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어머니의 도시락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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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어머니의 도시락이 그립다
  • 관리자
  • 승인 2006.06.2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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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최근 유행하는 뜬금없는 퀴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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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독일 월드컵에서 우리 태극전사들의 16강 진출을 가장 원했던 사람은 누굴까?” 붉은 악마? 태극전사? 아드보카트? 5천만 우리국민 모두? 모두 그럴듯하지만 아니란다. 그들은 다름 아니라 전대미문, 사상최대의 급식사고를 터뜨리고, 최근 신문이며 방송 1면을 도배하고 있는 관련 기업과 관련 정책 담당자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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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당국의 조사와 검찰의 본격 수사에 앞서 여론의 무수한 질타를 받고 있는 그들이야말로, 국가대표팀의 16강 진출을 그 누구보다도 바랐을 것이라는 우스갯 소리, 정말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만약 우리나라 축구가 16강에 진출해서 승승장구했다면, 여론의 뭇매는 지금보다 훨씬 덜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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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노루’도 아니고 ‘노로’라는 원인불명의 바이러스가 밝혀지고, 급식업체와 미비한 급식행정에 대한 질타가 쏟아져 나오는 이때, 내가 가장 놀란 사실은 그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아니라, 이제 더 이상 도시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수많은 학생들이 선택의 여지없이 똑같은 메뉴로 허기를 때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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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도시락은 그저 단순히 배고픔을 면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의 추억을 공유하고,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고, 더불어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을 확인하면서, 어머니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확인할 수 있었던 훌륭한 장치 아니었던가? 혹시라도 도시락을 남기면 어디가 아팠는지 먼저 물어보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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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가지 메뉴로 서울·경기·인천의 거의 모든 학생이 점심을 때우는 대량급식이라니… 당연히 학생들의 영양과 건강보다는 업체의 수지타산이 앞섰을 것이고, 사랑과 정성으로 메뉴를 정하고 재료를 고르기보다는 얄팍한 장삿속이 더 앞질러 달려갔을 것이다. 그러니깐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고도 생기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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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잠깐, 왜 이번 급식파문과 월드컵 올인 신문, 방송이 슬쩍 겹쳐지는 걸까? 월드컵 올인 방송으로 입원했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지만, 단 한 가지 메뉴로 월드컵 기간 내내 전 국민에게 강제 급식을 시행했던 신문, 방송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대중매체들도 급식업체를 비난하기 앞서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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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없었던 우리에게 월드컵은 분명 짜증나는 일상을 잊어버리게 할 만큼 특별한 메뉴였겠지만, 그 한 가지 메뉴에만 집중하던 그 순간 혹시라도 우리 사회가 배탈을 일으키지는 않았을까? 왜냐하면 우리가 기억해야 하고 살아가야 하는 6월은, 일 년 중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 형형색색 각양각색의 도시락처럼 서로 다른 얼굴과 표정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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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의 비극과 6.10 민주항쟁의 뜨거운 함성, 6.15 남북공동선언과 6.29 선언의 가슴 벅찬 기억, 효순. 미선의 죽음과 촛불시위의 의미, 전 국민을 놀라게 한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이라크 전쟁의 참상, 한·미 fta와 대북문제 등등 비록 맛은 없더라도 그래서 먹기 싫더라도 우리가 꼭 섭취했어야 하는 사회의제들이 얼마나 많이 생략되었는지, 비록 늦긴 했지만 차근차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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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도 ‘월드컵 방학’을 마치고 다시 일상적인 제작일정에 복귀한다. 현란한 잔치 음식이 배식되던 급식대 위에, 다시 일상의 도시락을 올려놓아야 한다. 맛뿐 아니라, 영양과 정성 그리고 사랑으로 채워주시던 어머니의 도시락을 떠올리며, 시청자들의 부지런한 젓가락질에 보답하고 싶다. 그저 혀끝을 자극하는 화학조미료의 맛이 아니라, 진정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는 어머니의 손맛 같은 프로그램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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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민/sbs <김윤아의 뮤직웨이브> 연출|contsmark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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