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리뷰] 종파 초월한 마음의 상처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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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방송 라디오 <마음으로 듣는 음악>

|contsmark0|첫눈에 반하는 상대가 있고, 볼수록 끌리는 사람이 있다. 한번 보고 그만인 프로그램이 있고, 볼수록 중독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혹은 들을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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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불교방송(101.9㎒) 라디오에서는 비구니 정목(正牧)스님의 잔잔한 목소리와 함께 ‘마음으로 듣는 음악’이 흐른다. 한달 전, 밤 10시였던 시간대가 오후 7시로 당겨진 건 퇴근길의 더 많은 청취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불교방송이지만 <마음으로 듣는 음악>의 청취자들 상당수는 불교신자가 아니다. 김상준 담당pd는 “스님이 부처님 얘기를 많이 하지 않으면서도 성찰의 계기를 주기 때문인 것 같다”며 “종교를 초월한 스님 특유의 감성이 지친 현대인의 감성을 울리는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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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듣는 음악>은 삶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부처보다 더 인류에 공헌한 게 없는데 그분보다 더 많이 소비할 순 없는 일 아니겠느냐” ‘교훈적’이고 고답적일 수 있는 이 방송에 청취자들의 호응도가 이토록 높다는 건 역설적으로 우리사회에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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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은 특히 정목스님의 깊은 내공에서 배어나오는 빼어난 선곡이 빛을 발한다. 스님이 10년간 인도, 부탄, 스리랑카 등 전 세계를 돌며 틈틈이 모은 200여 장의 희귀 음반 덕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정강이뼈와 팔뚝 뼈로 만든 안데스 지역의 피리연주곡과 티베트, 네팔 등 고승대덕 뼈 피리연주 음반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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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에서 세상을 읽는 정목 스님은 말이 생명인 라디오 방송도 명상의 공간으로 탈바꿈 시킨다. ‘잠깐’이란 코너에서다. <마음으로...>를 처음 접하는 청취자가 이 코너가 진행되는 순간 라디오를 켰다면 방송사고인 줄 알고 깜짝 놀라 볼륨을 키울지 모른다. ‘잠깐’이라는 침묵의 메시지를 통해 소개되는 명상방법은 부처님 생전 당시 수행법이었던 ‘위빠사나’를 라디오 방송에 맞게 응용했다. 스님은 “명상을 방송에서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스스로 자세, 호흡, 단전집중, 눈감음 등등 청취자들에게 전달하는 대로 방송실에서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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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스님의 인기는 청취자 게시판에서 확인된다. 청취자가 게시판에 올린 한 대목. “2~3년 동안 겪은 힘든 일로 심성이 비뚤어져 목숨마저 버리려 했습니다. 밤마다 울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그러다 스님의 방송을 듣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며 나의 고통은 너무도 작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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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목스님과 담당pd가 가장 애착을 갖는 코너는 마지막의 ‘5분 명상’이다. 요일별로 자비(월), 용서(화), 감사(수), 이해(목), 사랑(금), 행복(토)으로 나눠 청취자들의 마음공부를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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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이데올로기’가 우리 사회를 잠식한 지 한참 됐다. 남들 뛸 때 걸으면 그만큼 불안하다. 그러나 정목스님의 방송을 듣는 동안 적어도 청취자는 시간에 떠밀리지 않고 하루의 중심에 서있다. 딱 그만큼 우리는 남들보다 느려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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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든 라디오든 프로그램마다 ‘남들’을 훔쳐보기 바쁜 때에 남이 아닌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게 되는 프로그램의 발견은 반갑다. 정목스님은 평소에도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작은 사랑’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10년간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는 일에 앞장 서 왔다. 지난해 집필한 책 <마음 밖으로 걸어가라>의 인세도 전액 아이들을 돕는 일에 내놓고 있다. 방송에서의 모습과 일상의 모습이 같은 정목스님과 같은 진행자를 발견한 건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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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 기자|contsmark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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