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PD세미나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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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PD세미나 방문기
현란한 ‘별똥별’ 뉴스와 열악한 과학기술의 현주소
과학기술 이해확산을 위한 PD세미나에 다녀와서
  • 승인 1998.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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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정영홍ebs 교양제작국 과학제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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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날, 여느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뜬눈으로 기대에 부풀어 밤을 지새운날. 나도 그중 하나가 되어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하늘을 우러러 밤을 하얗게 새웠다.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고대하던, 비처럼 쏟아진다던 유성우는 오지 않고 순간의 인생처럼 사라지는 깜빡이는 유성 6개, 그것이 나에게 100년 최대의 유성쇼였다.꿈을 짓밟힌 나는 현실로 돌아와 어젯밤 본 모 방송사의 현란한 유성우 뉴스와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가졌다.그날 대전에서 열린 과학기술 이해확산을 위한 pd세미나는 자유토론으로 이루어졌는데, 유성우로 서로의 어색한 말문을 텄다. 어젯밤 유성쇼를 왜 볼 수 없었느냐는 pd연합회장의 질문에 대해 우리는 볼 수 있는 유성이 최대 몇 개에서 최소 몇 개인지를 이야기했지 뉴스처럼 유성쇼가 펼쳐진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일종의 매스컴 센세이셔널리즘의 결과다라는 것이 천문대에 근무하는 과학자의 답변이었다.한국원자력연구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천문대, 한국과학기술원 등 국내 굴지의 내로라 하는 과학자들과 방송사 프로듀서들의, 그렇게 썩 어울린다고 할 수도 없는 자리. 그렇게 과학과 방송의 어색한 만남은 시작되었다.이 자리가 첫 번째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토론시간을 초과해서 진행될 만큼 마이크 돌아가는 시간이 길어졌다.- 방송에서 과학 전문 프로그램 편성을 확대해서 국민들에게 과학적인 사고를 이끌 의향은 없는가?- 최근 과학 프로그램의 등장은 국민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여 과학의 일상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너무 흥미 위주로 가는 것 같다.- 생활에는 재미있는 과학 아이템이 너무나 많음에도 방송에서는 제대로 못짚고 방송한다는 등등.그리고 이에 대한 방송 pd들의 답변.- 과학 전문 프로그램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에서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방송은 과학적이어야 하지만 시청자들이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일상성과 호기심, 재미를 부여하는 의외성까지 고려해서 제작하니 어려움이 많다는 등등.진지하면서도 열띤 토론시간을 가졌다.방송에서의 과학. 방송 pd로서 고민될 수도 있고 고민되지 않을 수도 있다.과학자들은 당연히 방송사는 과학 프로그램의 비중을 높여 국민에게 과학적 사고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방송 pd들은 전문 과학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일정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사실 과학 프로그램 전문 pd라는 것은 다른 모든 영역을 포기한 pd라는 뜻도 되기 때문에 방송사로서는 과학 전문 pd의 필요성을 인정할 지 모르나 pd로서 그렇게 꼭 되고 싶지는 않을 지도 모른다.그러나 우리나라의 사정과는 별개로 세계 유수의 방송사는 이미 과학 프로그램에 대한 철학을 수립한 상태이며, 그 철학에 따라 과학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제작·방송되고 있는 걸로 나는 알고 있다. 이는 몇 달간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을 연구할 때 세계 방송 편성표를 보고 과학 프로그램 편성이 월등히 많은데 대해 나름대로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이기도 하다.그렇다면 영국의 bbc2를 비롯한 미국의 pbs, 호주 abc, 일본의 nhk2 등 선진국의 방송사들이 과학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고 편성·제작하고 있는 이유는 과연 뭘까? 그것은 눈에 보이는 이득 없이 마구잡이 돈을 먹어대는 과학을 국가에서 진흥하고 투자하는 이유와 같다는 것이 나의 확신이다.인간은 자연계에 작용하여 자연의 일부분을 확보하고 그것을 인간 생활에 도움이 되게 하려고 한다. 이것이 곧 생산이며, 이 생산증진은 자연계에 있는 법칙성을 찾아내어 그 법칙에 관한 지식을 체계화해야 하는데, 그것이 곧 과학이다. 과학의 발전은 생산의 증진을 의미하기도 하고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부강한 국가라는 논리, 바로 과학은 국가 경쟁력 즉 국력과 직결된다는 논리 때문이다. 선진 각국에는 과학 프로그램 편성이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철학이 방송편성이념으로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이런 이유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철학적인 배경을 갖고 과학 프로그램 편성이 강화되어야 될 터인데 현실은 안타깝게 그러하지 못하다. 그것은 아직도 과학과 방송이 멀고, 편성의도에 국가 경쟁력이라는 방송 철학을 세우지 못하고, 방송보도내용이 실제 유성우 현상과 거리가 먼 오늘의 우리의 현실 때문은 아닐까?아득한 거리감만 느낀 세미나였다고…꼭 그렇지만 않다.누가 말했던가? 무엇을 모르는 지를 아는 것이 더욱더 어려운 것이라고.거리감, 그것을 한번 인식한 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어제와 다르게 이해한 것이다. 최소한 유성우를 왜 볼 수 없었는지는 알지 않았는가? 그리고 또 아직도 존재조차 모르는 영역은 얼마나 많은가?과학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로서 많은 것을 느낀 세미나였다. 어려운 여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해가는 과학자들의 열정을 느낀 세미나였다. 넓은 세미나장을 가득 메운 과학자들은 바로 이제껏 내가 한 생각 한 컷을 붙이고 연결해나갈 때 곁에는 보이지 않은 안타까운 눈길이었으며 염려의 손길이었던 것이다.이러한 만남이 차후에도 자주 이루어져서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과학적인 사고를 이끄는, 과학의 대중화에 성공한 방송이 이루어지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한다. 그래야 최소한 가뭄에 콩나듯이 떨어지는 유성을 보기 위해 15층 옥상에서 추위에 떨며 밤을 설치지는 않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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