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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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
“일본 방송인지, 한국 방송인지 …”
이케하라 마모루
오사카 라센 관공업 고문
  • 승인 1999.0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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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이 글은 최근 화제가 집중되는 책으로 일본인 이케하라 마모루가 쓴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에 실린 ‘일본 방송인지, 한국 방송인지’란 글을 ‘중앙m&b 출판사’의 협조로 게재합니다. 지면 관계상 줄여 실었음을 밝힙니다. <편집자>
|contsmark1|일본 문화 개방과 관련해 또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바로 영화다. 영화는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예술’이고, 대중적인 파급력도 크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 영화에 잔인한 장면이 많다는 점이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피가 솟구치는 모습 따위가 생생하게 묘사되는데, 한국 관객들이 그 정도는 감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자칫하면 한국 사람들은 “역시 일본 놈들은 잔인하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 나쁜 인상, 나쁜 소문은 좋은 인상, 좋은 소문보다 빨리 퍼지게 마련이다. 영화를 통해 일본 사람들의 잔인성을 확인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일본 국민성이라고 믿어 버릴 가능성이 높다.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젊은 층 사이에는 서로에게 적대적인 감정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일본의 프로 야구나 축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선수들 중에는 말 그대로 일본 젊은이들의 ‘우상’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 nhk에서는 매년 12월 31일에 대형 음악제를 방송한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에 외국인 가수가 등장한 경우는 한 번도 없다. 단, 예외가 있다면 한국 가수들이다. 그들이 그만큼 인기를 누리니까 할 수 없이 무대에 세우는 것이다. 방송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이야기인데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한국과 일본 프로그램이 무척 비슷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퀴즈나 오락 프로그램은 무심코 보고 있으면 일본 방송인지 한국 방송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특히 뉴스 프로그램은 일본 nhk 방식으로 포맷이 ‘통일’되어 있다시피 하다. 이것은 굳이 좋다 나쁘다 따질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한국의 방송사 사정을 감안하면 어쩔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의 어느 방송사에 친동생처럼 아끼는 기자가 한 사람 있다. 그는 지금 사회 고발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데, 여러 기자가 한 달에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취재를 하는 모양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달에 한 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니 나 같은 사람을 만나서 노닥거릴 짬이 없다. 저렇게 바빠서 어떻게 살까 안스러울 정도다.비슷한 일을 하는 일본 방송 기자를 만나면 전혀 딴판이다. 일본 방송 기자는 일년에 한 편만 제대로 취재하면 된다. 물론 일본 기자가 한국 기자보다 12분의 1밖에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다. 일본 기자는 한 편을 만들더라도 역사적 고증에서 과학적 분석에 이르기까지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말 그대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이런 식으로 인력과 장비, 예산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있으니 한국 방송사가 일본의 프로그램을 모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편으로는 한국 방송사 pd들의 고충도 이해가 된다. 한쪽에서는 ‘시청률’이라는 잣대를 든 채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돈과 인력과 시간은 태부족이다. 결국 뭐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하면서 일본 방송을 본다. 하도 보다 보니 무슨 영감이 떠올라도 자기 아이디어인지 일본 방송에서 본 것인지 헷갈려 버린다.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개방을 하되 철저하게 심사하고 통제해서 단계적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한국 업자들이 상당수 일본 영화를 경쟁적으로 사들이는 모양이다. 그래서 영화진흥공사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당신들이라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협박’을 한다.‘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있듯이 언뜻 봐서 한국과 일본은 모든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역사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만큼 그 이면에는 근본적인 사고방식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돈벌이에만 급급한 일부 업자의 양식에 일본 문화 수입을 맡긴다면 손해보는 것은 결국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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