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 다큐멘터리, 픽션과의 줄타기… 금기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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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실세계 기록’ 공식 탈피… 다큐 제작자·제작환경 세대교체 중

|contsmark0|낯선 드라마 한편이 전파를 탔다. 지난 14일 을 통해 방송된 5.18기획 ‘오월의 두 초상’(연출 유장종)은 드라마 요소를 담고 있었지만 분명 논픽션적 요소를 가미한 한편의 다큐멘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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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섞은 팩션드라마 ‘오월의 두 초상’은 작가 정찬이 쓴 소설 ‘슬픔의 노래’와 ‘완전한 영혼’을 기반으로 80년 광주에 투입된 진압군과 피해자 두 인물을 등장시켰다. 등장인물들의 연기방식이나 전개방식이 드라마에 가까웠지만 인터뷰 처리나 사실을 기반으로 한 해설은 전통적 다큐멘터리 기법 그대로다. 다소 극적 극적 요소가 어색했다는 평가가 있긴 하지만 중년 pd의 외도(?)는 방송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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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성과 거리두기, 감정개입은 적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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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의 일탈이 시작됐다. 객관성, 거리두기를 절대법칙으로 삼았던 다큐멘터리가 픽션을 가미하고, 제작자가 화자가 되어 적극적인 감정 개입에도 나서고 있다. 3인칭 관찰자라는 다큐멘터리의 전통적인 법칙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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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16일 방송된 ‘한국야구 100년 사상최대의 프로젝트, 백년드림팀 평가전’(연출 최근영)은 제작자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다. 우리 야구사 100년 동안 최고의 선수들을 모은 드림팀 평가전. 야구 마니아들이 꿈꿨을 ‘희망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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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pd는 이런 독특한 발상을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으로 실현했다. 물론 드림팀 10명의 선수는 메이저 방송사 야구 해설자, 스포츠 기자 등 전문가들이 결정했다. pd는 이렇게 뽑힌 10명의 선수들을 그라운드에 세웠다. 드림팀 평가전 시구는 한국에 야구를 들고 들어온 선교사 질레트가 맡았다. 최근에는 감정개입에 솔직한 다큐멘터리들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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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랑> ‘너는 내 운명’편에서는 오랜 암투병 끝에 생을 다하는 아내를 지켜보다 못한 남편 정찬형 씨는 담당 pd를 와락 껴안았다. 기존의 상식이라면 그 장면은 편집과정에서 잘려나갈 부분이었다. 그러나 제작 pd는 과감하게 그 장면을 선택했고 감정 몰입의 절정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제작자와 주인공간의 신뢰도 그리고 당시 상황에 대한 극적 요소가 가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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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특집으로 방송된 ‘내 친구 김동관’은 공수부대원으로 5.18 광주에 투입된 진압군 김동관의 친구 전성씨를 화자로 내세웠다. 전성씨는 친구 김동관씨가 겪은 5.18 당시 진압상황을 듣기 위해 전우들을 찾아 동관이의 과거 행적을 더듬는다. 연출자는 해설자 두 명을 등장시켜 3인칭 관찰자에서 1인칭 시점까지 넘나들면서 감정의 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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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부 다큐멘터리에서는 직접 제작자가 실험당사자로 출연하기도 한다. kbs 6부작 <마음>에서는 이영돈 pd가 직접 출연해 신경전달물질 균형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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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의 영역 확장 vs 위기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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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방송, 이른바 제도권이 아닌 영화계나 인디다큐멘터리 쪽에서는 다큐멘터리의 전통적인 벽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과감하게 부서지는 추세다. 마이클무어 감독의 <화씨 911>은 여러가지 논란도 있었지만 감독의 적극적인 개입, 해학 그리고 풍자로 기존 다큐멘터리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 던졌다.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 역시 현실을 기반으로 재연했으며 인디다큐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1인칭 시점인 내(감독)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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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 경향은 다큐멘터리 개념을 확립한 존 그리어슨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다. ‘다큐는 사실 세계의 기록’이라는 절대 진리를 믿고 있는 다큐멘터리스트들은 최근 상황이 ‘다큐멘터리 위기’로 인식하고 하다. kbs 한 pd는 “다큐 피디는 항상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고민해 왔다. 