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래 PD의 코미디 연출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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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래 PD의 코미디 연출론 5
뉴스를 해석하는 감각이 필요하다
시사 코미디 연출론
김웅래
KBS TV2국 제작위원
  • 승인 1998.12.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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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시사 코미디라 함은 일반적으로 정치나 사회풍자 코미디를 말함이 보통이다.“지금까지 우리의 방송 현실에서 시사코미디가 있었는가?” 하는 문제는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물음이 될 수 있다.현재 3개 방송사에서 손쉽게 예를 들자면 kbs의 <시사터치 코미디파일>, mbc의 <가상특종 if>, 그리고 sbs의 <주병진 데이트라인>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의 세 프로그램들이 모두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부끄럽지 않은 시사코미디 프로인가? 나는 먼저 프로듀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풍자다운 풍자를 한번 멋지게 해본 적이 있는지 사회풍자다운 풍자를 한번 통쾌하게 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못해보았다면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그 변명을 듣고 싶은 것이다. 차마 그 변명조차 똑 부러지게 못하는 심정을 나는 알 것만 같다.내가 주장하는 바는 “그 나라의 풍자 코미디의 수준은, 그 나라의 민주주의의 발전에 정비례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는 나라에서 수준 있는 시사풍자 코미디를 바란다는 것은 엄청난 사치다.지금부터 4년전 1994년 7월 필자도 <유머채널>이라는 시사코미디를 파일럿으로 제작했을 때의 경험을 하나 예를 들고자 한다.아이템을 보면,1. 헤드라인 유머 - 남녀 성비율이 엄청나 초등학교 교실에서 여학생의 인기가 치솟는 모습 그밖에 희망소비자 가격 / 토사구팽 (과거시험장 시제로 토사구팽이 내걸렸다) / 남성 고민상담 전화 개설 / 경춘가도의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러브호텔 현장취재 그리고 ys시절의 ‘대도무문(大道無門)’ 액자 소동 등으로 엮었다.2. 지역뉴스(강원, 영남, 호남)3. 기획취재-미시문화를 파헤친다.4. 대학가 소식-소모임 문화의 상설화5. 해외정보-서바이벌 키트, 이것을 지녀라!6. 가정저널-냄비사랑 문제있다.7. 기습출현-국민학생 학습지에 연예인 소식만 가득한 것을 취재8. 메디칼 뉴스-병원진료기록 한글 의무화에 대한 풍자9. vip와의 대화10. 기타 문화시평, 금주의 경제, 정가의 이모저모, 남성탐구 등을 구성했었다.
|contsmark1|문제는 vip와의 대화코너였다. 스튜디오와 청와대 ys와의 화상 인터뷰였다. 당시 ys를 닮은 연극 배우를 한달 전부터 섭외를 해서 가발도 맞추고 목소리도 흉내내기 위해 카세트를 회화공부 하듯이 늘 갖고 다니게 해서 연습을 철저히 시켰다. 취재기자가 청와대의 일상적인 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인터뷰하는 형식이었다. 내용도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가 출판한 내용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봤다.그런데 녹화 당일 녹화하는 도중에 위(?)에서 전화가 왔다. ys에 관한 코너는 녹화를 하지 말라는 전화였다. 물론 사전에 대본을 보시라고 위에까지 다 올리는게 상례였다. 너무 바빠서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셨는지, 하여간 녹화하는 도중에 난리가 난 것이다. 방송사 내에서는 각 스튜디오에서 녹화하는 내용을 모니터로 다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모니터를 보니까 청와대와 인터뷰하는데 ys의 모습이 나오는 것에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내용이 뭐냐고 묻는게 아니라 무조건 녹화를 하지 말라는 거였다. 하여간 청와대와 ys를 코미디에서 다루다니 말도 안된다는 역정이었다.당시 심정은 참으로 참담했다. 아니 녹화를 하는 도중이니까 녹화를 끝내고 사내 심의에서 내용을 충분히 검토를 해 방송 여부를 결정하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무조건 절대 불가라는 것은 당시 경영층의 입장이 어떠했는지 단적으로 볼 수 있던 사건이었다. 물론 그 코너는 방송을 못했을 뿐 아니라 사내 심의의 무참하고도 과감한 편집으로 첫회만 방송하고 막을 내리고 말았다. 장래 발생될 지 모르는 돌발 사태에 대한 예방차원에서도 시사코미디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contsmark2|지금의 입장은 많이 달라졌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지 않았던가. 북쪽엔 궁민(窮民)의 정부가 존재하고. 노정권 때도 나를 코미디의 소재로 삼아도 좋다고 말을 하고 한 두달 흥분해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1년만 지나면 다시 조이기 시작했다. 자신을 가졌던지 아니면 자신이 없어져서인지는 모르지만 그래왔다. 문민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도대체 국민들이 투표로 뽑은 대통령을 갖고 코미디의 소재로 삼겠다는데 원천적으로 막는 이유가 뭔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상식을 벗어나는 내용으로 대통령을 어쩌자는 건 더욱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권력 주변에 모인 이들이 대통령을 신성시 여기게 관리하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유머감각이 없는 째째한 정치인들이라서 그런 것일까? 껌도 씹다가 뱉기 아까운데 무소불위의 권력을 영원히 갖고 싶어서일까? 신나는 시사 코미디를 어느날에나 맘껏 만들어 보게 될 것인지 그날이 그립다.
|contsmark3|오늘날 시사코미디를 지향하는 프로그램들이 10대 후반에서 20∼30대 시청층을 대상으로 수준을 높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청자들에게 맞춰진 듯한 치기와 단세포적인 내용이 문제다. 단지 뉴스 장면을 몇개 쓰는 것에 만족한다든가, 지난주 주요 뉴스의 재현을 통한 내용 베끼기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출연자나 진행자를 연예인 위주로 구성한 것도 문제중의 하나다.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pd가 뉴스를 해석하는 감각을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일상적인 시청자의 입장을 떠나 테스크의 입장에서 취사 선택해 보는 것이다. 신문, 잡지, tv뉴스, 그리고 4대 pc통신까지 두루 관심을 갖고 오늘의 화제가 무엇인지 베스트 3를 뽑는 훈련을 해보는 것이다. 필자는 코미디뱅크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매일 ‘오늘의 클릭 금지자’라는 코너를 운영하는데 뉴스를 보는 감각을 훈련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윤리적으로 가장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은 누구일까? 매일 한명씩 찾아 홈페이지에 올리는 과정을 통해 감각을 익혀보는 것이다.다음으로 시사코미디 구성에 있어서는 기존 코미디작가에 만족하지 말고 적어도 정치학을 전공한 석박사급의 작가를 구성팀에 합류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늘상 바쁜 방송환경에서 멀리 그리고 넓게 보는데 익숙하지 못한 기존의 작가들만 갖고는 훌륭한 시사코미디를 구성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인 흐름을 제대로 읽는 전문가가 한명 정도는 팀에 상주하고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꾸며야 한다. 뉴스를 카피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의 풍자를 통해 깔깔깔 웃는 속에 시니컬한 웃음도 창조하는 것이 필요하다.마지막으로 매스컴이 사회의 목탁이요, 거울이라고 했듯이 시사코미디를 통해 pd는 오늘 우리들의 잘못을 숨김없이 반성하고, 아울러 내일 우리모습을 비쳐보는 역할을 시청자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말초적이 아닌 총체적인 웃음을 주는 시사 코미디가 되어야 하겠다.
|contsmark4|e-mail : kimpd@comedybank.com / 유니텔id : 스마일pd / 천리안id : smail0 / 하이텔id : ipc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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