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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문화와 방송인 … 과대 포장보다 심도있는 관심을
이원근
한국과학문화재단
과학문화정보실 실장
lifegate@ksf.or.kr

|contsmark0|연합회보는 이번 호부터 과학칼럼을 신설, 연재한다. 칼럼을 집필하는 이원근 실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이학박사학위를 취득, 런던대에서 과학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수료하였다. 이 실장은 과학기술에 대한 시각과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작은 목소리들을 담을 이 칼럼을 통해 방송인과 과학기술계가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기를 바란다고 그 집필의도를 밝혔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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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허심탄회한 대화와 토론은 사람과 사람을 친밀하게 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첩경이 된다. 그러나, 과학기술계와 일반대중 사이의 심각한 대화부재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하는 과학기술자는 그 결과를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고, 세금을 낸 국민은 그에 대하여 알 권리가 있음에도 서로간의 대화노력은 지극히 미약하기만 했던 것이다. 1963년 스노우(c.p. snow)는 과학지식과 인문지식간 이해와 인식의 괴리를 일찌감치 예견하고, 인문학과 과학간의 간극을 메우게 될 ‘제3의 문화’가 대두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그러한 예견은 적중하여 현재 과학기술문화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발전의 도구와 경제의 시녀로만 여겼던 과학기술이 문화의 형태로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대중과 함께 하는 과학기술을 주장하며, 어렵고 재미없다던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려는 노력을 필두로 각종 문화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계와 일반대중간의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선진국에서 과학기술문화는 이제 대중문화의 핵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과학을 소재로 한 소설, 영화, 드라마, 코미디, 음악, 대중잡지, 애니메이션 등 과학기술과 타문화를 접목시키는 각종 지식 정보 문화산업이 이미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미국은 오래 전에 디스커버리 tv채널을 설립하였고, 일본에서는 1998년 10월 3일 ‘과학기술tv방송’을 설립하고 시험방송을 시작했다. 과학기술계를 대변할 전문 지성매체를 확보함으로써 과학기술과 일반대중의 상호대화를 통한 21세기 정보화와 지식기반사회 건설을 일찌감치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sbs <호기심천국>과 kbs <발견! 신비의 과학세계>의 방영효과로 초보단계의 분위기 조성은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보다 질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문화 창달을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광범위한 프로그램(토론, 드라마 등)의 기획과 편성을 추구하여야 한다. 과학기술계가 사고의 틀을 부수고 과감히 대중과의 대화를 시도하여야 하며, 대중도 적극적인 노력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참여와 이해, 감시 및 협조의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들의 대화 공간을 마련하고 그들의 대화를 선도해나가는 역할을 방송언론인이 담당해야 한다. 과학기술계 자체의 소극적인 자세와 사회의식 부제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는 도사리고 있지만, 방송계의 저돌적인 참여의식을 호소하고 싶다. 과학기술문화는 과학기술계의 생생한 현실을 대중에게 나타내 보이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현재 방송을 비롯한 언론의 과학기술계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 피상적이다. 모두가 밀레니엄이니 21세기니 하는 단어로 과대 포장된 과학기술만을 소개하고 있다. 심각한 지경에 이른 과학기술계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관심을 방송언론이 보여야 한다. 당장 절망과 실의로 고개 숙인 우리 나라 과학기술계를 추스리는 범국민적인 노력 없이는 우리 미래에 화려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정부의 과학기술연구투자는 20%에 불과하고, 기업은 80%나 차지한 상태에서, imf를 당함에 따라서 부도와 구조조정에 따른 투자는 격감되고, 연구소는 우선 순위로 폐쇄되거나 축소되고, 수억대 기자재는 방치되고, 고급두뇌는 실직을 당하고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공동화 현상에 대하여, 자칫하다가는 지금까지 쌓아온 과학기술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79%에 달하는 연구원이 신분불안을 이유로 연구소를 떠나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땅에 떨어진 연구원의 사기와, 과학기술자로서의 직업적 위치가 총체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나 ‘과학입국’을 귀가 따갑도록 강조한들 누구에게 무슨 설득력을 가질 것인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학입국을 주장하며, ‘처’에서 ‘부’로 승격되었던 과기부가, 지금은 그 규모가 축소되어 가고 있다. 대신에 대통령 직속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설립, 12개 출연연구소의 총리실 산하 이동 등, 아직도 표류하며 변화하는 과학기술계의 구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지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경제이슈와 비교하여 얼마나 될까. 과학기술계 자체의 응집력 없는 낮은 목소리도 문제이지만 언론의 무관심이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과학기술문화는 그 자체가 창의, 효율, 능률, 질서, 합리를 바탕으로 하는 과학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에, 현 정부가 주장하는 창조적 지식국가·두뇌강국의 건설과, 제 2 건국위의 ‘기본이 바로선 사회의 건설’의 연장선상에 있는 중요한 지적문화이다. 과학기술계에 대한 방송언론의 집요한 관심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며, imf 극복과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시대적 과제를 거뜬히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contsmar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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