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말과 추억이 같은 사람은 함께 어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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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난 얼마 전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이하 재일한통련) 오사카 본부로부터 올해 13회째를 맞는 이쿠노 통일마당에 출연해달라는 초청을 받아 오사카를 다녀왔다.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의 홍보대사자격으로 참가한 나는 해외모금운동은 아직 허가를 받지 못해서 그냥 이런 단체가 있다는 정도를 홍보하는 수준이었지만 북의 아이들을 남북이 함께 먹인다는 사업이야말로 통일운동의 핵심이므로 기꺼이 참가 했드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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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이가 함께 한 이번 여행에 우리 일행을 마중 나온 사람은 재일한통련의 사무국장인 김창오씨였다. 오십이 넘은 그는 일본에서 나고 자랐는데도 우리말이 아주 능숙했다.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 정부의 이적단체인 조총련 소속이기에 ‘조국 땅’을 평생 그리워만 하다가 5년 전에야 통일운동을 하는 일본인 단체의 자격으로 처음 한국 땅엘 와봤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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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대부분 조총련 하면 북한공산당과 이념을 함께 하는 일본 속의 북한쯤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알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편견과 선입관으로 그들을 대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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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이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나라였을 때 일본에 갔던 사람들 입장에선 곧 돌아가야지 했던 자신의 조국이 둘로 나뉘어진 것도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데 둘 중 한 곳을 택하라고 강요받는 입장이 된 데엔 그 막막함과 민망함은 말로 할 수 없었으리라. 보통사람들이 일상을 살면서 특정한 이념을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그 당시 조총련을 택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괄시받고 차별 받는 재일 교포인 자신들을 두 번 차별하고 무관심했던 한국 정부에 비해 동포라는 이름으로 기꺼이 도와주고 껴안아 준 북한 정부가 그저 고마워서, 말하자면 ‘생계형 선택’인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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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우리 동포들이 받는 차별은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얼마 전만 해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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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노 통일마당은 조국 땅이 하루빨리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통일이 되길 바라는 맘을 가진 동포들이 모여서 하는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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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집 사장은 고기를 내고 청년들은 각종 허드렛일을 몸으로 때우고 끼가 있는 학생들은 춤과 노래로 꾸미는 흥겹고 정다운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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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라는 것 말고는 어느 것 하나 공통점이 없는데도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나중에 우리 쪽에서 간 노래패 ‘사람들’의 달 타령에 맞춰서 강강수월래를 할 때는 정말 오랜만에 잔치다운 잔치를 하는 신나는 경험을 했다. 간간이 눈물을 찍어내는 교포 일점오세대인듯한 노인 분들을 보며 가슴이 짠해지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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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풀이 자리.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도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 같이 살갑다. 40~50대 남자들의 직업이 대부분 ‘사장님’인 이유는 좋은 대학을 나와도 조선인차별로 인해 제대로 취직이 안됐기에 대부분 장사를 했기 때문이라는 거다. 그 중 한 사람, 허경민이라는 ‘사장님’은 70년대 초, 할아버지 아버지께 그토록 들어오던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조국인 조선땅을 너무 가보고 싶어서 서울로 유학을 왔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저 평범한 유학생이었을 뿐이었던 그는 조총련 출신이라는 이유로 ‘남산’을 몇 번 들락거렸고 심지어는 이유도 모른 체 고문까지 받았었다는 거다. 영화감독인 신랑에게 자신의 얘기가 바로 영화 시나리오가 아니겠느냐며 껄껄 웃는데 우리 부부는 마치 그게 우리 잘못인양 머릴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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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 속의 두 개의 조선인 민단과 조총련이 50년 만에 극적인 화해를 했다고 한다. 감동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다. 헌데 점점 우경 화되고 있는 일본사회, 특히 언론에선 북한의 납치문제만 보도하면서 민단과 조총련의 화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잘못한 건 따지고 사과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같은 민족끼리 싸우는 거 보단 화해하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일본은 무엇이 두려워 마뜩찮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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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민족을 너무 강조하는 것도 파쇼가 될 위험이 있기에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허나 말이 같고 추억이 같은 사람들끼리 친하게 좀 지내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위험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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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혜/배우|contsmark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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