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래 PD의 코미디 연출론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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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래 PD의 코미디 연출론 6
진행자의 자질이 프로그램의 성공 열쇠
토크 코미디 연출
  • 승인 1999.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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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김웅래 kbs tv2국 제작위원
|contsmark1|지금까지 얘기해왔던 코미디의 장르 중에서 가장 구성이 단순하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총론은 그럴지 모르나 각론에 들어가면 그렇지도 않은 것이 토크 코미디의 성격이다. 토크 코미디는 메인 사회자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탓에 사회자의 성공여부가 곧 그 프로의 성공여부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 사랑방 얘기와 고금소총 같은 은밀하고 농도 짙은 얘기에서 보듯이 ‘이야기’를 몹시도 즐겨했던 민족이었다. 이야기는 즐겁게 말하는 사람과 재미있게 듣는 사람이 함께 있어야 제격이다. 마치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말하고 듣는 이가 죽이 맞아야 흥이 나는 판이 벌어지는 것이다. 방송에서의 토크는 라디오 시대만 하더라도 대담과 얘기쇼 등이 인기를 얻었으나 tv시대에 들어와서는 좀처럼 토크쇼가 꽃을 피우기 힘들었다. 오랜만에 도래한 비디오 시대를 너나 할 것 없이 즐기는데 정신이 팔려 토크(오디오)의 중요성은 망각하고 있었다. 가요, 드라마, 버라이어티 쇼 등 현란한 볼거리를 놔두고, 정적인 토크를 tv에서 할 필요가 있는가? 그래서 그들은 모두 눈(目)을 위한 프로그램만 만들었지 귀(耳)를 위한 프로에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말의 중요성은 새삼 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성경에도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고 하지 않았던가. 토크야말로 가장 재미있는 수단이다. 말의 재미는 지적인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그 맛을 즐길 줄 아는 편이다. 그 속에는 실로 흉내낼 수 없는 재미가 숨겨져 있다. 외국에서는 일찍이 토크 코미디가 중요 장르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선 전통적인 슬랩스틱 코미디와 콩트 중심의 코미디가 판치는 바람에 토크 코미디가 설자리가 없었다. 우리는 그동안 현실적이지 않은 인물이나 상황설정에 과장된 말과 행동으로 웃겨오는 데 익숙했었다. 그러다가 두 장르에 싫증이 나는 듯 하니까, 버라이어티 코미디가 힘을 얻어가며 자리를 차지하다보니 아직도 토크 코미디의 위상이 허약하기 짝이 없다. 최근에 시트콤의 약진에 힘입어 새로운 장르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우리나라도 토크 코미디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본다. 레터맨의 같은 프로를 유심히 살펴보면 너무 많은 유머가 있다. 이야기 손님이 전후반 한 명씩 나오긴 하지만 정작 마주 앉아 얘기하는 분량은 많지가 않다. 나머지는 모두 세밀하게 꾸민 웃음으로 채워져 있다. top 10을 비롯하여 오프닝 조크와 웃기는 헤드라인 기사, 잘못된 광고문안의 웃음, 살짝만 바꾼 책표지들과 제품들의 이름들, 방청객과 펼치는 기발한 우문현답, 길거리 카메라 훔쳐보기와 사전 제작된 코미디 인서트물과 레터맨이 직접 거리로 나간 리얼 코미디 등등이다. 레터맨이 코미디 작가 출신이어서 그런지 유머에 대한 표현력이 일품이다. 우리 방송에서의 취약점은 무엇일까? 유머로 잘 훈련된 pd가 없던가, 말만으로도 멋지게 웃길 줄 아는 연기자가 없던가, 아니면 재치 넘치는 글을 쓰는 작가가 없던가 위의 세가지 이유중의 하나일 것이다. 소위 토크 코미디의 전문가가 없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현재 tv에서 방송하고 있는 토크 코미디의 예를 든다면 <서세원 쇼>(kbs), <21세기위원회>(mbc), <김혜수의 플러스 유>(sbs)를 들 수가 있겠다. 오프닝 조크에서도 요즘 유행하는 사오정 얘기로 시작할 수 있다. 손오공과 사오정의 면접얘길 예로 들어보자.손오공과 사오정이 여러 면접관들 앞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관 : 자넨 우리나라 축구선수 중에서 누가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나? 