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리뷰] “달라도 사랑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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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리뷰] “달라도 사랑할 수 있어요”
KBS <낭독의 발견> ‘이주노동자 하킴과 쿠마리’ 편
  • 관리자
  • 승인 2006.06.2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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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문화가 달라도, 말이 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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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달라도, 부자여도, 가난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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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다 똑같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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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 잊지 않는다면 세상은 항상 아름다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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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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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즐거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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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영원한 이방인’ 취급을 받는 이들, 이주노동자. ‘다르다’는 것이 곧 차별의 근거가 되는 이 사회에서 그들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감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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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kbs1 <낭독의 발견>(연출 배기형·홍경수)에 출연한 하킴과 쿠마리는 이주노동자다. 이주노동자가 뉴스도 아닌 문화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 사장으로부터 착취당하거나 고향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눈물짓는 모습만 tv를 통해 주로 볼 수 있었던 그들이지만, 이날만큼은 특별했다. 소리 내어 글을 읽고 자신의 꿈과 인생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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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에 방글라데시를 떠나온 하킴은 한국에서 일한지 11년이 됐다. 하루 12시간씩 야간근무를 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청년이다. 그는 혼자 있거나 힘이 들 때 시를 쓴다. 그동안 틈틈이 적은 시가 벌써 두꺼운 노트 한권을 채웠다. 하킴은 자신이 쓴 시 한편을 방글라데시어로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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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무슨 말을 해도/나는 듣지 못 한다네/내 마음은 온통/노래와 시에 빠져 있다네/ 밤에 잠자리에 들 때/이 세상의 꿈을 꾸네/꿈속에도 시가 오네/내 인생은 행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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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 생활의 외로움 속에서 그를 견디게 했을 시에 대한 사랑이, ‘나의 꿈’이란 제목의 시를 통해 그대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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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리는 7개월 전 스리랑카에서 왔다. 항상 웃는 얼굴이라 회사에서 인기가 많다. 얼마 전엔 회사 노래자랑에 나가 상을 받았다고 자랑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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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말레와 아라치의 소설 <인생은 즐거워> 중 한 부분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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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은 사람은 하늘이고, 돈 없는 사랑은 땅이라고 생각을 하지 마. 사람은 다 똑같잖아. 그렇게 생각을 하면 우리 지금 힘든 거, 다 이겨낼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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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랑 앞에 머뭇거리는 연인을 설득하는 대목이다. 연인간의 대화지만 쿠마리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돈의 많고 적음이 곧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이 사회의 비뚤어진 부분을 찌르는 듯 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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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한 목소리로 낭송한 타고르의 <기도> 위에는 고된 노동 가운데에서도 시인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하킴의 기도와 스리랑카에 계신 할머니를 걱정하는 쿠마리의 기도가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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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는 것은 조금 불편한 것일 뿐, 차별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직접 얘기하진 않았지만, 얼굴색이 다르고 출신 국가의 경제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하킴과 쿠마리가 겪었을 시선의 폭력과 외면은 짐작하고도 남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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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의 발견>은 ‘그들도 우리처럼’ 꿈을 꾸고, 사랑도 하며, 문학을 즐기는 모습을 ‘발견’했다. 다소 친밀감이 떨어지던 황수경 아나운서와 고급스러운 스튜디오의 분위기가 방송 내내 경직돼 있던 하킴과 쿠마리의 모습과 묘하게 대비돼 왠지 모를 불편함을 전하기도 했지만, 이 ‘발견’이 주는 여운은 꽤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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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 기자|contsmark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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