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방송비평] 코미디물의 다양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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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88년 12월 kbs 코미디언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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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tv의 정통 스탠드업 코미디물 <폭소클럽>이 지난 6일 막을 내렸다. 이를 계기로 지난 1988년 역시 같은 kbs2 tv의 <유머 1번지>의 불방 사태를 낳았던 코미디언들의 집단파업을 즈음해서 잡지 ‘샘이깊은물’에 발표된 옛날 방송비평 한 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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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2월 세 번째 주말인 17일과 18일 저녁에 코미디를 보려고 kbs2 tv를 틀었던 시청자들은 느닷없이 운동 중계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어리둥절했다. <유머 1번지>와 <쇼 비디오 자키>가 방영돼야 할 시간에 엉뚱하게도 <농구 대잔치>와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중계방송됐으니 시청자들만 바람을 맞은 꼴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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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일간 신문의 방송란에는 kbs 소속 코미디언들이 파업에 들어가 녹화를 못해서 셋째 주말에는 코미디물 방영이 어려울 듯하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사전 예고나 해명도 없이 정규 편성으로 약속된 프로그램 대신에 불쑥 내밀어진 운동 중계에 우선 놀라고 불쾌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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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는 으레 대학생들만 하는 것인 줄 알았더니, 요즘은 정부 출연기관의 연구원인 석·박사님들까지 머리띠 동이고 구호 외치며 거리로 뛰어 나오는 ‘집단 행동 시대’에 코미디언도 어엿한 직업인이고 보면 그들이라고 파업 못하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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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 파업으로 정규 프로그램이 결방되는 건 이 번 만이 아니다. 지난 봄(1988년)엔 kbs 탤런트협회의 파업으로 3월 하순부터 4월 초까지 2주일 남짓 kbs가 드라마 없이 진행되었던 전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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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료 인상과 등급 사향조절을 요구조건으로 내세웠던 탤런트들의 파업이나, 선배 코미디언의 출연 보장과 모든 코미디언의 출연료 인상을 내건 이번 코미디언들의 파업은 그 명분이나 방법에서 같은 성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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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만이라 불리는 젊은 코미디언들에 밀려 일거리를 얻지 못하는 원로나 중견 코미디언들에게 1주일에 적어도 한번 출연할 기회를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제작 당사자인 예능국의 쇼-코미디 프로듀서들로부터 “특정 연기자에 대한 출연 보장 요구는 제작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는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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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들의 파업 이틀째인 1988년 12월 12일에 서영훈 kbs 사장과 장한성 tv본부장이 이들의 요구조건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혀 쉽게 수습될 것처럼 보였는데, 다음날 프로듀서들이 제작권 침해를 들어 반대 결의문을 냄으로써 두 직종 사이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져 파업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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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은 ‘생존권’과 ‘제작권’을 앞세운 명분 싸움에 밀려 ‘시청권’을 빼앗긴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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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전성시대라 불러도 좋을 만큼 두 방송사가 만드는 코미디물이 많다. 이처럼 코미디가 과다하게 편성된 까닭은 말도 많은 ‘전속제’ 때문이다. 경쟁사에 출연하는 것을 막으려고 전속이란 이름으로 연기자들을 묶어 놓았으니 이들의 생활 보장을 위해 출연기회를 줘야 하고 그러려면 코미디 프로그램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이래놓고 10대들을 대상으로한 젊은 코미디언을 중심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과다하게 만들다 보니 원로나 중견 코미디언들의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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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이 청소년 시청자만 겨냥해 거친 말과 거친 몸짓을 쏟아내는 지금의 획일적 코미디를 연령층에 따라 골고루 즐길 수 있는 다양성을 지닌 시츄에이션 코미디 쪽으로 돌린다면 방송사나 코미디언 양쪽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정리=이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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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순 방송비평가 : 잡지 ‘샘이깊은물’ 1989년 1월호 방송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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