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동지여 하루의 무용담은 그만 말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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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동지여 하루의 무용담은 그만 말하세
  • 관리자
  • 승인 2006.05.1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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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추억이라 부르지 말자, 기적이라 부르지 말자. 2006년에 다시 타오를 불꽃이라 부르자.” -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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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라고는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싶지만, 분명한 건 그건 기적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4강 진출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태극전사들이 링거투혼으로 4강 드라마를 연출하는 동안, 우리는 각종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들을 연출해 쏟아냈다. 이걸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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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몰랐다 치자. 대표팀이 설마 16강에 진출할까, 설마 이탈리아를 제치랴, 설마 8강전을 이기랴, 설마 아줌마들까지 들썩여 대한민국 전체가 난리부르스가 되랴…, 설마, 설마, 설마. ok! 인정한다! 맞다, 솔직히 몰랐다. 설마 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모든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온통 붉은색과 “대~한민국”에 쏠렸다. 그 틈에 ‘몰랐다’는 말은 모른 체하며 순식간에 각종 특집들을 포장해 냈다. 하루 만에, 이틀 만에, 사흘 만에 예능, 다큐멘터리, 보도 각종 프로그램들로 편성표를 메웠다. 너나 할 것 없이 기존 프로그램이 죽거나 붉은 축구공으로 탈바꿈했다. 기적처럼 그럴듯한(?) 특집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냈다. 시청자들에게도 먹혔다. 하지만… 지금 다시 떳떳이 시청자들에게 내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는 그 중 몇 퍼센트에 해당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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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박한 시간 내에서 한정된 화면과 뻔한 출연진으로 만들어 낸 ‘동지’들의 기적같은 결과물을 폄훼할 의도는 털끝만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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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그 때 ‘동지’들의 뛰어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한 그 무언가 또는 그 누군가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기 위함이다. 늘 시간과 조건에 타협해 가는 것이 방송쟁이들의 숙명이라 하지만, ‘내일 꽂아라, 모레까지다’ 라는 말에 기막혀하며 돌아서던 순간이 없었는가. 그 몇 달 전에 요런 거 해 보겠습니다 하다 싸늘히 외면 받지는 않았나. 이번엔 히딩크 말고 그 옆에 사람들 해보라는 친절하시기까지 한 기획을 받아들진 않았나. 솔직히 시간과 조건에 무개념한 뒤늦은 오더들이 한둘이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하게도 결국 해내긴 했다. 그리고는 결과적으론 그렇게 저렇게 해도 시청자들은 본다는 오만함 내지 자조 섞인 위안에 구속되진 않았었나. 불확실한 결과에 대해 많은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 방향을 여러 가지로 미리 기획해 두는 것, 히딩크한테서나 기대 했어야 되었던 것일까. 몰랐지만 어쨌든 하면 된다? -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월드컵 상황에만 국한되는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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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4년이 지난 올해의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은, 2002년에 순식간에 쏟아졌던 프로그램들의 결과적인 영광만을 향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4년 전과는 반대의 경우의 수에 올인 하지 않나 걱정스럽다. 행여 만족스럽지 못한 대표팀의 결과가 나온다면(그래선 안 되지만),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반대로의 허망함을 주진 않으려나. 이쪽이든 저쪽이든 쏠림은 허술함을 뜻함이니까. 돌이켜 보면, 그렇게 편성표를 메운 건 다시 말하지만 분명 기적이었다. 그리고 그 기적의 체험은 얼마나 진한지 여전히 술자리에서 마르고 닳지 않는 구수한 안주가 된다, 또 신입후배들에게 들려줄 뜨거운 무용담 레퍼토리가 된다. 그렇지만 이제 그런 하루의 무용담은 그만 생겼으면-정확히는 ‘그만 만들어 줬으면’-좋겠다. 흘려버린 시간과 날려버린 조건 아래서 다시 타올라라 마라 하지 마시라. 기적은 한두 번으로 족하다. 어떠한 상황이든 미리 염두에 두고 멋들어진 기획과 제대로 된 완성도를 가진 프로그램을 척척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순탄함, 그런 걸 원한다. 까짓것 추억이라 부르지 않아도 좋다. 기적이라 부르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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