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더 좀비스와 파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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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더 좀비스와 파워 포인트
  • 관리자
  • 승인 2006.07.0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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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는 요즘 살벌하다. 재수강 제도가 없어졌다. 재수강이 없어지다니. 그럼 이 수많은 c와 d는 어찌할 것인가. 3, 4학년 돼서 정신 좀 차리고 학점관리 좀 하려 한 수많은 학생들은 망했다. 불가능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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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만 가면 마음껏 놀 수 있다고 하는 말만 믿고 철없을 때 흩뿌려놓은 c와 d들이 고개를 치켜들고 알 듯 말 듯한 눈빛을 보낸다. a학점이 기본인 세상인데 c와 d들이 낙인처럼 콱 박혀서 전공을 선택할 때도, 복수전공을 신청할 때도 취직시험을 볼 때도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치사하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오늘도 도서관을 향한다. 노트북을 켜고 파워 포인트를 열어 발표 자료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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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쳐지지 않으려면, 취직하려면 해야 할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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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신주쿠에 있는 삼류라 칭해진 남자고등학교에는 좀비들이 있다. ‘더 좀비스’. 학력 사회에서 살아 있는 시체들이라는 의미이자 죽어도 죽지 않을 것 같다는 의미가 합쳐진 말이다. 그들에게 생물 선생 요네쿠라가 뜬금없이 한 마디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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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너희들, 세상을 바꿔보고 싶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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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어떻게 바꾸면 좋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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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너희들은 공부를 잘 못하도록 태어난 것이다. 즉, 유전자의 문제란 말이다. 공부를 잘하는 놈들과 같은 판에서 싸워봐야 절대로 이길 승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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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그래도 세상을 지배하는 건 공부를 잘하는 인간들이잖아요. 그렇다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그 인간들의 지배 하에 있어야 한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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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너희들이 공부 잘하는 인간들의 세계에서 살려고 하는 한 그렇겠지. 공부 잘하는 인간들의 세계에 산다손 치더라도 그냥 살아서는 안 된다. 공부 잘 하는 여자의 유전자를 획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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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우리는 공부 잘하는 여자들한테 인기가 없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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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그것은 어려운 문제다. 그리고 그 문제를 극복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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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좀비스’는 노력을 시작한다. 명문 여자 고등학교 세이와 학원제 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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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 배달 음식을 100인분씩 주문하고 구급차를 불러 세이와 선생들과 학생을 혼란에 빠뜨린다. 잠입 성공! 여학생의 전화번호를 얻었으나 데이트 신청은 모두 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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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해, ‘아무렴 어때’ 라고 외치고 춤을 추면서 교문 돌파 시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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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해, 정정당당하게 정문 돌파! 성공! 28쌍 커플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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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들은 지혜롭고 선하고 강하다. 게다가 항상 승리한다. 강한 투지도, 명석한 판단력도, 냉철한 현실인식도 없지만 지레 겁먹지도 않고, 치사해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무엇이 돼야 한다면 최고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대학에도 안 가고 취직도 하지 않고 팔뚝의 근육으로 먹고 살겠다고 한다. 납득할 수 없는 것을 바꾸기 위해 수상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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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국 이 허황된 꿈을 꾸던 좀비들은 공부 잘 하는 여자의 유전자를 획득했을까? 밑을 벗어나 중간을 넘어 최고가 됐을까? 오키나와 사람들도, 재일 한국인도, 인간답게 살고 있을까? 그들의 세계는 한때 그랬던 것처럼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을까? 고된 인생 속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춤추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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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분수에 적당히 맞는 이름표만 달고 춤추는 스텝은 잊어버린 채 파워 포인트만 하고 살게 된다. 춤은 어려우니까. 물론 파워 포인트도 어렵지만. (이 글은 가네시로 가즈키의 ‘레볼루션 no.3’를 읽고 썼습니다.)|contsmark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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