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볼리바르 대안>. 그리고 우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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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볼리바르 대안’ 라틴 아메리카의 쿠바와 베네수엘라, 그리고 볼리비아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기의 협력체제이다. 이들 나라들은 내부적으로 그 사회의 공적 자산을 그 자산의 진정한 주인인 민중들에게 돌려주는 작업을 이미 완료했거나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하루 9만 배럴의 기름을 무상제공하고, 대신 쿠바는 베네수엘라에게 의료진과 교육자들을 파견한다. 베네수엘라는 볼리비아에 사회발전기금을 지원하고 볼리비아의 콩은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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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상대의 시장을 우격다짐으로 장악하려하거나 또는 힘이 상대적으로 강한 나라가 자신의 물질적 기반을 약한 나라에 지배적으로 구축하려는 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미국의 오랜 라틴 아메리카 지배질서에 조종(弔鐘)을 고하는 중대한 발걸음이자,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실질적인 극복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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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대체 신자유주의 체제 작동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 사회의 공적 자산을 자본에게 사적 재산으로 넘겨주고, 희생과 부담은 사회적으로 전가시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력을 가진 이들에게 자유를,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고통을 안겨다주는 양극화를 본질로 하는 시장질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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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 속에서 참다운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위태롭다.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서로에게 “적”이다.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의 견제와 감시, 그리고 요구를 최대한 봉쇄하는 전략을 생존본능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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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체제의 주도세력은 그 어디에서든 국가권력이고, 그 국가권력의 향방을 자본은 결정해나간다. 권력과 자본의 동맹체제가 기존질서의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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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자본주의의 출현과 성장의 밑바닥에는 “인클로우저 운동(enclosure movement)”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존재한다. 칼 폴랴니가 그의 저작 <거대한 사회적 변혁(the great transformation)>에서 이미 날카롭게 규명했듯이, 이는 영국의 공적 자산을 해체시키면서 자본에게 이를 넘겨주고, 농민과 노동자들을 빈곤으로 몰아넣은 비극적 사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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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시장의 자유”란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자본의 권력질서였다. 농민과 노동자, 그리고 빈곤계층을 보호할 장치는 자본의 야망과 공존하기 어렵다. 결국, 신자유주의 국가는 이들 농민과 노동자, 그리고 빈곤계층을 공격하는 자본의 정치적 무기가 되어간다. 법과 제도는 이런 현실에서 자본의 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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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진보적 사회학자 제임스 페트라스는 미국의 자본주의 시장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전략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 관철하려는 것은 바로 이 ‘공적 자산의 사유화’와 자본의 무제한적 자유, 이를 위한 법과 제도의 구조조정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다수의 민중들은 날이 갈수록 피폐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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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그렇게 국가권력의 신자유주의적 운용을 통해 공적 자산을 누군가의 특정한 소수에게 넘겨주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이 일이 더욱 거대한 규모로 이루어지게 되는 한-미 fta라는 구렁텅이로 빠져들지도 모르는 채로 있다. 과연 ‘볼리바르의 대안’이란 우리에게 그저 이국(異國)의 슬로건으로 그치고 마는가? 이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포기한 사회가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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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성공회대 사화과학 정책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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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김민웅의 월드센터> 진행|contsmark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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