연출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그것이 곧 연출자 도덕성과도 연계돼 인식돼 왔었다”며 “최근 경향성을 다큐멘터리의 영역 확장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또 다른 형식의 등장이라고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만물이 변화하고 진화하듯 다큐멘터리도 새로운 영역으로 한 단계 외피를 벗어던지고 있다. 끊임없는 연성논란과 연출조작 논란이 거듭되겠지만 다큐멘터리 정신, 현실에 대한 관찰 그리고 응시라는 근본적인 존재이유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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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한 pd는 “그동안 다큐멘터리는 386세대의 전유물이었는데 최근에는 90년대 학번들이 제작일선에서 자리를 잡아가면서 서서히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시사물을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다양한 소재와 영역, 형식의 발굴을 통해 점차 변화하고 있고 이런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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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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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큐멘터리는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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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18에서 인터뷰 다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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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tv다큐멘터리 역사는 50년 정도지만 본격적인 제작은 eng카메라 발달과 80년대 말 정치, 사회적 환경 변화가 급변하면서다. 지난 20년 동안의 다큐멘터리 역사를 쓴다면 어떤 작품들이 기록될까. 한국방송프로듀서상과 각종 방송상을 종합해 우리 방송사에서 기록할 만한 다큐멘터리 ‘베스트 7’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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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노래>(mbc·1991년) <광주는 말한다>(kbs·1991년)= 우리 다큐멘터리의 역사를 쓴다면 이 두 작품은 빠질 수 없다. 90년 방송민주화운동의 산물로 탄생한 두 작품은 80년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을 침묵으로 일관한 데 대한 반성적 성격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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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kbs·1994년)= 94년 10월 kbs <세계는 지금>의 출발은 pd저널리즘의 세계화 선언과도 같았다. 80년대 후반 해외여행 자율화 바람과 함께 정부차원의 세계화 정책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월드뉴스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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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스페셜>(kbs·1998~)= 본격 재연 다큐멘터리의 탄생은 역사다큐멘터리에서 출발했다. <역사스페셜>은 그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역사추리> <다큐멘터리 극장> <역사의 라이벌> 등으로 출발해 잘못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밝히고 문화유산의 발굴 및 영상복원 등을 진행해 새로운 역사다큐멘터리의 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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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수 있다>(mbc·1999년~2005년)= 1999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은 물론이고 베일에 감춰진 비밀까지 당시 역사 속 증언자들을 찾아 5년에 걸쳐 무려 100여 편에 이르는 내용을 다뤘다. 방송내용들은 최근 과거사 진상규명의 기초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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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잃어버린 한국 야생동물을 찾아서>(ebs·1999년)= 살아있는 야생호랑이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이 작품은 자연 다큐멘터리의 진화를 보여준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ebs 뿐만 아니라 kbs를 통해서도 방송이 됐으며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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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사는 법> (sbs·2002년)= 1년 동안의 오랜 제작기간과 다양한 실험으로 우리 식습관의 문제를 집중 조명한 다큐멘터리 <잘 먹고 잘 사는 법>은 방송이후 우리 사회 식생활 문화에 변화를 일으키는가 하면 다큐멘터리의 대중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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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큐멘터리 가족>(mbc·2005년)= 휴먼 다큐멘터리의 실험적 형태를 띤 <인터뷰 다큐멘터리 가족>은 어떠한 내레이션도 없이 인터뷰로만 구성됐다. 제작진은 가족에 대한 진솔한 고백을 듣기 위해 수 백 명의 사람들을 직접 만났고 그들과 가감 없는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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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기자|contsmark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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