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차라리 판타지로 리얼리티를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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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최근 우리 tv 방송의 기조는 ‘리얼리티’로 대변되는 듯 하다. 아마도 조금은 최근 우리대중문화 전반을 이끌어 가는 듯한 우리 영화의 영향 때문은 아닐까 싶다. 우리 영화는 거칠고 조야한 듯 하지만 우리 관객이 아닌 다른 세계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세계의 ‘리얼리티’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 ‘리얼리티’를 우리 영화 특유의 ‘날것의 느낌’으로 표현하곤 하는데, 불과 최근 4~5년 동안 ‘날것의 느낌’이 신선도를 유지한 채 세련미까지 더해진 신공을 보여줬다. 아마 tv방송도 우리영화의 ‘날것의 느낌’을 적극 차용하고 있는 탓에 어느새 ‘리얼리티’가 방송의 기조로 자리잡은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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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거친 편집을 택하고, 현장감을 중시해 기승전결의 구조를 파괴하거나, 경우에 따라 가공의 흔적을 최대한 줄이거나 아니면 가공되었음을 일부러 강조하거나, 멀티 카메라의 운용으로 한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 혹은 장면의 다각적 반복을 통한 강조 등으로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있다. 아니, 리얼리티만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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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가 식재료의 신선도를 강조하고 싶다면 신선도를 유지한 채 날것으로서는 낼 수 없는 다른 맛을 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말 날것이 먹고 싶다면, 요리인은 필요치 않으므로. 장르가 시사교양이든 예능이든 ‘리얼리티’를 전면에 내세운 다는 것은 생생한 현장감만을 전달한다는 뜻은 아니다. 왜 이 현장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 현실의 가공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리얼리티’강조는 현실의 가공이나 현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날것의 느낌보다는 일종의 판타지에 가까운 느낌이다. 요리사가 추구하는 궁극의 맛이 신선도에만 머물러 버린 탓에, ‘날것의 느낌’에 더할 수 있는 극상의 맛이 빠져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 ‘리얼리티’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이국적 느낌의 판타지에 빠져버리지는 않았나 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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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로그램은 어느새 사회구조의 개선과 균열의 원인에 주목하기 보다는 개인과 개인간의 폭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버라이어티쇼는 솔직함과 진솔함이라는 ‘리얼리티’로 판타지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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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어깨에 힘들어간 ‘리얼리티’를 내려놓고 처음부터 판타지를 추구하면 어떨까. 문학평론가들은 환상문학과 판타지를 엄격하게 분리하는 경향이 있지만, 영상제작물 있어서는 환상과 판타지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j.r 톨킨류의 원작이 연상되면 판타지, 보르헤스류의 환상문학 텍스트를 응용하면 환상’이다라고 정의하기는 어려운 장르가 영화나 tv 프로그램이다. 모든 영상 장르는 초현실적이거나 극사실적이거나 어느 정도의 판타지 혹은 환상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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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류의 장대한 판타지 제공은 어렵겠지만, 같은 시공간의 판타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못할 청춘무릉도원을 보여준 ‘스윙걸즈’나 ‘린다 린다 린다’, 민족 최대의 비극을 초현실적 공간으로 이동시킨 ‘웰컴 투 동막골’. 정말로 옆집에서 벌어진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바람난 가족’등. 우리가 열심히 꿈을 꾸면 어느새 ‘리얼리티’로 존재할 수 있는 동시대 혹은 근미래의 판타지. tv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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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송에 ‘리얼리티’와 ‘판타지’는 공생관계에 있지만, 좀더 어깨에 힘을 빼고 차라리 ‘판타지’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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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희/강원민방 pd|contsmar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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