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월드컵 열풍에 주저앉은 한·미 FTA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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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4년 전 그날들. 순간, 순간이 감격의 연속이었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그 우렁찬 연호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서울의 심장부를 메운 그 붉은 물결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우리 모두 하나 되어 힘껏 외쳤던 함성이 지구촌에 울렸다. 그 거대한 인파가 연출한 붉은 율동이 지구인의 눈을 한곳으로 모았다. 준산을 가르며 솟구치는 용암 같은 위세에 도취하고픈 그런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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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그날들을 다시 열광하고프다. 그래서 그런지 tv화면에는 월드컵 이야기가 홍수를 이룬다. 채널을 이리 저리 돌려도 월드컵뿐이다. 광고마저 월드컵이 넘쳐난다. 뉴스시간에도 온통 월드컵이다. 뒤이은 스포츠 뉴스에서 그 소리를 재탕한다. 흥분된 목소리가 전하는 그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야 한다. 좋은 소리도 자주 들으면 지겹다는데 말이다. tv만 보고서는 도무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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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도 용광로처럼 시뻘겋게 달아오른 월드컵에 지방선거가 빨려 들어가 용해되고 말았다. 지방선거는 냉기마저 흘러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언론이 후보자를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는 탓인지 지방자치가 썩을 대로 썩어 악취마저 풍긴다. 토호와 건달들이 지방정부를 은신처로 삼는지 범법자가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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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는 결과가 이미 드러났다고 말한다. 인물도 정책도 필요 없고 한나라당이 말뚝만 박아도 당선되리라고 말이다. 다만 대전과 제주도에서도 한나라당이 이길지, 그리고 광주에서는 열린우리당 표가 얼마나 나올지 관심사라고 한다. 유권자가 결정할 일이지만 월드컵에 매몰된 방송에서는 지방선거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정보전달은 언론의 몫이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장바닥을 누비는 장면 말고는 그 의미의 중요성을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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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맑은 대낮에 벼락치듯 불쑥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들고 나왔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이 나라의 산업구조-사회체제에 일대 변혁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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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대사이지만 노 정부는 진척상황과 협상방향도 비밀에 부치고 미국의 시한에 맞춰 밀어붙인다. 모든 국민이 이해당사자이니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그것을 충족시키는 일은 언론의 책무이다. 그런데 언론도 노 정부를 닮았는지 제 몫을 뒷전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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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면 fta 소리가 더러 나온다. 관변자료나 들고 나와 장밋빛 그림이나 그리다 더러 꼬집는 소리를 낸다. 한·미 fta는 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사이다. 그 내용은 복잡하고 난해하고 방대하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말 몇 마디로 풀어낼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분야별로 그 파급영향-효과를 면밀하게 분석-점검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미국은 10년간 남-북아메리카를 묶는 ftaa(전미자유무역협정)에 공을 들였지만 남미국가들의 반대로 작년 11월 좌절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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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노 정부는 몇 달만에 성사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것도 국민적 동의도 구하지 않고 말이다. 한·미 fta 논의가 월드컵 열풍에 휩싸여 소멸된다면 이 나라의 장래는 암울하다. 4년 전 방송이 월드컵에 몰입되어 있는 동안 미군 장갑차에 치여 효순이-미선이가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한·미관계의 재정립을 요구한 이 역사(轢死)사건을 인터넷이 되살리지 않았다면 월드컵에 영원히 파묻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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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contsmark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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