대결할 것이다.
|contsmark20|송일준 : pd 입장에서 보면 한국프로그램은 장르를 불문하고 일본에 비해 수준이 낮다. 내용 자체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세트 하나, 조명 하나에서도 차이가 느껴진다. 따라서 나이가 어릴수록, 젊은층부터 일본문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쉽게 영향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contsmark21|김성묵 : 가장 무방비인 곳은 위성이다. 각종 위성방송이 들어오면 대책이 없다. 지상파의 경우 음악프로가 제일 먼저일 것이다.
|contsmark22|송일준 : 일본프로그램 개방에 대해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프로그램 수출을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contsmark23|김지룡 : 21세기 일본은 지역민방의 시대가 될 것이다. 통신위성의 등장으로 채널이 많아져 소프트웨어가 부족해지면 우리는 일본을 상대로 프로그램을 팔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높으면 통한다. 가능성이 있다. 인간 본연의 보편적인 정서를 다룬 드라마라면 일본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contsmark24|김태정 : 소프트웨어 수출을 위해서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첫째는 세계 보편적인 것, 다른 하나는 한국적인 것이다. 오히려 한국적인 것을 내놓음으로 해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자극시킬 수 있을 것 같다.
|contsmark25|송일준 : 아시아 시장에서는 우리 드라마가 상품으로서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과연 일본 시장에서도 상품성을 갖고 있느냐가 문제다.
|contsmark26|김지룡 : 지금까지는 필요성을 못 느꼈을 뿐이다. 일본대중문화가 들어오고 시장이 좁아지면 우리도 밖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기획단계부터 어떻게 하면 일본에서 팔릴 것인가 하는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한 예로 <우정의 무대> 같은 것은 아마 굉장히 신기해할 것이다.
|contsmark27|김성묵 : 개방 자체는 이미 늦었지만 왜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개방해야 하는지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
|contsmark28|김지룡 : 일본문화를 개방하면 지금 당장은 수입만 활달할 뿐 수출이 적을 텐데, 이제 수출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문화 역조현상에 대한 열쇠도 수출 전략에 있다.
|contsmark29|송일준 : 오늘 좌담 참석자들의 의견은 일본문화 개방에 대해 너무 우려할 필요가 없으며, 일본문화의 부정적인 면을 여과할 장치만 확실히 마련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 방송도 일본방송프로그램의 개방에 대비해 어떻게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할 것인지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 같다. 긴 시간 토론해주셔서 감사드린다.<기록·정리 : 임현옥> |contsmark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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