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겹쳐보기] 전복된 관계의 통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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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겹쳐보기] 전복된 관계의 통쾌함
KBS <개그콘서트> ‘패션 7080’vs SBS <웃찾사> ‘퀸카만들기 대작전’
  • 관리자
  • 승인 2006.07.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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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증상1. 압구정 로데오 거리를 활보하는 ‘명품족’들을 보며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어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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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2. 킹카 혹은 퀸카라는 이들을 보면서 부모를 원망해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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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증상을 한번이라도 겪어본 사람이라면 kbs <개그콘서트>(연출 김석현·박석형) ‘패션7080’과 sbs <웃찾사>(연출 박상혁) ‘퀸카 만들기 대작전’의 처방이 필요하다. ‘명품족’ 앞에 당당하고 킹카·퀸카들에게 오히려 면박을 주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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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7080’에서는 네 남자가 패션 대결을 펼친다. 두 남자는 시골에서 갓 상경했다. 사투리를 쓰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말끔한 ‘서울 청년’ 같다. “청담동 토박이”라는 두 남자도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외모와 옷차림은 ‘흥춘’, ‘오춘’이라는 이름처럼 촌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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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시골 청년이 ‘명품지갑’을 꺼내 자랑한다. 그러자 두 서울 청년, “누가 요즘 강남, 압구정동에서 명품지갑 들고 다니니~”라고 비웃으며 “요즘 ‘강남 트렌드’는 수산시장 앞치마”라고 응수한다. 기가 막힐 상황인데, 두 시골 청년은 “느그들 혹시 모델 출신인가”라며 부러움을 나타낸다. 폭소가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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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상황은 ‘퀸카 만들기 대작전’에서도 이어진다. 플로리다에서 온 산드라와 몽골에서 온 르완다는 퀸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런데 이들이 다른 두 여성의 ‘퀸카로의 변신’을 돕는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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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와 르완다는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선 적당한 노출이 중요하다”면서 잇몸을 보여주고 이마를 드러내며 목젖을 흔들어댄다. 괴상한 바이브레이션 비법도 전수한다. 그대로 따라했다가는 퀸카가 되기는커녕 ‘폭탄’ 취급 받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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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7080’과 ‘퀸카 만들기 대작전’의 웃음은 ‘현실의 전복’으로부터 나온다.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욕구를 실현시켜주는 대신 욕구의 대상을 바꾸거나 상황을 역전시키는 방식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패션7080’에서 최신 유행 패션과 명품으로 치장한 시골 청년들은 오히려 “촌스러운 것들”이라고 비웃음을 당한다. 시골 청년의 샤기커트는 압구정 트렌드라는 ‘호섭이 머리’와 비교해 무시되고, 헤나 염색도 ‘맥주로 염색한 머리’ 앞에 맥을 못 춘다. ‘서울다움’과 ‘시골스러움’을 규정하는 기존의 이미지가 전복되고 가치가 역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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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카 만들기 대작전’의 산드라와 르완다는 ‘얼짱’ 개그우먼 백보람을 향해 “남자들이 싫어하는 건 네 얼굴이야”라고 비난한다. 매끄러운 가창력에는 “닥쳐!”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퀸카에 가까운 이들’이 ‘퀸카와 거리가 먼 이들’로부터 조언을 받고 때로 무시당하는 상황이 어이없는 한편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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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그는 개그일 뿐. tv를 끄고 현실로 돌아와보자. ‘이름 모를 브랜드’의 옷을 입고 청담동 거리를 활보할 용기가 도통 나지 않는다. 소개팅이나 맞선에서 되도록이면 ‘폭탄’보다는 킹카 혹은 퀸카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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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변한 것은 없다. 옷과 자가용의 브랜드가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고 외모의 아름다움이 곧 능력으로 인정받는 현실도 그대로다. 개그는 통쾌하지만 다시 마주한 현실은 허탈하기만 하다. ‘대한민국 대표 여성’이라던 ‘삼순이’ 김선아도 드라마가 끝난 후엔 화려한 드레스의 주인공으로 돌아오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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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의 ‘즐거운 거짓말’ 뒤에 왠지 모를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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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 기자|contsmark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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