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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와의 긴밀한 교감 … 사생활 반납의 유일한 대가 “사람이 그리워요.”

|contsmark0|낮밤이 바뀐 채 생활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사람이 그립다고 했다. 직장인으로서 한 직장의 동료, 선·후배간의 관계는 물론이거니와 개인적인 친분관계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렵다. 심지어 사랑하는 아내나 남편과도 얼굴 맞대고 하지 못한 묵은 이야기가 쌓이기 일쑤다.
|contsmark1|밤 늦은 시간에도 라디오는 방송을 한다. 새삼스럽지도 않은 사실이지만 남들 다 자는 시간에 깨어나 여전히 잠 못든 사람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이 미치질 못했다.
|contsmark2|pd들은 다 그렇지만 라디오 프로그램 중 <0시의 ××>라는 타이틀로 대변되는 심야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pd들은 그야말로 프로그램 만드는 것 말고는 다른 생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남들이 한참 활동할 시간에 잠자고 남들이 퇴근해서 가족과 함께 하거나 여가를 즐길 시간이면 그들은 일하느라 분주하다.
|contsmark3|“회식은 물론이거니와 동료들과의 술한잔도 가능하지 않아요. 새벽에 일 마치고 이리저리 찾아 헤매다 불 밝힌 포장마차를 발견하면 기쁘기 그지없죠.”“가장 큰 문제는 동료나 선배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는데 있어요. 혼자서 모든 걸 처리해야 한다는 게 어렵습니다.”“건강 관리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식사시간이 불규칙해지기 쉽고 수면시간이 늘어나 게을러지기도 쉽죠. 시차를 한 번 잘못 맞추면 생활의 리듬이 다 흐트러져 버려요.”“국장이 바뀌었다는데 그걸 몰랐어요.”
|contsmark4|건강과 정보부재의 문제는 심야프로그램을 맡은 pd 모두의 고민이다. 대부분이 시간을 만들어서 운동을 하고 있거나 건강을 위한 뭔가를 하고 있었다. 이 두 가지를 제외하면 생각처럼 힘든 것은 아니라고 했다.
|contsmark5|cbs의 <0시의 재즈>를 담당하고 있는 김정훈 pd는 상사들이 다 퇴근한 시간이라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는 게 그나마 장점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인간관계가 그리운 반면에 쓸데없는(?) 접촉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에 대해 이들은 이구동성이다. 스스로를 ‘밤의 국장’이라고 한다나. mbc <음악도시 유희열입니다>를 담당하고 있는 진현숙 pd는 중학생, 초등학생 두 딸을 둔 주부 pd이다. 그는 새벽 2시에 방송이 끝나고 퇴근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두 딸의 등교와 남편의 출근 뒷바라지를 한다. 덕분에 틈틈히 토막잠을 자는 것으로 부족한 잠을 메워야 한다. 가정을 둔 pd들이 심야 프로그램을 맡으면 원활한 가정생활이 가능하지 않을 경우가 많고 심지어 불화(?)가 생기기도 한단다. 진 pd는 그야말로 몸을 던져(잠시간을 줄여) 이를 막는다. 심야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던 cbs의 모 pd가 결혼한 후 아이를 갖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그럴 법한 일이다.
|contsmark6|낮 프로그램의 경우 청취자들은 대부분 차로 이동하면서 또는 다른 일을 하면서 청취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와 달리 심야 프로그램은 밤이라는 시간적 공간이 제공하는 감성과 정서로 인해 청취자들의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이 유달리 강하다. 제작진과 청취자간의 유대가 깊어 가족화되어 있는 게 대부분이라 낮 프로그램이 진행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밤 프로는 제작진에게 청취자들이 편지를 보내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연주시간이 길고 난해해 방송으로서는 터부시되어온 재즈 등 전문성 있는 분야도 심야라는 이유로 도전이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청취자들도 일종의 매니아 그룹으로 형성되고 열혈 청취자들도 적지 않다. 매일 나가는 방송이라 제작진들도 몇 회째 방송인지 놓치기 쉬운데 1백회니 2백회니 하며 청취자가 직접 케익을 사들고 와서 갑자기 축하파티가 벌어지기도 하고 이미 지나간 방송의 내용을 날짜부터 모두 꿰고 있는 청취자도 있다고 했다. 편지나 팩스, 컴퓨터 통신들을 통한 청취자들의 사연도 수준 이상이다.
|contsmark7|그러나 한 pd는 심야 프로그램이 매니아를 위주로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기도 했다. 심야시간대라는 이유로 청취자층을 한정짓게 되는 것이 대부분의 심야 프로그램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는 것이다. 방송이 그 수용대상을 한정짓고 이를 상대로 일종의 실험을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어쨌든 라디오 심야음악프로그램은 라디오라는 매체가 가지는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다. 청취자와의 접촉도나 친밀감, 교감의 정도에서 라디오 심야음악프로그램을 따라갈 것은 없다. 그런 점이 pd들에게 모든 사생활을 던져두고 프로그램에 몰두하게끔 하는 것일 테다.
|contsmark8|<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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