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pdnet@naver.com)
갖가지 매체를 접하다 보면 참 많은 광고가 갖가지 수법으로 대중의 감각을 파고든다. 그 중에서도 매우 걱정되는 광고들이 있으니, 분류를 하자면 ‘국가주의 광고’라 할 만한 것들이다. 이런 광고는 별 근거 없이 왜곡되거나 그릇된 국가관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크다고 본다. |contsmark1| |contsmark2| ‘빛의 속도로 움직여라, 코리아여!’라는 광고가 있다. 지금도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 어지러울 정도인데, 빛처럼 빨리 움직이는 나라에서 사람들은 온전할까? 왜 온 나라가 그리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말일까? 그토록 빠른 변화에 나는 적응할 수 있을까? 이 과장된 구호는 우리에게 속도 강박증을 유발한다. 어지러운 시간의 쳇바퀴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사람답게 사는 비결이라는 사상가들의 충고를 귀담아 들을 때다. |contsmark3| |contsmark4| ‘집중력 강한 한국 사람들, 골프 천재죠. ○○○하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광고도 꽤나 거슬린다. 골프 치는 사람이, 그것도 천재적으로 잘 치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한국 사람들이 모두 골프 천재라고 단언할까? 그리고 하필이면 환경문제와 위화감을 조성하고 비리의 현장이 되기도 하는 골프를 잘 친다는 것으로 비유를 할까?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한국 골프선수들이 많은 것은 한국 사람들이 천재적 재능을 타고나서가 아니라 어려서부터 만사 제치고 골프에 승부를 거는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잘하는 몇 가지를 가지고 천재민족이라 한다면 유태인 일본인 브라질인을 비롯해서 어느 나라라도 천재 아닌 민족이 없을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한국 사람들이 최고가 될 것이라 말하는 것은 기껏 주술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뿐이다. |contsmark5| |contsmark6| 최고지상주의는 일찌감치 아이들에게 주입된다. 아이가 부모한테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하는데 부모는 “그래, 우리도 네가 최고다”라고 답한다. 아이가 최고가 아니라면 아이를 사랑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이 부모의 대답은 “그래, 우리도 너를 사랑한다”가 되어야 정상이다. 최고지상주의는 ‘2등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옛날 광고가 원조였다. 실제로 어떤 스포츠 선수들은 세계대회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눈물을 흘린다. 1등만 기억하고 1등만 살 수 있는 나라는 지옥에 다름 아니다. |contsmark7| |contsmark8| ‘출격! 태극전사’라는 스포츠 신문식의 문구도 부담스럽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왜정 말기의 가미가제 부대나 로마 검투사들에게 하던 대로 죽기를 각오하라는 식의 스트레스를 줄 필요는 없다.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실력이 있고 운이 좋으면 이기는 것이지 옆에서 열광적으로 응원을 한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응원문화는 언제부턴가 무의식적으로 주술적 효과를 기대하는 종교 행사 비슷하게 되어가고 있다. |contsmark9| |contsmark10| 한국 사람들은 잘하는 것도 많지만 못하는 것도 많다. 한국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분단문제, 교육문제, 환경문제, 저출산문제, 주택문제, 지방자치, 전통문화 계승 등 장기적인 과제에 대처하는 우리 능력은 낙제점에 가깝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자꾸 칭찬을 해야 더 잘한다고 하지만, 대중은 다르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내세우기에 앞서 부족한 점부터 냉정하게 인식해야 옳다. 물론, 언론이 할 일이다. |contsmark11| |contsmark12| 최상일/mbc 민요전문 pd|contsmark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