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욕설·싸움 난무하는 <제리 스프링거 쇼>
배인수
EBS PD / 미국 유학중
fullshot@hanimail.net

|contsmark0|영어듣기 공부 삼아 시간 날 때마다 텔레비전을 봅니다. 하지만 시간이 별로 나지 않아 많이는 못 봅니다. 그 중에서 제가 제일 즐겨보는 것은 이른바 토크쇼라는 것입니다. 사실 즐겨보는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을 틀면 토크쇼가 나오니까 하는 수 없이 봅니다. 여기는 정말 토크쇼라는 것을 많이도 합니다. 지금 제가 언뜻 생각나는 것만 해도 10개가 넘는 군요. 유명한 사람들이 진행하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토크쇼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토크쇼는 바로 <제리 스프링거 쇼>입니다. 제리 스프링거라는 (전직 변호사라고 하던데 확인 안되었음) 한 50쯤 먹은 안경 쓴 남자가 나와서 일반 시민들을 불러다 놓고 한 마디로 싸움을 붙입니다.<제리 스프링거 쇼>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하는데 주제가 참 기가 막힙니다. 닷새 중 나흘은 남녀관계입니다. 온갖 삼각관계와 배신, 간통, 근친상간, 창녀, 하여간에 섹스가 빠지면 이야기가 안됩니다. 여자친구와 잘 지내던 남자가 그 여자친구의 엄마하고 결혼하겠다고 나서기도 하고 어떤 날은 창녀엄마와 엄마의 권유로 창녀가 된 딸이 같이 나오기도 합니다. 창녀모녀가 다정하게 나와 뭐라고 한참 떠들어대다 방청객과 말싸움이 붙어 급기야는 서로 신고 있던 구두를 집어 던지는 장면을 보면서 전 끊었던 담배가 다시 피고 싶어졌습니다. 이 쇼는 하도 싸움이 많이 일어나서 싸움을 말리는 건장한 남자들(전직 경찰이라고 하던데 이것도 확인 되지 않았음)이 따로 있습니다.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출연자들간의 주먹다짐은 별 수가 없습니다. 한 마디로 개판입니다.미국 토크쇼는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출연자가 유명한 사람인 것, 이 경우는 출연자와 사회자가 다 무대 위에 있고 방청객은 웃고 박수만 치면 됩니다. 다른 하나는 바로 위의 경우와 같이 출연자가 보통 시민인 경우입니다. 하지만 절대로 보통 시민은 아니죠. 나이 마흔 먹은 한국사람 눈에는 돌아도 단단히 돈 사람들이 나옵니다. 이 경우에는 사회자는 무대 위에 없습니다. 방청석에서 서서 돌아다니며 제가 보기에는 살살 싸움을 붙입니다. 여기서 방청객의 역할은 소리치고 야유하고 질문하고 때로는 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욕은 들을 수 없습니다. 전부 잘라내니까요. <제리 스프링거 쇼>를 보다 보면 “삐삐” 하고 오디오 지운 소리가 수도 없이 들립니다. 처음에는 방송사고가 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욕을 지운 것이더군요. 어떨 때는 하도 욕을 해대서 말의 절반쯤이 “삐”소리로 채워지기도 합니다. 지울 것이 오디오 뿐이 아닙니다. 가끔씩 여자들이 나와 보란 듯이 옷을 벗어 젖히는데 화면효과로 가릴 것은 또 다 가려줍니다. 물론 방청객은 다 보게 되겠죠. 그래서인지 제리 스프링거 쇼를 시카고에서 녹화를 하는데 전국각지에서 방청객이 구름처럼 몰린다고 합니다.그런데 중요한 것은 짧은 영어실력으로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저에게도 그 쇼가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토막토막 끼어 드는 광고를 다 참아가며 끝까지 보게 되니까요. 그러데 만약 제가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들을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열배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사람들은 물론 저보다 훨씬 재미있게 보고 있겠지요. 한국말로 하면 여러분 모두 아주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만약 누군가 저에게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전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그냥 그렇다는 거다.”
|contsmark1||contsmark2|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