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TV를 위한 변명,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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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제작현장에 전념하는 프로듀서들이 간과하는 또 하나의 ‘다른 것’은,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과 실제로 부딪히는 현실과의 엄청난 차이다. 대부분의 tv제작자들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에 운명처럼 길들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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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우선인 오락물을 제작하는 예능 프로듀서들조차 그렇다. 우문이지만 tv의 공공성과 공익성은 어디서 오는가? 전파의 희소성 때문이다. 전파는 국민의 것이고, 전파를 임차해 쓰는 tv는 당연히 공적가치를 우선시해야 했다. 방송학 개론서에 나오는 이 원론적이고도 고전적인 근거로 정부는 주파수를 허가하며 tv를 규제대상으로 삼았고, 전파의 주인인 시청자는 방송을 감시했으며, 경쟁매체인 신문조차 주저없이 tv를 비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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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tv 공시청망이 무너지면서 시청자 대부분이 케이블 망을 통해 tv를시청하고(73.4%), 지상파 라인을 통한 시청은 겨우 17%밖에 되지않는다. 작년 여름, 일산지역에서 케이블 방송사의 침수로 지상파가 7시간이나 먹통이 된 사건이 그 단적인 사례다. 이제 tv는 케이블 망이 없으면 전송조차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혹자는 서비스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사태는 간단하지 않다. tv와 케이블을 가르는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차이는 ‘무료’와 ‘유료’에 있다. 전파망의 상실은 ‘무료를 통한 보편적 서비스 실현’이라는 가치가 ‘유료를 위한 상업적 가치‘에 점령당했다는 뜻이다. 심각한 가치전도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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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폐단이 따른다. 그 상징이 대기업이 케이블을 장악한 뒤 수신료를 기습적으로 2-3배 인상한 사건이다. 곳곳에서 주민들이 반대서명운동을 벌이고 계약방식을 단지별에서 가구별로 바꾼다고 법석이지만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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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있다. 어느 지역에서는 케이블 방송사가 자신에게 밉보인 tv채널을 변두리에 배치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인계까지 써야 했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다. 그렇다면 규제나 감시, 비판의 근거였던 ‘공공재’로서의 tv의 존재의미는 무엇인가. 이미 ‘유료’인 케이블의 매출액은 ‘무료’인 tv를 추월한지 오래 전이다. 그럼에도 방송의 독립과 방송문화 창달이라는 목표로 출범한 방송위는 무기력하기 그지없다. 방송위 출범 전의 정부부처보다 더 심한 상전으로 군림하며 독점과 규제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주파수 관리주체인 정통부는 여전히 주파수를 허가하고 있고, 디지털 전환이 끝나면 주파수를 회수해 통신에 넘기겠다는 정책까지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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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중인 방통융합도 ‘무료’와 ‘유료’의 가치로 접근해보면 그 본질이 드러난다. 통신시장은 상업논리를 훨씬 넘어선다. 수십 조의 매출액, 영업이익만 조단위인 통신이 방송에 진입하려는 이유는 성장동력에 한계가 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새로운 시장이 필요했고, 거대자본을 앞세워 산업논리로 방송진출을 시도한다. 재미있는 것은 정부와 그 유관단체가 제시한 산업파급효과 데이터다. 그에 따르면 tv의 디지털 전환 파급효과가 260조, iptv가 13조, wibro가 23조다. 그럼에도 정부의 관심은 전자보다 후자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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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결정이 필요할 때다. ‘무료’인 tv를 지킬 것인지, 아니면 ‘유료’인 상업매체를 우선할 것인지. 이 사회가 도로나 철도 같은 사회간접자본 개념으로, tv가 사회적 ‘공공재’이며 여전히 지킬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지금 프로듀서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상업, 산업, 자본논리가 우세한 것이 분명하다. 정부도, 시청자도 tv를 지킬 의지가 없다. 그렇다면 tv 지킴이는 누구인가. ‘공공재, 공적 가치의 회복’이라는 외침은 tv가 이 험난한 생존경쟁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기주의일 뿐이라고 매도되어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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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해랑 kbs 경영혁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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