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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자, 머털아
황선길
영화진흥공사 애니메이션 담당 전문위원

|contsmark0|“다시 뛰자!”요즈음 흔히 눈에 들어오는 차 뒷 유리에 붙인 조그마한 쪽지글이다.나는 우리 애니메이션도 또 한 번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우리 애니메이션이 처음 뛴 것은 1987년이다. 그때 정부는 그 다음해 88올림픽대회에 즈음해서 방송사에게 국산 만화영화를 제작해보라는 권유가 있었다. 외국 손님들이 와서 tv를 틀면 매일 초저녁 프로그램 속에 모두 노랑머리, 빨강머리 외국 만화영화만이 보여질 것을 우려해서였다.kbs, mbc는 울며 겨자먹기로 tv만화영화를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kbs는 <떠돌이 까치>를, mbc는 아예 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를 캐릭터로 한 <달려라 호돌이> 제작에 들어갔다. 물론 올림픽만 끝나면 모두 걷어치울 심산이었다.첫 방송이 나가자 반응은 너무나 컸다. 이에 방송사는 생각이 달라져 지금까지 제작을 멈추지 않고 있다.kbs의 <날아라 슈퍼보드>는 각 방송사 모든 프로그램을 제치고 시청률 1위를, mbc <머털도사>도 점유율 81%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여줬다.만화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달라졌다. 그동안 움추려왔던 출판만화도 기지개를 켰다. 대접 못받던 만화가들과 만화 주인공들이 졸지에 스타가 됐다.우리의 만화문화도 크게 달라졌다. 10여개 대학에서 만화예술학과를 개설하고, 만화 중·고등학교와 대학원 과정도 개원을 서두르고 있다. 국제만화페스티벌도 여기저기 열리고 있다. 지금 우리 만화문화계는 너무 뜨겁다고 하기보다 너무 흥분하고 있는 것 같다.외국에서는 한국이 왜 이러나 하고 의아하게 보고 있고, 일본도 한국의 급속한 만화문화 변화에 두려움을 갖고 있을 정도이다.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시작했다. 출판만화는 1차 개방 리스트에 올라 있으나 애니메이션은 2차로 미루어졌다. 출판만화는 이미 복사돼 유통되고 있어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도 같이 봐야 한다. 각 방송사들은 개국 첫주부터 매일 일본 애니메이션을 방영해왔기 때문이다. 개방해도 더 이상 들어올 것이 없다.한때 많은 국산 만화영화들이 극장거리를 장식했다. <블루 시걸>, <돌아온 홍길동>, <난중일기> 등.그러나 지금은 잠잠하다. 주판알이 제대로 맞아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디즈니 만화영화가 걸린 극장은 관객들이 많이 몰렸지만 국산 만화영화가 걸린 극장은 한산했다.왜?우리의 작품은 완성도와 선호도가 수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객의 수준을 너무 낮게 평가했다.어떤 작품은 포르노에 가깝도록 추한 표현을, 어떤 작품은 우리 것인지 일본 것인지 가늠이 어려웠고, 어떤 것은 수십년 전에 상영해야 할 작품이었다.이러한 작품을 보고 나오는 관객들은 모두 이맛살을 찌푸리고, 한숨을 쉬고 나왔다.우리는 1백50여 제작회사에 2만여명의 애니메이터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1년에 8백여편의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제작량으로 보면 세계 3위로 애니메이션 대국이다. 그러나 치욕의 대국이다. 모든 작품들이 해외 작품을 수주받아 다시 수출하는 oem 방식으로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 한국을 애니메이션의 식민지, 하청공장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우리의 애니메이션 역사는 짧고, 세계에 내놓을 만한 작품도 없다. 일본은 일찍이, 눈이 얼굴을 거의 파고든 왕눈이 캐릭터를 개발해서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휩쓸고 있다.이제 우리도 우리의 작품을 제작해야겠다. 그러나 수준 높은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 여기에 우리 애니메이터의 수준 향상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까지 해외 수주일만 해오던 수동적 작업에서 능동적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각 방송사는 10월 프로그램 개편부터 국산 만화영화 편성비율을 의무화했다. (kbs·mbc는 1주 50분, sbs는 30분) 정부가 이러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은 1987년 이후 처음이다. 만일 1987년 정부의 국산 만화영화 제작 권유가 없었다면 각 방송사는 지금까지 한 편도 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만화에 대한 붐도 일지 않았을 것이다.국산 만화영화 제작은 방송사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요즈음 재벌회사들이 영상산업단을 만들어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그들은 계산부터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애니메이션 진흥을 위해서는 어렵다.방송사들도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제작비 부담이 큰 애니메이션 제작은 달리 해석을 해야 한다. 어느 프로그램에서는 수익을, 어느 프로그램에서는 손실이 있더라도 투자할 이유가 있으면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다시 뛰자! 머털아. 그러나 더 높게, 더 멀리 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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