손오공 : 네, 예전엔 차범근이었는데 지금은 최용수라고 생각합니다!면접관 : 산업혁명은 언제 일어났지? 손오공 : 18세기말입니다. 면접관 : 자넨 ufo가 있다고 생각하나?손오공 : 남들은 그렇다고 하지만 전 확실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단정지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손오공은 무사히 면접을 마치고 자기가 대답한 걸 적어서 사오정에게 ‘이렇게만 대답하면 된다’고 건네줬다. 사오정은 좋아하며 자기 차례가 되자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면접관 : 자네 이름은 뭔가?사오정 : 전에는 차범근 이였는데 지금은 최용수입니다.면접관 : 자넨 언제 태어났나?사오정 : 18세기말입니다.면접관 :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자네 혹시 바보 아냐? 사오정 : 남들은 그렇다고들 하는데 전 확실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단정지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말의 재미라는 것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의 토크 코미디가 외국에 비해 결정적인 약점은 ‘말’을 풀어놓지 않은 채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점이다. 간과할 수 없는 이 약점이야말로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연예인 유머시리즈는 많은데 비해 정치인 유머는 빈약하다는 점에 비쳐봐도 우리사회의 해학적 기반이 얼마나 허약한가를 알 수가 있다. 이에 비해 이슈가 되는 것이면 대통령이거나 교황일지라도 할 말은 하는 풍토가 오늘날의 외국의 토크 코미디를 키워낸 밑거름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에 데이빗 레터맨이 레이트 쇼 오프닝 조크로 힐러리 얘기를 꺼냈다.“클린턴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던 힐러리가 하도 속이 답답해서 결국 용하다는 점성술사를 찾아갔습니다. 어둡고 침침한 방에서 한동안 수정 구슬을 노려보던 점성술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런 말하기는 뭐하지만, 당신은 남편은 분명히 올해 안에 죽을 운명이야! 그것도 아주 잔인하고 무참하게 살해당하게 될 꺼야.’ 점성술사의 예언이 끝나자 흔들리는 촛불아래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힐러리는 깊은 심호흡 끝에 겨우 마음을 추스려 퍼스트 레이디다운 차분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물었습니다. ‘저는 무죄로 석방될 수 있을까요?’” 방청석엔 웃음이 넘쳐흘렀다. 우리가 영부인을 갖고 코미디 소재로 그것도 남편의 살해를 암시하는 조크를 과연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어떤 내용을 말하더라도 말하는 사람이 교양 있는 표현으로 멋진 뉘앙스를 풍기며 전달한다면 아무리 천한 얘기일지라도 비속하게 들리지 않는 법이다. 그게 전달자의 능력인 것이다. 그런 mc를 우리도 키워내야 한다. 그게 코미디 pd가 해야될 가장 급선무인 것이다. 토크 코미디를 진행할 수 있는 진행자란 어떤 자질을 갖고 있어야만 할까?첫째, 웃음에 대한 완벽한 뉘앙스를 전달할 수 있어야한다.둘째, 평범한 얘기가 아니고 항시 뭔가 웃음을 내포하고 있는 화술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셋째, 남보다 한 발 앞선 화제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비단 위와 같은 능력은 진행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프로듀서와 작가에게도 함께 필요한 것이다. 그런 능력을 가진 팀이 힘을 합쳐서 만든다면 멋진 ‘토크 코미디’ 프로가 될 것이다.지난 연말 tv3사가 ‘시청률 경쟁 포기’ 선언을 한데 이어 그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비과학적이고 저속한 내용으로 지탄받아 왔거나 10대 지향적인 프로그램들을 대거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런 때에 새로운 기획으로 ‘토크 코미디’를 시도해 볼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e-mail : kimpd@comedybank.com 유니텔id : 스마일pd천리안id : smail0 하이텔id : ipc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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